양안의 봄, 한국엔 독(?)
중국.대만 해빙 분위기
양안 개방으로 대만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내수경기가 진작되면 중국을 둘러싼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대만 기업에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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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잉주가 대만의 차기 총통으로 당선되면서 중국.대만간 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다.
오는 7월부터는 양안간의 직항, 관광, 위안화 환전 등이 일괄 개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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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3월 22일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부르짖는 국민당의 마잉주가 대만의 차기 총통으로 당선되면서 양안 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의 경제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조치가 잇따라 발표되더니 대만 총통선거 20여 일 만인 4월 12일에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샤오완창 대만 차기 부총통이 역사적 만남을 갖기도 했다.
양안간 해빙무드가 급진전되면서 오는 7월부터는 양안간의 직항, 관광, 위안화 환전 등이 일괄 개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만 증권과 부동산 시장에선 벌써부터 수혜 종목, 수혜 지역 리스트가 범람하고 있다.
양안 직항노선 개통, 중국인 대만 관광 개방, 부동산 투자 개방, 금융업 중국투자 개방 등에 대한 기대치로 관광, 건설, 금융
업종 주식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향후 8년간 3조9천900억 대만달러(132조 원) 규모의 기초 인프라 투자공약에 공공건설,
원자재 업종에도 투자열기가 몰리고 있다.
대만 유력 부동산 개발업체인 파글로리 측은 마잉주 체제 출범으로 소비자의 주택매입 심리가 회복되면서 3년 내에 대만
주택가격이 2배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특히 경제살리기를 내세우고 있는 마잉주 총통 체제의 차기 정권은 중국 경제와의 관계를 한층 유기적으로 결속시키며 기업의
경영환경을 개선하는 전략을 밀어붙일 전망이다.
이미 양안 경제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품투자의 귀재이자 헤지펀드의 큰손인 짐 로저스 회장이 대선 직전 대만 증시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국제 투자은행들도 대만을 주목하고 있다.
확실히 양안관계의 개선은 대만 경제를 제2의 번영기로 이끌 회심의 카드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양안의 봄은 한국 경제엔 ‘독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은 그동안 대만 기업의 저가 생산기지 역할을 하면서 최대 수출시장의 역할을 해왔으나 양안의 유기적 협력이 효과를 보일 경우
한국은 상대적인 산업경쟁력 약화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때 ‘아시아의 4마리 작은 용’으로 함께 불렸던 대만과 한국은 주력 수출제품도 비슷하고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심한 편이란 점에서
경쟁국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비중은 25.7%에 달할 정도로 높지만 대만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40%로 훨씬 더 높다.
대만이 여러 규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중국에서만 70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냈을 만큼 중국과 실속 있는 ‘장사’를 하고 있는 터에
양안관계 개선은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잉주 정부의 출범으로 양안 경제관계가 지금보다 훨씬 긴밀해질 경우 대만과 중국 기업들의 시너지 효과로
정보통신(IT), 반도체 등 분야의 경쟁력 제고가 예상된다.
한국의 주력 수출상품인 IT, 반도체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은 물론, 다른 세계시장에서도 대만 및 중국산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2006년 현재 전 세계 IT 산업에서 대만은 10.5%의 비중을, 한국은 6.5%의 비중을 갖고 있다.
한국이 대기업 위주의 완제품 브랜드 정책을 고수하는 사이 대만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품생산 및 주문자 부착생산(OEM)에
천착하면서 조용히 내실을 다진 것이다.
전 세계 100대 IT 기업에서도 한국은 5개 회사인 반면, 대만은 14개 회사에 달할 정도로 대만은 IT 산업 부문에서 조용히 한국을
제쳐놓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컴퓨터 마더보드의 99%가 대만 기업의 손으로 생산되고 있고 노트북 PC는 87%, LCD 모니터는 75%, 서버는 86.9%,
PDA는 69.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민호 코트라 타이베이무역관장은 “양안 개방으로 대만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내수경기가 진작되면서 단기적으로 한국의 대만 수
출이 증가세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을 둘러싼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대만 기업에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 전망했다.
게다가 그간 한국은 화상 자본의 유치에 큰 기대를 걸고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벌여 왔으나 대만 정부가 중국 자본의 대만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제한을 풀 경우 중국의 한국투자 수요는 대만으로 분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인의 대만관광 개방과 양안 전세기 증편 및 직항노선 개통이 이뤄지면 한국에 대한 중국인의 관광수요가 대만으로
분산될 수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안 직항 실현으로 대만 기업의 물류비용이 최고 30%까지 절감되면서 양안간 산업의 분화의 무역 활성화, 기업이윤 증대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한국의 주요 관광 고객이었던 대만인들도 서서히 중국으로 눈을 돌리게 될 전망이다.
중국의 암묵적인 대만 지원 가능성도 한국 기업에는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국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대만 기업들에 더 많이 돌아가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중국 정부는 대만사무판공실을 두고 대만 기업 관련 업무를 특별 관리하고 있으며 대만 기업들은 이에 따라 각종 행정절차
등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양안관계가 개선되면 추가 우대조치도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민호 관장은 이에 대한 한국 기업의 대책으로 대만 기업과의 중국시장에 공동진출하는 한편 기술 및 제품혁신을 통해 차별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장은 “중국 시장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대만 기업에 대한 차별적 우위를 계속 누리기 위해서는 대만 기업들의 장단점을
벤치마킹하는 것부터 시작해 기술적 경쟁력을 제고하고 대만 기업과의 윈-윈(win-win)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주호 홍콩 특파원 |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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