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심장' 파라과이
위기일발 경제 구하기
농업에 지나치게 편중된 파라과이의 경제구조는 산업 전반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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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루고가 사상 첫 좌파 후보로 임기 5년의 새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파라과이의 향후 국정운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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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실시된 파라과이 대선에서 61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30여 개 좌파 정당과 사회단체 연합체인 ‘변화를 위한 애국동맹(APC)’의 페르난도 루고가 사상 첫 좌파 후보로 임기 5년의
새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파라과이의 향후 국정운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대 관건은 경제회복
파라과이는 국토면적 40만6천752km2에 인구가 610만 명인 남미의 대표적인 빈곤국 가운데 하나다.
국내총생산(GDP)이 93억4천만 달러이며, 1인당 평균소득은 1천532 달러에 불과하다.
특히 전체 국민 가운데 36%가 빈곤층으로 분류되며, 이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110만 명이 하루 평균 1달러 이하 소득으로
생활하는 극빈곤층이다.
이 같은 현실은 루고 당선인에게 “위기에 처한 파라과이 경제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던지고 있다.
세계 4위 콩 수출국인 파라과이 경제는 최근 전 세계적인 농산물 가격상승세에 힘입어 지난해 6.4%의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농업에 지나치게 편중된 경제구조는 산업 전반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2002년 극심한 경제위기로 외채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기도 했던 파라과이는 2003년 니카노르 두아르테 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다소 회복세를 보였다.
16.4%에 달하던 실업률은 지난해 8.5% 수준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전체 노동자의 80%가 최저임금 이하 소득에 머물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26.5%에 달하는 등 노동조건은 극도로 열악하다.
어려운 경제사정과 열악한 노동환경은 지난해에만 6만여 명의 파라과이인들이 고용기회를 찾아 브라질 등 인접국으로 향하는
‘엑소더스’의 원인이 됐다.
루고 정부, 좌파의 길 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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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위 콩 수출국인 파라과이 경제는 최근 전 세계적인 농산물 가격상승세에 힘입어 지난해 6.4%의 성장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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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루고 정부는 대부분의 예상대로 좌파의 길을 걸을까?
루고의 당선을 가능케 한 것은 물론 좌파 정당과 농민.노동자.빈민단체의 전폭적인 지지였다.
그러나 콜로라도당 정부와 오랜 대립관계를 형성해온 우파 급진자유당(PLRA)을 가세시킨 것이 결정적인 승리 요인으로 작용했다.
PLRA의 루이스 페데리코 프랑코 고메스는 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 같은 구도는 루고가 집권 이후 우파 정책을 일정 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파라과이 언론도 대선 투표 이전부터 “루고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함께 대선 레이스를 펼쳤던 집권 콜로라도당의 블랑카
오벨라르 후보나 중도우파의 리노 오비에도 후보와 협력을 도모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파라과이 대선 결과에 대해 인접국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파라과이와 브라질 및 아르헨티나는 군사독재정권 시절인 1973년 이타이푸(Itaipu) 조약과 야시레타(Yacyreta) 조약을 각각 체결했다.
루고 당선인은 “두 조약이 매우 불평등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하고,
특히 브라질의 경우 이타이푸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 가운데 파라과이에서 사용하지 않는 잉여전력을 헐값으로
사들이고 있다며 ‘전력 판매가격 현실화’를 내세워 조약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루고 당선인은 브라질에 대한 전력 판매액이 현재의 연간 3억 달러에서 15억~20억 달러로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브라질
정부가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루고 당선인이 오는 8월 취임과 함께 브라질뿐 아니라 아르헨티나에 대해서도 같은 주장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브라질 및 아르헨티나와 껄끄러운 관계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루고의 당선으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좌파 연대의 축이 남미 심장부로 진입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남미 좌파 3인방은 이번 파라과이 대선에서 루고의 당선을 희망했다.
차베스 대통령이 정치자금을 지원했다는 설에서부터 베네수엘라.볼리비아.에콰도르 선거운동원들이 파라과이에 입국해 보이지
않는 지원유세를 벌였다는 소문도 있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루고 당선인이 차베스 대통령의 ‘21세기형 사회주의 국가론’이나 모랄레스 대통령의 ‘혁명적 국가개조론’과
유사한 좌파 이념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루고 당선인이 취임 이후 풍부한 수자원을 무기로 전력 국유화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6년 볼리비아에 모랄레스 정권이 등장한 이후 내세운 에너지 산업 국유화 정책으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지금까지 천연가스 수급에 애로를 겪고 있다.
파라과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2050년까지 전력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석유(베네수엘라)와 천연가스(볼리비아)에 이어 풍부한 전력을 확보하고 있는 파라과이에 좌파 정권이 등장함으로써 한동안
주춤했던 남미 좌파가 새로운 동력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페르난도 루고 누구인가?
본명이 ‘페르난도 아르민도 루고 멘데스’인 페르난도 루고(56) 당선인은 가톨릭 사제직을 내던지고 대선에 출마해 화제를
모았으며, ‘빈자의 아버지’란 별명답게 빈곤층과 노동자, 농민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5명 가운데 1명이 극빈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파라과이 민중들이 그를 5년 임기의 새 대통령으로 선출하면서
파라과이의 미래를 맡긴 것이다.
루고 당선인은 지난 1994년부터 2004년 말까지 파라과이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의 하나로 꼽히는 산 페드로 교구의 주교직을
맡고 있었다.
2005년 초 사제직을 전격 사임한 뒤 니카노르 두아르테 대통령이 이끄는 콜로라도당의 61년 장기집권에 염증을 느끼고
빈곤탈출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전국을 경작지 없이 떠도는 가난한 농민들과 빈곤층은 루고 당선인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그를 자신들의 대변자로
삼았으며, 지난해 정권교체에 목말라 하는 군소 좌파정당과 사회단체 30여 개가 참여해 ‘변화를 위한 애국동맹(APC)’이란
협의체를 구성하면서 루고 당선인을 대선 후보로 공식 추대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콜로라도당 정부와 대척점을 형성해온 우파 급진자유당(PLRA)의 루이스 페데리코 프랑코 고메스를 부통령
후보로 끌어들인 것은 루고 당선인의 대선 경쟁력을 더욱 높여준 요인이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콜로라도당 후보로 나선 블랑카 오벨라르(50.여) 전 교육장관과 중도우파 정당의 리노 오비에도(64)
후보를 큰 지지율 격차로 압도하며 당선 가능성을 높여왔다.
루고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에게서 연상되는
극단적인 좌파 정치인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지적이 따랐다.
그가 집권할 경우 차베스 대통령의 ‘21세기형 사회주의 국가 건설’이나 모랄레스 대통령의 ‘혁명적 국가개조론’과 비슷한 개념이
파라과이에서도 등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루고 당선인은 공교육 활성화와 대학교육 기회 확대 등을 통해 서민의 사회적 권리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수출품목 다변화 및 수출능력 확대와 농업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외정책으로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회원국 간의 경제력 불균형 해소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블록 강대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파라과이 산업발전과 인프라 확충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메르코수르 운영이 파행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재순 상파울루 특파원 |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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