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지역 홍수와 키르기스 측 수력발전소 댐의 비효율적 운영문제가 동시에 해결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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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자르바예프 카자흐 대통령은 러시아, 중국, 중앙아 국가들이 회원국들로 가입해 있는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아랄해로
흘러드는 시르다리야와 아무다리야강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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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아시아 국가들 간에 물 문제로 인한 불협화음이 지속되고 있다.
중앙아 신흥 맹주국으로 떠오른 카자흐스탄 정부는 수년 간의 검토 끝에 자국 구간의 시르다리야강 하류 유역에 ‘코크사라이’ 댐을
건설키로 최근 결정했다. 자국 남부 지역이 겨울철마다 홍수 사태를 겪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시르다리야강은 톈산 산맥 자락에 위치한 소국 키르기스스탄 영토에서 발원,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땅을 차례로 거친 뒤
우즈벡과 카자흐 사이에 있는 아랄해로 흘러든다.
카자흐 정부가 수년간 검토 끝에 내린 댐 건설 결정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반복되는 카자흐 남부 지역 홍수
홍수 재연의 이유는 키르기스 영토에 있는 시르다리야강의 지류인 나린강의 상류에 건설돼 가동중인 ‘토크토굴’ 수력발전소 댐
때문이다. 키르기스 당국은 전력이 부족한 가을과 겨울에 토크토굴 수력발전소 가동을 늘림에 따라 그만큼 더 많은 댐 물이
하류 쪽으로 내달린다.
하지만 방류되는 물은 시르다리야강 하류인 카자흐 남부 지역에선 얼음 덩어리에 막혀 목적지인 아랄해로 가지 못하고 결국
강둑을 넘는다는 것.
이 때문에 남카자흐스탄주와 크질오르다주의 주민 수천 명이 홍수를 피해 대피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물론 시르다리야강의 우즈벡과 카자흐 구간 사이엔 샤르다리야 댐이 있다.
하지만 키르기스 쪽에서 유입되는 물을 모두 담아둘 수 없는 처지다.
지난 겨울에도 남부 지역 홍수를 목격한 나자르바예프 카자흐 대통령은 문제 해결방안을 강구토록 지시했고, 얼마 후 카자흐
장관들은 코크사라이 마을 부근을 흐르는 시르다리야강에 20억m3 이상의 물을 가둘 수 있는 댐을 만들기로 했다.
문제는 비용으로, 44km 길이의 댐을 건설하는 데 5억 달러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카자흐 측은 일단 댐 건설 이외의 해결방안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카자흐 농업부 산하 수자원위원회 위원장인 아나톨리 랴브체프는 “우리는 코크사라이 댐을 건설하든지 코크토굴 수력발전소
댐 방류를 소련식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관련국들과 협의하든지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련식이란 코크토굴 수력발전소 댐 방류량과 생산된 전력의 국가간 배분, 농경지 관개 등을 면밀히 계산해 수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카자흐 남부 지역 홍수 발생은 결국 중앙아 국가들이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후 각기 국익만 추구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키르기스, 수력발전소 댐 운영
키르기스 당국은 토크토굴 수력발전소 댐을 전력생산 모드에서 관개 모드로 바꾸려 필사적 노력을 기울였지만 관련국들의 비협조로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키르기스 당국은 혹한으로 국내 전력소비가 극대화되는 겨울철에 토크토굴 수력발전소를 완전 가동했다.
이 때문에 댐 수위가 낮아져 당국은 수력발전소 터빈 가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전국에 걸쳐 전력공급량을 제한했다.
이 때문에전력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국민을 위해 가스와 석탄 등을 들여 비슈케크 소재 난방공장을 제대로 돌려야 하지만
가스와 석탄이 부족한 상황을 맞게 됐다.
키르기스 당국의 착오도 있었다.
키르기스 정부는 2005년 말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했다가 1년 뒤인 다음해 말, 물이 풍부한 시기에 전력을 생산해 우즈벡과
카자흐에 각각 13억kW/h, 11억kW/h의 전력을 공급키로 했다.
키르기스 당국은 ‘때늦은’ 합의로 우즈벡과 카자흐로부터 전력 kW/h당 각각 1.1센트, 1.52센트를 받게 돼 비슈케크 난방공장 가동에
필요한 가스나 석탄을 산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내게 됐다.
문제해결 가능성
관련국들이 제각기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여 카자흐 남부 지역 홍수와 키르기스 측 토크토굴 수력발전소 댐의 비효율적
운영문제가 동시에 해결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키르기스 당국은 향후 관련국들과의 협상에서 자국이 토크토굴 수력발전소 댐의 방류량을 조절해주는 대가를 우즈벡과
카자흐가 지불키로 합의할 것이란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기대로 끝날 수 있다.
2002년 카자흐, 우즈벡, 키르기스, 타지크 대표들이 타지크의 수도 두샨베에 모여 토크토굴 수력발전소 댐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정부간 수자원 및 에너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지만 이해관계 불일치로 합의 도출에 실패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카자흐는 두샨베 협상에 중재자가 없었던 점을 감안, 문제해결을 위한 국제적 중재를 요구하고 있다.
나자르바예프 카자흐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 중앙아 국가들이 회원국들로 가입해 있는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아랄해로
흘러드는 시르다리야와 아무다리야강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카자흐 정부는 그러면서 두샨베 협상에서 논의된 컨소시엄 구성안을 계속 밀고 나간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소련 시절엔 연방정부가 중앙아 수자원을 관리해 이를 둘러싼 갈등이 없었지만 소련 붕괴 후 중앙아 각국이 상이한
상황에 처하게 됐고 수자원 비효율적 이용으로 인한 문제가 누적돼 왔다고 말한다.
이들은 최근 들어 물 문제로 국가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며, 긴장이 자칫 국가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창엽 알마티 특파원 | yct9423@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