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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노조들이 민노총을 탈퇴하는 것은 정치투쟁 지침이 현장의 실익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위 노조의 성향이 실속을 챙기는 쪽으로 바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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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주노총이 산하 단위 노조의 잇따른 이탈 움직임이 구체화하면서 지난 95년 출범 이래 최악의 시련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조합원 간의 성폭력 파문으로 신뢰도 면에서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단위 노조들의 이탈까지 겹쳐
설상가상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최근 들어 새삼 두드러진 일부 단위 노조들의 이탈 현상은 민노총이 1천900여개의 단위 노조로 구성된 점을 고려하면 미약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민노총에 그리 녹록하지 않다.
인천지하철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가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차례로 탈퇴를 결정한 데 이어 탈퇴를 준비 중인 노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에 이미 민노총을 이탈한 노조는 영진약품, NCC, 승일실업, 그랜드힐튼호텔, 진해택시, 단국대 등 10여 개에 이르고 있다.
특히 거대 단위 노조로 분류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조합원 5천300여명)와 서울메트로(" 9천여명) 노조가 탈퇴 대열에 동참할
예정이어서 민노총의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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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 조합원들이 인천 운서동 본사에서 민주노총 탈퇴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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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시장 동맥경화 '심각'
공공부문 2개 노조 민노총서 탈퇴
민주노총의 핵심 산별노조인 공공운수연맹의 단위 노조 2곳이 민노총과의 공식 결별을 확정했다.
인천지하철노조는 4월 10일 상급단체인 민노총 탈퇴안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투표 참가자(475명) 68％의 찬성으로 탈퇴를 결정했다.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821명 가운데 699명(85.1％)이 참여했다.
인천지하철노조는 앞으로 인천지역 공사ㆍ공단 노조협의회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전국 6개 지하철 노조로 구성된
전국지하철노조협의회를 연맹체로 재구성할 계획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도 이날 민노총에서 탈퇴하고 한국노총에 가입하는 안건을 전체 조합원(672명) 찬반투표에 부쳐
투표자 87.7％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의 노조도 4월 9일 임시 대의원 대회에서 전체 대의원 113명 중 104명이
투표해 91명(87.5％)의 찬성으로 `민노총 소속'이라고 명시된 상급단체 조항을 삭제하고 `연합단체 등에 가입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규약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도시철도 노조는 5월 조합원 총회를 소집해 민노총 탈퇴 및 지하철 연맹체 가입을 찬반 투표로 결정할 계획이다.
이밖에 서울메트로 노조(9천76명), 한국지역난방공사 노조(955명) 등 공공부문의 대규모 노조도 탈퇴를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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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화학섬유연맹 산하 지회인 ㈜NCC 노동조합 김주석 지회장(가운데)이 지난 3월 19일 오후 프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NCC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 서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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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하철노조, 민주노총 탈퇴
인천지하철노조는 지난 3월 민주노총을 탈퇴하기 위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실패한 뒤 4월 10일 재시도 끝에 민주노총을 탈퇴를
결정했다.
전날부터 이틀간 진행된 이 노조의 조합원 찬반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821명 가운데 699명(85.1%)이 참여했으며, 투표참가자 중
475명(68%)이 민주노총 탈퇴에 찬성했다.
노조는 앞으로 인천지역 공사.공단 노조협의회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전국 6개 지하철 노조로 구성된 전국지하철노조협의회를
연맹체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민노총 탈퇴안과 함께 분과위원회 중 하나인 정치위원회 폐지안도 이날 투표에서 가결됨에 따라 앞으로 정치 투쟁이 아닌
순수 노조 활동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성희 인천지하철 노조위원장은 "오늘 투표결과는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조합원들의
권익과 후생복지 등 내적인 부분을 채워가는 노조를 만들어가겠다"라고 말했다.
인천지하철노조는 2003년 6월 민주노총에 가입한 뒤 이듬해까지 2년 연속 철도파업에 적극 동참하는 등 강성 노조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2006년 1월 현 위원장이 취임하고 2003년 철도파업 참가 조합원 4명의 파면이 법원 판결로 확정되자 노조가 이들의 생활비
지원을 위해 민주노총에 매월 내던 조합비를 미납하면서 관계가 소원해졌다.
민주노총은 같은 해 9월 조합비 미납을 이유로 인천지하철노조에 대해 정권(권리정지) 처분을 내렸고, 인천지하철노조는 이후
민주노총 대의원 선거 참여 등 주요 권리 행사에서 배제돼 왔다.
인천지하철노조는 이런 가운데 조합원들 사이에 '민주노총이 정치.사회적 이슈에만 치중하고 개별 회사의 현안에는 관심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데다 최근 성폭력 은폐 파문으로 도덕성 문제까지 불거지자 민주노총 탈퇴를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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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진상규명특별위원회가 지난 3월 13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폭력사건 조사에
대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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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 움직임, 왜?
이들 노조가 민노총과의 결별을 선택하게 된 것은 민노총의 정치투쟁 지침이 현장의 실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항공사 노조는 공기업 노사관계의 대부분이 노정관계로 변하고 있는데 어떤 대화나 협상도 거부한 채 오로지 투쟁만으로
노정관계를 돌파하려는 민노총의 기조를 따를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강용규 공항공사 노조위원장은 "공기업은 노-정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중요한데 민노총처럼 투쟁만으로
정부를 이해시키려 하는 방식은 동의할 수 없다"고 탈퇴 이유를 밝혔다.
이성희 인천지하철 노조위원장도 "투표결과는 조합원들이 민노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조합원들의
권익과 후생복지 등 내적인 부분을 채워가는 노조를 만들어가겠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당장 성과를 보기 어려운 노총 차원의 사회·정치투쟁을 지양하면서 실속을 챙기는 쪽으로 단위 노조의 성향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천공항공사 노조는 작년 말 임금동결을 선언한 뒤 지난 2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노사협력 우수사례 사업장으로 선정돼
노조 위원장이 상을 받았으며 지난 3월에는 대졸 초임 삭감에도 합의했다.
민노총은 투쟁 방향에 공감하지 못하는 단위 노조는 떠나는 게 순리라며 이들 노조와 좁힐 수 없는 견해차가 존재함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단위 노조의 민노총 이탈 도미노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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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드러진 일부 단위 노조들의 민노총 이탈 현상은 민노총이 1천900여 개의 단위 노조로 구성된 점을 고려하면
미약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사진.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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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노총 출범 신호탄인가
단위 노조들의 이탈 움직임은 제3노총의 태동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 노동운동 진영은 한국노총과 민노총의 양두체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메트로, 인천지하철 노조 등 전국의 6개 지하철 노조들은 새로운 연맹체를 만들고 다른
공무원.공기업 노조들을 흡수해 새로운 연맹체를 결성하겠다고 운을 띄워 놓은 상태다.
이들은 새 연맹체가 전국 차원의 `제3노총'으로 불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들의 구상이 실현되면 노동운동 진영의 세력판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3의 길'을 지향하는 연맹체가 출범하면 기존의 양대 총연맹 조직처럼 독자적인 교섭권을 얻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연수 서울메트로 노조위원장은 "현재 민노총의 틀 안에서는 공공부문 노조가 정부나 지자체와 효율적인 교섭
구조를 갖는데 한계가 있다"며 "공공부문 노조가 새로운 교섭 틀을 가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제3노총의 출범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지하철 노조들이 전국의 여러 업종 사업장을 아우르는 민노총이나 한국노총과 같은 성격의 총연맹으로 발전하려면 단위
노조들을 포괄할 이념이나 이론의 틀을 갖춰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노동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단순히 민노총이나 한국노총을 비판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총연맹을 만들기는 어렵다"며
"확고한 이념과 비전이 갖춰지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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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규 민노총 신임 위원장이 노동현안에 대한 민노총의 입장을 전달하고 협의하기 위해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이영희
노동부 장관을 만나 얘기하고 있다. 사진.양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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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속으론 `긴장' vs 겉으론 `의연'
민노총은 최근 성폭력 파문에 이어 쏟아진 가맹 노조들의 이탈 악재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의연한 모습을
지키고 있다.
노조의 상급단체 탈퇴ㆍ가입은 일상사로, 특별한 시각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민노총은 정치투쟁에 공감하는 다수를 제외하고 이견을 보이는 소수 의견이 침소봉대되면서 현실이 왜곡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노총 관계자는 "최근 2년간 건설, 플랜트, 공공운수, 금속, 보건의료, 서비스, 공무원 노조에서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1만3천여 명씩 조합원이 늘었고 새로 생긴 지부도 많다"며 "붕괴 가능성을 운운하는 건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민노총은 또 서울메트로 노조 등의 이탈 움직임에 외부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성폭력 파문에 이은 단위 노조의 이탈 움직임이 민노총에 엄청난 악재임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위기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의 한 소식통은 "이달 초 새롭게 출범한 임성규 위원장 주도의 민노총 지도부가 떠안은 최대 과제는 외부와의 투쟁보다는
조직의 굳건한 내부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투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재은 산업부 기자 | jangje@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