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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 3명 중 1명
한국형 '니트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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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경제 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실업 상태에 놓여 있거나 취업할 의사는 있지만 취업 준비에 장기간 머무르는 한국형
‘니트족’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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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박람회장을 찾은 청년 구직자들. 기업들의 채용이 줄어들면서 일할 의사가 있는 청년 구직자들마저 니트족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진.조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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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 아니면서 직장에 다니지 않고, 그렇다고 가사를 떠맡고 있는 것도 아닌 사람. 일할 의사가 없으므로 일하기 위한
직업훈련을 받지 않으며 구직 활동조차 하지 않는 사람. 취업 의지가 없기 때문에, 취업 의사는 있으나 취업하지 못하는
실업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람. 이들을 일컫는 ‘니트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어느새 우리나라와도
무관치 않게 됐다.
니트족이란 일하지 않으려는 청년들이 늘어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영국, 일본 등에서 생겨난 신조어다.
그런데 전경련은 여기에 장기간 취업준비자까지 포함시켜 ‘한국형 청년 니트족’으로 정의했다.
다시 말해 15~29세 청년층 가운데 무급가족종사자, 실업자,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사정상 쉬고 있으나 장래 취업 의사가
있는 자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니트족 개념을 한국 실정에 맞게 재해석한 것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2008년 상반기 기준 니트족은 113만 명에 이른다. 공칭 청년실업자 32만8천 명의 3.5배에 육박한다.
특히 대졸의 경우는 고졸 및 전문대졸에 비해 니트족 비율이 훨씬 높다.
최근 대졸자들의 실업률이 높아지고 취업 준비기간이 장기화하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취업.인사 포털 인크루트(대표 이광석)가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와 함께 전국의 20~29세 청년 중 생산 활동이
가능한 1천3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도 한국형 청년 니트족이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르면 한국형 청년 니트족의 비율은 응답자의 29.3%로 취업 준비자(9.0%), 구직단념자(7.4%), 실업자(6.7%), 쉬고 있지만
장래 취업 의사가 있는 자(5.0%), 무급가족종사자(1.2%) 등의 순이다.
취업자는 39.5%이고 정규 교육기관 및 입시학원에 다니는 자가 28.2%이며 나머지 3%는 육아.가사.심신장애.입대 대기.결혼
준비 등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20대 청년은 거의 3명 중 1명꼴로 실업 상태에 있거나 장기간에 걸쳐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김모(남.28) 씨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청년 니트족 대열에 합류한 케이스. 원하는 직종에 하루라도
빨리 취업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며 외국어와 관련 업종의 지식을 연마하고 있으니 그나마 ‘취업할 의사가 있는’ 니트족에
속한다.
그는 “생계를 위해서라도 목숨을 걸고 취업 준비에 열중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좁은 취업문 앞에서 그의 얼굴은 좀처럼 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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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의 경우 고졸 및 전문대졸에 비해 니트족 비율이 훨씬 높다. 이는 대졸자들의 실업률이 높아지고,
취업 준비기간이 장기화하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사진.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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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족의 상당수가 의도적으로 취업을 미루고 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다.
한국형 청년 니트족에게 현재 자신의 상황이 불가피한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34.0%가 ‘의도적’이라고
대답했다.
대학 졸업 후 몇 년째 취업을 미루고 소일거리와 취미생활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박모(여.29) 씨가 바로 이런 부류에 속한다.
그는 “요즘 취업도 힘들고 딱히 내세울 기술이 없으니 나한테 좋은 일자리가 돌아올 것 같지도 않다”며 “다행히 경제적으로
넉넉하신 부모님에게서 용돈을 받아 생활하다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든지, 아니면 유산을 물려받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적정 취업연령을 넘어섰다고 보기 때문에 구직 활동을 펼칠 생각도 없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현재의 니트족 생활이 계속 이어지리라는 것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박 씨처럼 니트족 중에는 향후에도 현재의 니트족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인크루트 조사 결과 니트족 5명 중 2명은 앞으로 1년 정도는 니트족 신세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고 5명 중 1명은
1년 후에도 현재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최근 청년층에서 니트족이 크게 늘고 있는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구인과 구직의 부조화’를
꼽았다. 그는 “인력 수급의 불균형을 적극 타개할 수 있도록 고용 확대와 다각화 등의 대책이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측은 노동시장의 인력 수급 불일치, 정규직 과보호, 중소기업의 저조한 고학력자 흡수, 고임금으로 인한 기업의
신규 채용 위축 등이 일할 의사가 있는 청년 구직자들마저 니트족으로 몰아가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생산성을 초과하는 고임금 구조를 타파하고 학교 교육과 직업.직무 교육 간 연계를 통한 인력 공급을 확대하며 중소기업
취업 기피 현상을 해소하는 등의 다양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게 전경련의 처방이다.
한편 청년들 스스로 취업할 의사가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경희대학교 취업진로지원처 관계자는 “취업난을 겪고 있다지만
실제로 취업 관련 행사를 개최해 보면 학생들의 참여가 생각보다 저조하고 적극적이지도 않다”면서 “요즘 대학생들은
대기업을 비롯해 인지도가 높은 곳만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며 중소기업 등의 취업은 아예 포기하거나 보류하는 풍조마저
엿보인다”고 전했다.
강윤경 기자 | bookwo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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