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한 것은 현 정부가 집값 상승만큼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부동산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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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I 규제로 강남은 물론 강남 이외 지역의 주택도 안 팔리면서 강남으로 진입하려는 ‘갈아타기’ 수요가 연초에 비해 크게 줄었다.
사진.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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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또다시 ‘금융 규제’ 카드를 빼들었다.
지난 9월7일 총부채상환비율(DTI=Debt To Income) 적용 지역을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한 데 이어 한 달 후인 10월8일에는
제2금융권까지 적용 범위를 넓힌 것이다.
DTI란 자신의 총 소득에서 연간 부채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키는 것으로 소득이 많고 적음에 따라 금융기관의 대출액이
제한되는 제도다.
DTI는 참여정부 때 국내 주택금융시장에 처음 도입됐으나 지난해부터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자 현 정부가 집값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역을 투기지역 또는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면서 이 규제도 자연스레 풀렸다.
그러던 정부가 지난 9월 DTI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다시 확대한 것은 ‘이명박 정부=부동산 규제 완화’라는 종전의 이미지를
뒤엎기에 충분했다.
동시에 현 정부 역시 집값 상승만큼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첫 ‘신호’를 보낸 것이어서 부동산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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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I란 자신의 총 소득에서 연간 부채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으로, 소득이 많고 적음에 따라 금융기관의 대출액이 제한된다.
사진은 DTI 규제로 주택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선 가운데, 부동산 시세판을 바라보는 한 시민 사진.황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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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기 선제적 효과 노려
금융 당국은 투기지역인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로 제한된 DTI 규제를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비투기지역까지 확대했다.
서울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액이 5천만 원을 초과하면 DTI가 50%로 제한되고 인천.경기 지역은 60%이며 강남 3구는 종전처럼
40~50%로유지된다.
금융 감독 당국이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 DTI 규제를 가하기로 한 것은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들썩이는 집값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강남권은 지난해 세계 금융 위기 이후 하락했던 시세를 모두 회복했고 강남구 개포 주공 등 일부 재건축단지는 2006년 말의
역대 최고가를 뛰어넘으면서 ‘재건축 거품론’까지 재등장했을 정도다.
그런 가운데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3개월 연속 4조 원대 증가세를 이어가며 주택시장의 불안 심리를 부추겼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주택시장으로 흘러가는 돈줄을 조이려고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보다 정책 효과가
큰 DTI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부는 사정이 그래도 여의치 않자 한 달 뒤인 10월 초에는 DTI 규제를 수도권 비투기지역의
제2금융권까지 확대했다.
은행에서 주택시장으로 흘러가는 돈줄을 조이자 제2금융권인 비은행으로 자금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실제 연초까지만 해도 감소세를 보이던 비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3, 4월에 각각 1천억 원과 4천억 원이 늘어나는 소폭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7월과 8월에는 각각 1조1천억 원과 1조2천억 원이 순증한 데 이어 9월에는 수도권 비투기지역 은행 주택담보대출에 DTI
규제가 적용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1조3천억 원이나 급증했으니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지 않을 수도 없었다.
정부는 그러나 DTI 규제 대상에서 아파트 중도금.잔금 등 집단 대출과 미분양 주택의 담보대출은 제외시켰다.
신규 분양까지 DTI를 적용하면 미분양 주택이 완전히 소진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시장을 다시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집값이 오르지 않은 지방과 서민이나 실수요자가 주로 이용하는 5천만 원의 이하의 대출(전 금융기관 합산)도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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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감독 당국이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 DTI 규제를 가한 것은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들썩이는 집값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사진.연합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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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가격 최고 1억 원 하락, 강북도 위축
정부가 대출을 강화하자 재건축시장은 매수세 위축에 가격 하락 현상이 두드러지는 등 차갑게 식고 있다.
작은 재료 하나에 가격이 요동치는 ‘롤러코스터’ 장세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112m2(34평)형은 지난 9월 초의 12억4천만~12억5천만 원에서 10월 초에는 11억8천만 원선으로 최고
7천만 원이나 떨어졌다.
올해 최고 거래가인 7월 중순의 13억 원과 비교하면 1억2천만 원이나 하락한 것이다.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도 추석 이후 1천만~2천만 원가량 약세를 보이면서 DTI 규제 한 달 동안 최고가 대비 5천만~6천만 원이 내렸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DTI 규제로 강남은 물론 강남 이외 지역의 주택도 안 팔리다 보니 강남으로 진입하려는 ‘갈아타기’
수요가 연초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DTI 규제 확대 시행 이후 6주 만에 서울 재건축 아파트단지의 시가총액이 1천400여억 원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북도 DTI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중소형 아파트단지는 DTI 규제 이전에 비해 매매 값이 소폭 하락하면서 거래가 뚝 끊겼다.
강북 아파트 구입자는 특히 강남 재건축과 달리 목돈을 갖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 DTI 피해가 크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한 중개업소는 “소득이 많고 자금 여유가 있는 강남권 매수자에 비해 강북 주민들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DTI 규제가 서민을 죽이는 정책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올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던 기존 주택의 집값은 강남.북을 불문하고 10월 들어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섰으나 DTI 규제 대상에서
빠진 분양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며 대조를 보이고 있다.
DTI 규제가 기존 주택에만 한정되는 데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최근 동시 분양을 시작한 인천 영종 하늘도시와 인천 청라지구 모델하우스는 방문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보금자리주택
민원실도 상담자들로 넘치고 있다. 아울러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의 미분양 주택 소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DTI 확대 단기 가격 안정 기여, 적정성 논란도
사실 이번 DTI 확대 조치는 금융 당국에 의해 전격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있다.
발표 당시만 해도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는 최근까지만 해도 집값 상승세에 대해 세계 금융 위기의 충격으로 크게 떨어졌다가
기술적으로 반등한 것이라는 판단 아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금융 당국은 그러나 관련 부처의 의견보다는 재건축 가격이 연일 상승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와 늘어나는 주택담보대출액에
주목했고 더 이상 방관했다가는 집값도 못 잡고 무엇보다도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측면에 무게를 뒀다.
제도 확대 한 달 만에 재건축 등 집값이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이런 조치는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DTI 확대가 좀 이른 감이 없지 않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최근 들어 집값이 오르긴 했지만 이른바 ‘버블 세븐’이나 재건축 등 일부 지역에 국지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며 수도권 전체의
집값이 불안해진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지방은 경제 위기 이후 꺼진 불씨가 되살아나기도 전에 수도권 주택시장이 위축될 경우 동반 침체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투자심리가 살아나야 지방의 투자심리도 회복되는 ‘온돌효과’를 의식한 견해다.
서민 생계형 대출도 위축될 소지가 없지 않다. 자영업자 등 서민들은 제2금융기관 등에 자신의 집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려
사업자금으로 충당하거나 생활비에 보태 왔다.
그러나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자금을 차단하려는 이번 조치로 인해 서민 대출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걱정한다. DTI 규제는 ‘양날의 칼’이다. 금융 당국이 올바른 정책을 내놔야 어느 한 쪽이 다치지 않는다.
어쨌든 DTI 규제 확대의 여파로 당분간 수도권 집값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남은 문제는 금리다.
DTI 규제가 확대된 마당에 금융 당국이 금리 인상 시기를 신중하지 저울질하지 않는다면 이제 막 회복 단계로 올라선 경제에
다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미숙 산업부 기자 | sms@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