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정감사에서 한국은 ‘IT 강국’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각종 서비스와 기술의 답보등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 걸쳐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이버대란, 휴대전화 국산화율 열악, 와이브로.IPTV의 부진 등 개선을 서두르는 시급한 과제들에 대해 정부는 IT 핵심
전략사업에 5년간 189조 원을 쏟아 붓겠다고 밝히고 특히 IT산업 경쟁력의 원천인 소프트웨어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
한
국은 초고속 인터넷보급률 세계 1위를 비롯해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 수출의 3분의 1을 정보기술(IT)가 책임진다.
‘IT로 먹고 사는 나라’라도 하나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IT 강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IT 기술과 서비스가 곳곳에서 답보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은 국정감사 요구자료집에는 IT의 ‘씁쓸한 자화상’이 잘 드러나 있다.
무엇보다도 취약한 인터넷 보안이 문제다. ‘7·7 인터넷 대란’ 때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을 받은 국내 사이트는 34개,
손상된 PC는 1천466대로 각각 집계됐지만 피해액은 산출조차 되지 않았다.
정보보호전문가(SIS) 자격증을 가진 민간 보안전문가는 1~2급을 합해 371명에 불과하고 인터넷진흥원 소속 보안전문가는 41명뿐이다.
정부가 차세대 산업으로 육성하는 와이브로(휴대인터넷) 또한 지리멸렬이다.
와이브로 상용 서비스가 2006년 개시된 이후 올 6월까지 매출액은 KT 401억 원, SK텔레콤 8억 원 등 모두 409억 원뿐이다.
두 회사가 와이브로 서비스에 투자한 1조4천412억 원에 마케팅 비용 4천470억 원을 합한 1조8천882억 원에 비하면 2.2%에 불과하다.
가입자도 37만여 명에 불과하고 해외 진출은 요르단과 우즈베키스탄 2곳에 그치고 있다.
휴대전화 국산화가 꽤 진척됐다지만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은 0%이고 카메라, 안테나, 케이스 등 주변 부품의 국산 채용률만
70% 수준이다.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을 1995년 상용화했으나 원천 기술을 보유한 퀄컴에 지급한 로열티는 2006년까지만
계산해도 3조 원이다.
정보통신부 해체 후 IT정책 당국이 행정안전부, 문화관광체육부, 방통위로 갈라지면서 IT정책 총괄 부처가 없어진 데 대해
‘IT산업에 뜻이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홍재형 민주당 의원은 한국정보화진흥원 국정감사에서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고라지만 여타 산업과 IT를 융합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발전시켜야 앞으로 먹을거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현 정부가 4대강 사업에만 힘을 쏟으며
토건국가화됨에 따라 IT산업의 경쟁력이 추락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국제적 경제력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매년 실시하는 IT경쟁력 지수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16위로 지난해 8위보다 무려 8계단이나 떨어졌다.
 |
|
SK텔레콤은 지난 5월 20일 요르단 암만 소재 쿨라콤 본사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남영찬 SK텔레콤 부사장,
마이크 페너 쿨라콤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와이브로 상용 서비스 개통식을 갖고, 한국 와이브로 기술의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알렸다. 사진.연합DB
|
|
사이버 대란 되풀이
앞선 인터넷 기반 기술 등으로 정보화 세상을 주도해 온 한국은 지난 7월 DDos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IT 강국의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1999년 CIH 바이러스 피해와 2003년 인터넷 대란 등을 겪고도 대비책 마련에 소홀했으니 사이버 테러가 일어날 때마다 초기
대응을 제때에 못해 사태를 확산시키고 허둥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각 부처는 사이버 테러 와중에도 설익은 대책을 경쟁적으로 발표해 혼선을 불러일으키며 보안 컨트롤 타워 부재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인터넷 이용자들의 낮은 보안 의식 수준이 사태를 더욱 키운 요인으로 지적됐다.
보안전문가들은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제대로 검사만 했어도 좀비 PC가 늘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과 일본 등은 IT 분야 예산의 10%를 정보 보안 분야에 투입하나 우리는 고작 1%만 쓸 정도로 보안 의식이 턱없이 낮다.
‘보안서버 보급 현황과 국내 인터넷 위상’에 관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가 세계 5위이고
정보통신기술 발전지수도 2위를 올랐지만 올 3월 현재 보안서버 보급 현황은 16위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51위보다는 크게 개선됐지만 아직도 보안 선진국에는 한참 못 미친다.
이에 대해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IT 인프라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민?관 모두 보안에 대한 투자는 될 수 있으면
아껴야 할 비용으로 여길 만큼 보안 의식은 후진국”이라고 말하고 “사고가 터지면 호들갑을 떨다가 정작 정책에는 아무 것도
반영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
|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오른쪽)이 10월 9일 오전 서울 충정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에서 IPTV
100만번째 개통의 행운을 맞은 강동구 명일동 이은경 씨에게 최신형 TV를 기념 선물로 증정하고 있다.
사진.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제공
|
|
와이브로?IPTV 부진
정부가 차세대 산업으로 꼽는 와이브로와 IPTV(인터넷TV)는 기업의 투자가 허가 당시 의 계획과 조건에 크게 못 미친다.
KT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와이브로 사업에 7천958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나 실제 집행은 7천303억 원에 그쳤고
6천644억 원을 투자하겠다던 SK텔레콤도 6천213억 원만 집행했다.
두 회사의 투자 이행률은 각각 92%와 93%다. KT가 작년 말까지 84개 시에 와이브로망 구축을 완료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현재 28개 시에 머물고 있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IPTV 투자도 ‘일부 부진’이라는 평가가 내려졌다. KT,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 3사는 당초 IPTV 설비와 콘텐츠에 8천527억 원을
금년에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상반기에는 2천834억 원에 그쳤다.
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해 8월 IPTV 분야의 인프라 구축에 앞으로 5년간 3조6천억 원, 콘텐츠에 1조2천억 원 등 모두
4조8천억 원이 투자돼 9조8천억 원의 생산 유발 및 3만9천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IPTV의 실시간 방송 서비스 개시 이후 반년이 지났지만 ‘IPTV 시장은 블루오션인가, 아니면 레드오션인가’라는 논
쟁이 여전하다. IPTV의 실시간 방송 가입자가 100여만 명밖에 안 될 정도로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탓이다.
휴대전화 국산화율 열악
삼성, LG 등의 휴대전화가 전 세계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정작 원천기술 국산화율은 참담하다.
무선고주파집적회로(RFIC), 베이스밴드(통신용 프로세서), 무선통신칩, 위성항법장치(GPS) 칩, 센서 칩 등 휴대전화 핵심
부품의 국산품 채용률은 0%다.
특히 휴대전화와 기지국 사이의 송수신을 위한 장치인 RF 관련 부품은 외국에 비해 기술경쟁력이 뒤지지 않는데도 국산 부품
채용률은 33%에 지나지 않는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의 패널과 드라이버 집적회로(IC), 전원장치의 배터리보호회로(PCM)와 셀,
온도보상형수정발진기(TCXO) 및 크리스털도 국산품 채용률이 10∼59%에 그치고 있다.
CDMA 원천 기술을 보유사인 퀄컴에 대한 로열티는 내수용이 단말기 판매가격의 5.25%를 13년간, 수출용은 단말기
판매가격의 5.75%를 15년간 각각 지급해야 한다.
휴대전화를 교체하지 않고도 이동통신 서비스회사를 옮길 수 있는 장치인 범용가입자식별모듈(USIM) 카드의 정착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도 로열티 급증에 한몫 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USIM 카드의 사업자 간 이동이 가능해졌지만 이동통신사들의
비협조로 단말기는 그대로 사용하면서 USIM 카드를 활용해 통신사를 바꾼 가입자는 2만9천여 명에 불과하다.
소프트웨어 적극투자 절실
반도체, 휴대전화, LCD, 디지털TV 등이 세계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지만 소프트웨어산업은 15위로 축 쳐져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시장은 85억 달러 규모로 전 세계의 8천41억 달러에 비해 1.1%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이 소프트웨어 약소국이 된 것은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낮고 제도적 장치도 미비하기 때문이다.
IT산업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중요도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소프트웨어시장은 반도체의 3배, 휴대전화의 6배다.
부가가치율도 28.7%로 자동차(20.6%)나 컴퓨터 (11.5%)보다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매출 10억 원 당 제조업 고용은 0.9명이지만 소프트웨어산업은 6.4명이나 된다.
IT 분야 조사전문기관인 IDC는 당분간 세계 IT시장이 정체할 것으로 예상하고 다만 하드웨어의 하락세는 두드러지는 반면
소프트웨어는 소폭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드웨어 강국이자 소프트웨어 약소국인 한국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현 정부 들어 정통부 해체를 비롯해 IT 분야가 우선순위에서 배제됐다며 ‘IT 홀대’에 대한 업계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9월2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주관한 ‘IT 코리아 미래전략회의’가 IT업계의 민심을 되돌릴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미래기획위원회는 IT 핵심 전략사업에 5년간 189조 원을 쏟아 붓겠다고 밝히고 특히 IT산업 경쟁력의 원천인 소프트웨어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융합 소프트웨어 발전을 위해 지난해 3개에 그친 글로벌 100대 IT서비스 기업을 2013년까지 6개로 늘리고
지금은 전무한 글로벌 100대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을 2개 창출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설정했다.
업계는 국가 중추 산업이자 앞으로 녹색 및 신성장 시대를 주도할 IT산업의 위상과 역량을 뒤늦게나마 인정한 것이라며
일단 환영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IT특보 신설 등 관심을 보이고 산업 진흥 계획을 밝힌 것이 구체적인 정책과 집행으로 이어지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130억 달러 적자였다.
그나마 IT산업이 600억 달러에 가까운 흑자를 올려 세계적 불황의 타격을 크게 줄여준 덕분이다.
인프라 구축에 아직도 미비한 점이 있지만, IT 분야는 앞으로 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할 것이다. IT 산업이 성장동력을
잃지 않도록 적극적인 정책적인 육성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성철 기자 | wakaru@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