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 문예회관에도 돈 퍼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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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222억 원을 들인 호화 신청사로 논란을 빚은 경기도 성남시 여수동 성남시청 신청사 개청식이 18일 오후 많은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사진 신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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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궁 방불케 하는 지자체 청사
경기도 성남시가 호화 청사 건립에 이은 호화 개청식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신청사는 지상 9층, 지하 2층에 연면적 7만4천452㎡로 건축비는 1천610억 원에 부지 매입비를 합하면 모두 3천222억 원이 들어갔다.
인구 100만 명에도 훨씬 못 미치는 성남시의 청사가 1천만 명이 사는 서울시가 새로 짓는 청사(연면적 9만㎡에 공사비 2천288억 원)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면 ”해도 너무 한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게다.
건물 1층 로비 벽과 바닥은 수입 대리석과 화강석으로 치장하는 등 그야말로 호화판이다.
특히 시장실의 면적은 282㎡로 경기도지사실보다도 48㎡가 넓다.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지방자치단체장 집무실 기준면적(165.3㎡)을
훨씬 웃돈다. 집무용 사무실 92㎡에 침대 등 휴식시설을 갖춘 내실 16㎡와 화장실 22㎡를 합해 시장 전용으로 130㎡나 배정됐다.
여기에 비서실 81㎡, 접견실 48㎡, 탕비실 13㎡, 준비실 10㎡ 등 부속시설이 152㎡다.
또 5층에서 9층 시장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가 별도로 설치됐고 농구코트 1.9배 넓이의 시 홍보관이 공사 중이다.
11월18일 개청식에는 연예인 초청비, 불꽃놀이 비용, 신종 플루 예방장비 설치비, 행사진행비 등 총 2억7천만 원을 사용,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용인시 청사도 대표적인 호화 청사로 꼽힌다.
시청이 산하 기관들과 함께 2005년 8월 입주한 문화복지행정타운은 8만1천400여㎡ 부지에 연면적 7만9천500여㎡로 땅값을
제외하고도 1천600여억 원의 건축비가 투입됐다.
기초자치단체의 청사로는 전국 최대 규모일뿐더러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본관보다도 크다. 외벽 대부분이 유리로 마감된
용인행정타운은 공사 초기부터 "인구 70만 명(당시)의 기초자치단체 청사로는 너무 크고 화려하다"는 호된 질책을 받았다.
“시민에게 행정.복지.문화.보건 등 다양한 민원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의 해명은 군색함이 잔뜩 묻어난다.
의원 21명에 할당한 면적이 1인당 200㎡를 넘는 시의회도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용산구청은 지하 5층, 지상 10층 규모로 땅값 240억 원을 포함해 1천520억 원이 들었다.
청사에는 800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300석 규모의 소공연장, 보건소, 구의회도 입주해 있다.
청사 건립에 공사비 1천180억 원을 투입한 서울 금천구청은 "재정자립도는 꼴찌이면서 청사만큼은 호화판"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은 케이스. 서울 관악구청도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통유리와 현란한 조명으로 '호화 청사' 반열에 올랐다.
지하 2층, 지상 10층에 연면적 3만1475㎡의 청사를 짓느라 서울시 지원 432억 원을 합해 910억 원을 퍼부었다.
인천시 옹진군은 2006년 351억 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의 청사를 지었다.
인구 1만5천 명에 불과한 작은 군이 연간 예산의 3분의 1에 가까운 거액을 청사 건립에 쏟아 붓는 것은 한심한 짓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지자체의 '호화 청사' 신축은 더 이상 어렵게 됐다.
행안부가 기준을 초과하는 청사를 짓는 지자체에 대해서는 교부세 감액과 같은 불이익을 주기로 한 데 이어 지난 6월부터는
지자체의 청사 건립 때 의무적으로 행안부 장관이 정하는 전문기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하도록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고쳤기
때문이다. 이는 지자체가 자체 선정하는 조사기관의 타당성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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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개관 예정인 제주 문화예술의 요람 '제주아트센터' 조감도. 사진 김호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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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 주민센터.문화회관도 문제
뮤지컬 전용극장과 실내 골프연습장, 헬스장 등을 갖춘 서울 강남구의 855억 원짜리 `명품 주민센터(옛 동사무소)'도 화제다.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옛 부지(2천812㎡)에 지하 5층, 지상 6층, 연면적 1만4천443㎡ 규모로 들어서는 도곡1동주민센터에는
공사비 573억 원, 설계비 24억 원, 감리비 23억 원 등 강남구 예산 623억3천100만 원이 투입된다.
올해 2월 2만9천314㎡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13층 규모로 개청한 울산광역시의 신청사 건축비 636억 원(부지 비용 제외)과 맞먹는
수준이다. 부지 구입비 232억 원을 합하면 아마도 전국에서 가장 비싼 주민센터로 자리매김할 게 틀림없다.
인구 16만7천 명의 안동시는 안동시민회관의 `무대가 좁고 시설이 낡았다'는 이유로 공사비는 495억 원을 들여 1천석짜리
대공연장과 288석짜리 소공연장을 갖춘 안동문화예술회관을 새로 짓고 있다.
독일식 무대 개폐장치 등 유럽산 고급 설비를 들여놓는 대공연장은 대형 오페라 공연도 가능하다.
회관 내에는 국제경기가 가능한 24레인의 볼링장과 4개 국 동시통역이 가능한 국제회의장도 들어선다.
문제는 시민들의 부담이다.
이 사업은 민간 사업자가 지어 지자체에 임대하는 민간투자사업(BTL) 방식으로 시가 20년간 임대료 등으로 지불해야 하는 돈이
공사비의 3배에 가까운 1천300여억 원에 이른다.
강원 인제군은 367억 원을 들여 올 8월 공연장과 스포츠센터 등을 갖춘 `인제하늘내린센터'를 개관했다.
연극과 뮤지컬은 물론 오페라 공연도 가능한 극장 제어부는 독일산, 무대장치는 이탈리아산, 조명시설은 일본산 등으로 국내
어느 고급 문화시설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686석짜리 대공연장은 한 달에 한 번씩 예술 공연과 영화 상영이 있을 뿐 연중 대부분 텅 비어 있다.
개관 후 지금껏 외부 대관은 딱 한 번 있었다.
제주시는 892석짜리 대공연장과 200석짜리 소공연장을 갖춘 제주도문예회관이 있는데도 2006년 1월부터 `제주아트센터'를 새로
짓고 있으나 마지막 예산 확보에 진통을 겪어 올해 말 완공 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전남 장성군은 총 900석 규모의 장성문화예술회관을 짓고 있으나 인접한 광주시 운암동에 1천700석의 대공연장을 갖춘
광주문화예술회관이 있어 "중복 투자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지역 발전과 문화 저변 확대라는 명분을 내걸고 지자체들이 저마다 문화예술회관 건립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문화예술회관을 새로 짓거나 기존 회관을 리모델링하는 지자체에 국비가
지원된 사례는 올해에만 21건에 달한다.
2007년에는 7곳, 지난해는 4곳의 문화예술회관이 완공됐다.
그러나 문화예술회관에 대한 국비 지원은 최대 20억 원뿐이다.
나머지는 시비나 군비 등 주민들의 ‘혈세’로 충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자체의 중복ㆍ낭비 투자를 막으려면 중앙정부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타당성 심사를 대폭 강화해 도를 넘는 것으로 판단되면 강력한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사태를 예방하려면 뭐니 뭐니 해도 주민들의 날카로운 ‘감시의 눈길’이 제일이다.
혈세를 허투루 쓴 것으로 드러나면 철저히 책임을 추궁하고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낙선시키는 전통이 굳어져야 지자체장들의
못된 낭비벽을 뜯어고칠 수 있을 것이다.
주성남 기자 | jsn@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