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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막걸리 이어
피죤도 한-일 상표권
분쟁
도용당한 상표권 회복에는 시간.비용 많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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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 야영장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술축제에 참가한 관람객들이 행사에 출품된 전통주를 맛보고 있다.
행사에 포천막걸리, 강화탁주, 안동소주 등 국내 25개 전통주 제조업체 200여종의 명주가 선보였다. 사진 구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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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늦은 상표권 등록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일본 기업들에 의해 뒤통수를 맞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우리 막걸리의 대표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포천막걸리와 포천일동막걸리에 대한 일본 내 상표권을 일본 업체가 이미 선점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섬유유연제 '피죤(PIGEON)'도 한국과 일본 사이의 상표권 분쟁에 휘말렸다.
상표권 분쟁은 국내 기업들의 국외 진출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는 사안이다.
우리의 전통주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는 막걸리에 대해 일본 기업이 먼저 상표권을 등록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막걸리를 일본에 수출하고 있는 ㈜상신주가 등 포천의 8개 막걸리 생산업체는 일본 수출에 타격이 오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 10월 2만7천L(4천만 원 상당)를 일본에 수출한 김형채 상신주가 대표이사는 "매출 규모가 작은 때문인지
당장은 일본 업체에서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그대로 수출하고 있지만 만약 상표법 위반으로 제소할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업체가 포천막걸리 상표권자?
국내 막걸리 생산업체들이 상표 등록을 하지 않은 이유는 지명(地名)이 들어간 경우는 상표권으로 인정하지 않는 국내법 때문이다.
포천시는 서장원 시장과 이중효 시의회의장, 포천막걸리 생산업체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 내 상품 보호를 위한 대책을
논의한 끝에 지리적 표시단체 표장 등록을 추진하기로 했다.
포천시는 이른 시일 안에 막걸리 생산자단체를 구성하고 연내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지리적 표시단체 표장 등록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지리적 표시단체 표장이란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원산지임을 내세워 생산자단체가 농산물품질관리원에 등록하는 것으로
상표권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일본 당국에 포천막걸리와 포천일동막걸리 상표를 등록한 현지 기업은 ㈜청풍이다.
박정식 청풍 대표는 "최근 일본에서 건강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막걸리에 대한 일본 기업의 상표 선점을 막기 위해
등록한 것"이라고 밝히고 "일본 기업이 막걸리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상표를 등록한 것처럼 알려진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박 대표는 "우리 회사는 3년째 한국 주류회사에서 일동막걸리를 수입해 일본 시장에 내놓고 있다"고 말하고 "일본 특허청에
상표가 등록된 건 2007년인데 왜 지금 와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되레 반문했다.
그는 상표권을 행사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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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피죤이 뿌리는 즉시 세균제거가 가능한 항균 스프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피죤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신종플루 예방을 위해 지하철과 화장실 등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80ml) 항균스프레이도
출시했다. 사진 안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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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막걸리 상표권 분쟁에 이어 국내 섬유유연제의 대명사로 불리는 피죤도 일본 업체와 상표권 분쟁을 빚고 있다.
1978년에 설립된 ㈜피죤은 '빨래엔 피죤'이라는 광고로 국내 섬유유연제의 선두두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상호가 유사한 일본의 `피죤 가부시키가이샤(이하 재팬 피죤)'의 얄팍한 상혼 때문에 30년 넘게 쌓아온 피죤의 상표권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병, 젖꼭지 등 유아용품을 주로 제조, 판매하는 재팬피죤은 유아용품 부문에 등록한 ‘피죤’ 상표를 기반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피죤은 상호가 유사한 재팬피죤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기보다는 협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1999년 상표 사용 라이선스 및 독점 수입ㆍ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재팬피죤의 일부 제품을 들여와 판매했다.
㈜피죤은 일부 유아용품에 대한 자체 상표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독자적인 시장 진출을 자제하고 재팬피죤 제품의 판매에
주력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재팬피죤은 중국 등 해외 여러 국가에서 ㈜피죤이 주력으로 취급하는 세제류와 섬유유연제 등의 상품군에 대해서도
`PIGEON(피죤)'을 자사 상표로 출원했다.
이 때문에 이들 해외 시장에서 피죤의 상표 등록 출원이 불가능해졌고 피죤의 영문 브랜드인 `PIGEON'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재팬피죤은 피죤이 이들 국가에서 `PIGEON' 상표를 사용할 경우 로열티를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피죤은 10여 년간 유지해 온 재팬피죤과의 유아용품 수입판매계약을 내년 1월31일자로 끝내고 국내 시장에서 고유
브랜드를 지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문제는 양사의 계약 종료 이후다.
재팬피죤은 다른 국내 업체와 제휴해 '피죤' 상표로 유아용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국내 생활용품시장에서 쌓아온 피죤의 인지도를 이용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소비자들은 재팬피죤 제품을 피죤 제품으로 혼돈하고 구입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피죤은 계약이 해지되는 내년 2월부터 유아용품 사업에 본격 진출해 맞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국내외 시장에서 피죤과 재팬피죤의 대립 구도가 불가피해진 셈이다.
몇 년 전에도 한국담배인삼공사가 중국에 도용당한 정관장의 상표권을 다시 찾아오느라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일이
있었으나 국내 업계가 상표권을 소홀히 여기는 관행은 별로 개선되지 않은 듯하다.
이번에 또다시 일본에 포천막걸리와 피죤의 상표를 도둑맞게 생긴 것도 그 때문이다.
이제라도 재산권의 일종인 상표권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인식을 높일 발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주성남 기자 | js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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