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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cces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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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반대말은 '여가'가 아니라 '나태'
사람들은 ‘일’에 반대되는 말을 ‘여가’나 ‘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가는 일의
반대말이 아니다. 일의 반대말은 나태다. 사람들이 헷갈리는 이유는 지금까지 일은 남이
시켜서 하는 행위로만 여겨왔기 때문이다.
일이란 내가 자발적으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라 그저 ‘남의 돈을 따먹는’
행위였을 뿐이다. 일의 주인이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더럽고 아니꼽지만 참고
견뎌야만 하는 것이 일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의 반대말은 여가나 놀이가 아니라 나태가 된다. 놀듯
이 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의 주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일의 반대말은 여가다. 일은 재미없고
여가나 놀이만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놀기 위해 일한다. 그리고 외친다. “Thanks god,
it's Friday!”
직원들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경영자들도 마찬가지다. 경영자의 눈에는 직원들
이 모두 어떻게 하면 ‘적게 일하고 많이 가져갈 수 있을까’만을 생각하는 염치없는 인간들로
여겨진다.
따라서 경영이란 직원들이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
한다. 직원들이 회사에 머무는 시간만은 가능한 한 딴 생각하지 않고 일에 몰두하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골몰한다.
온갖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직원들이 일에 몰두하도록 노력해보지만 그 것도 한 때뿐이
다. 갈수록 더 많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웬만한 인센티브로는 직원들을 감동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영자들은 항상 걱정이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할 수 있을까?
남의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은 애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이다. 날씨가 화창한 일요일, 아이들이 아침부터 텔레비전 앞에서 넋을 놓고 있다. 아
이들에게 TV 그만 보고 동네 한 바퀴 돌자고 넌지시 이야기해 본다. 하지만 아이들은 밖
에 나가 할 일이 별로 없다며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한다.
이런 상황에서 “TV 그만 보고 나가 놀아!”라고 고함치는 방식은 부모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에서 최악이다. 나름대로 작전을 구사하는 부모는 “TV 그만 보고 산책 나가면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서 아이스크림 사줄게”라고 유혹한다.
자신이 회사에서 인센티브에 길들여진 그대로다. 하지만 아이들도 자신과 그리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천 원짜리 아이스크림에 만족하더니 이제는 만 원이 훌쩍 넘는 ‘변신-합체’
장난감이 아니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좀 더 머리가 좋은 부모는 아주 교묘한 전략을 짜낸다. “지금 나가 놀기에 너무 좋은 날씨
고 너희 친구들은 벌써 놀이터에서 놀고 있지만 너희들은 오늘 집에서 하루 종일 TV만 봐야 돼!”
저항심리를 유도하는 ‘역(逆)심리학’이다.
가끔은 이런 전략이 통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당장 TV를 끄고 나가 놀게 해달라고 졸라댄
다. 한두 번은 신발 끈을 채 묶지도 않고 뛰어 나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하겠지만
이 부모는 조만간 아이들의 조소와 경멸(?)이 섞인 반응을 겪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은 똑같은
방식으로 부모를 시험하려 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아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제 TV는 그만 보고 나가 노는 것이 좋겠다. TV가 그렇게 보고 싶다면 선택해라. 30분만 더 TV보고
나가서 놀래? 아니면 지금 나가서 놀고 점심 먹기 전에 한 시간 동안 TV 볼래?”
아이들은 약간의 갈등을 겪겠지만 그리 큰 부담 없이 두 가지 옵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 부모
또한 불필요한 강요나 협박을 동원하지 않고 아이들을 TV 앞에서 떠나게 하는데 성공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 일에 한해서만 책임진다. 내가 선택했다는 느낌이 있을 때 그 일
의 주인이 된다는 얘기다. 통제의 주인은 경영자가 아니라 나 스스로라고 생각할 때 회사 일
을 자신의 일처럼 하게 된다.
통제나 선택의 주인이 자신이 아니라고 여길 때 사람들은 자존심이 상한다. 아이스크림과
같은 인센티브로 움직이기도 하지만 그것도 자신의 자존심이 망가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만 가능하다.
사람들이 자존심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두 집단의
사람들에게 정말 재미없는 영화를 보여준다. 영화를 본 후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에
게 그 영화가 무척 재미있다고 거짓말을 하도록 시킨다.
이 때 A집단에는 거짓말의 대가로 100달러를 주고, B집단에는 1달러를 준다. 그 후 실험
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본인들은 솔직히 그 영화가 재미있었느냐고? 그랬더니 두
집단 중 한 집단의 사람들은 “정말 재미있었다”고 대답했다.
과연 어느 집단의 사람들이 아무도 재미없다고 하는 영화를 재미있다고 느꼈겠는가? 언
뜻 생각하기에는 100달러를 받은 사람들이 영화를 재미있다고 느꼈을 것 같다. 그러나 실
제는 정반대다. 1달러를 받은 사람들이 그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봤다고 대답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1달러를 받은 사람들은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100달러를 받은 사람들은 그 단순한 거
짓말에 비해 과분한 보상이라 느끼며 기꺼이 그 영화가 재미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1
달러를 받은 사람들은 불과 1달러에 거짓말을 하려니 자존심이 상한다.
이렇게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을 피하는 방법은 유일하다. 차라리 그 영화를 정말 재
미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영화가 재미있다고 느껴 버리면 돈 1달러에 거짓말을 해야 하는 어
처구니없는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된다. 인센티브와 같은 보상을 통해 행동을 유도하는 것도
그리 오래 갈 수 없다. 100달러를 받고 거짓말을 하는 것도 그 때뿐이라는 이야기다.
한 유치원에서 심리학자들이 행한 보상의 결과에 대한 실험도 있다. 아이들이 칠판에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있었다. 이 유치원의 아이들을 세 집단으로 나눴다. 우선 A집단의 어린이들에
게는 예쁜 그림을 그리면 상품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그림을 다 그린 후 약속대로 상품을
줬다. 나머지 두 집단의 어린이들에게는 별다른 약속 없이 그림을 그리라고 했다. 그러나
그림을 다 그린 후 B집단의 어린이들에게도 A집단의 어린이와 마찬가지로 상품을 줬다. C집단의
어린이들에게만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았다.
며칠 후 그 유치원을 방문해 아이들이 칠판에 그림 그리는 놀이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
았다. 그 결과 각 집단에 따라 그림 그리기 놀이를 하는 시간이 크게 달라져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A집단 어린이들의 그림 그리기 놀이 시간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 있었다. 반면
B집단의 어린이와 C집단의 어린이들은 지난번에 비해 더 오랜 시간 그림 그리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특히 아무런 보상을 받지 않았던 C집단의 어린이들이 가장 오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다양한 보상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보상이 사라지는 순간, 더 이상 그 일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아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오직 월급
과 인센티브만으로 직원들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영자가 있다면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보상에 대한 기대는 갈수록 커질 뿐 아니라 어느 정도가 지나면 웬만한 보상에는 전혀 감
동하지 않는다. 이런 직원들에게 괘씸하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경영자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직원들은 자존심을 버린 대신 보상을 선택했기 때문에 보상에 대한 기대가 어긋나는
순간, 바로 자신의 자존심을 되찾으려 한다. 또 이렇게 되찾은 자존심을 이전에 비해 더
강하게 지키려고 애쓴다.
20세기적 기업경영의 핵심은 다양한 금전적 인센티브로 사람들의 노동의욕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능력 있는 직원들은 더 높은 보상을 찾아 다른 직장으로 떠난다. 결국
뛰어난 인재를 붙잡으려면 갈수록 높은 보상을 약속해야만 한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그러나 보상을 약속하면서 잡을 수 있는 사람들조차도 갈수록 줄어든다. 돈으로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다른 종류의 인간들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우선 개인주의형 인간들이
늘어났다. 이들은 금전적 인센티브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에게 조직에
대한 충성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이들은 개인의 행복을 극대화하려는 사람들이다. 재미가 엇으면 언제든지 직장을 떠날
수 있다. 오늘날 IT 관련 산업에서 일하는 젊은 엘리트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들
에게 일이란 재미와 결부돼 있다. 일 자체와 일터에서의 재미가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직장은
의미를 상실한다. 이들에게는 주말의 또 다른 삶이 매우 중요하다. 직장의 삶이 주말의
삶을 방해한다면 언제든지 직장을 포기할 수 있다.
또 다른 종류의 인간형도 있다. 이들은 가족주의형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이 적당할
것 같다. 가족주의형 인간들은 직장에서의 성공이 그리 큰 의미가 없다. 이들의 궁극적
관심은 훌륭한 아빠, 착한 남편이 되는 일이다. 보다 높은 지위를 보장해주고 돈을 더 많
이 준다고 약속해도 그리 큰 관심이 없다. 오후 6시면 칼퇴근이다.
문제는 이러한 개인주의형 인간과 가족주의형 인간이 늘어나고, 경영자들이 원하는 조직
충성형 인간은 갈수록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인센티브제도만으로 직원들
에게 동기를 부여하려는 경영자들이 많다.
이들은 개인주의형 인간, 가족주의형 인간이 있다는 사실조차 상상할 수 없다. 절망에 찬
경영자들은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며 해병대 입소를 추진하거나 연수원을 군대식 훈련
소로 바꿔본다. 경제가 어려운 요즘이야 모두들 숨죽이고 참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곧
바뀐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갈수록 급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영자는 주말에 회사일로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답변을 요구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그러나 21세기형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들은 이렇게 반문한다. “왜 당신은 내 주말을 방해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하면서 내가 근무시간에 영화표를 예매하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못마땅해 하는가?” “왜 회사 일을 가득 안고 집에 가는 것은 흐뭇하게 생각하면서 주중에
아이들을 회사에 데려와 노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가?”
따라서 변화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지 못하는 기업경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금전적 인센티브로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서구의 앞서가는 기업들이
채택한 새로운 제도가 있다. Work-Life-Balance Program(WLB 프로그램)이다. 직원들의 일과
개인의 삶의 균형 및 조화를 배려하는 새로운 인재관리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WLB 프로그램은 개인의 일과 가족의 불균형으로 야기되는 갖가지 문제를 유연근무제, 육
아휴가, 변동휴가제 등으로 해결하려 한다. 또한 개인의 경력관리와 회사의 업무가 일치하도록
배려하는 갖가지 제도를 실시한다.
개인의 관심과 회사의 업무가 제대로 일치하지 않으면 직원들은 떠난다. 회사에서 꼭 필요한
능력 있는 인재일수록 미련 없이 떠난다. 가족주의형 인간들을 위한 갖가지 복리후생 정책
또한 치밀하게 계획한다. 직원들이 개인의 여가와 가족과의 삶에서 즐거움을 상실하지 않도록
배려한다. 충분히 배려받는 느낌을 받아야 직원들 역시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배려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직원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한다는 느낌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내 삶
의 주인이 더 이상 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사람들은 회사를 어떻게 하면 이용할 수
있을까만 골몰한다. 당연하다. 회사 또한 어떻게 하면 직원을 이용할 수 있을까만 연구하지
않는가?
서로 이렇게 자갈 굴러가는 소리가 나도록 머리싸움에 골몰하는 회사에는 미래가 없다. 이
런 회사의 직원들에게 일의 반대말은 나태가 아니라 여가이기 때문이다.
김 정 운
명지대학교 기록과학대학원
여가정보학과 주임교수
명지대학교 여가문화연구센터 소장
저 서
[문화의 심리], [휴테크 성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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