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은 무엇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기업체에서 특강을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참석자들에게 몇 차례 물어보았다. 그 결과 공통적으로 많은 대답이 “정말
잘했어” “역시 당신밖에 없어” “자네가 한 일은 틀림없군”과 같은 칭찬이었다.
반면 “이걸 일이라고 했나” “이것밖에 못하나?”와 같은 비난에는 상당 부분 상처를 입고 있
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나 팀을 이끌어가는 상사의 입장에서는 항상 부하직원들의 잘못
된 부분이 보이게 마련이다. 상사의 입장에서는 좋은 성과를 거두기 기대하기 때문에 오히려 칭
찬에 인색하고 채찍과 감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고쳐나갈 때
발전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칭찬을 해주려 해도 잘못하는 것이 뻔히 보여 칭찬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이유 때문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그 책을
수많은 상사들이 읽고 칭찬의 중요성을 깨달았음에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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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쌀쌀해진 날씨 속에서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는 직장인들. 칭찬과 기대는 사람들에게 능력을
부여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큰 힘을 갖고 있다.
아래)경기불황으로 썰렁한 백화점 내부. 불안과 불황이 가중될수록 피그말리온 효과가 가져오는
긍정적 힘은 기업에 큰 선물을 안겨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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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와 피그말리온 효과
그렇다면 칭찬의 힘은 어느 정도일까? 이는 플라시보 효과와 비슷하다. 플라시보 효과란 독은
아니지만 약도 아닌 증류수나 생리 식염수 등을 약으로 속여 환자에게 투여하면 실제로 약을
투여한 것과 같거나 혹은 그 이상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뜻한다.
사람에게는 직관적, 감정적으로 믿으면 그 기대대로 변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셈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이는 피그말리온 효과라고도 할 수 있다. 피그말리온은 신화에
나오는 젊은 조각가. 그는 외모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어 사랑을 체념한 채 조각에만 심혈을 기
울이다가 자신이 만든 여인의 나체상을 사랑하게 된 인물이다.
그는 이 여인상을 아내로 맞이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그러자 그의 사랑에 감동한 신이
조각상을 사람으로 변하게 했고 그와 결혼하게 했다. 이런 신화에 따라 피그말리온은 가능성이
없는 것이라도 마음속에서 할 수 있다고 믿고 행동하면 그 기대가 현실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때 자주 인용되곤 한다.
그리고 바로 이런 기대를 품게 하는 것이 칭찬의 힘이다. 실제로 피그말리온 효과라 명명된
것은 로젠탈과 제이콥슨이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을 통해서였다. 이 두 명의
미국인 교육학자는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실시한 후, 실제점수와는 상관없이
몇몇 학생들을 뽑아 지적능력이 높은 학생들이라며 교사들에게 거짓정보를 주었다.
그러자 얼마 후 다시 실시한 지능검사에서 이 때 뽑힌 학생들의 평균점수가 실제로 높
아졌다. 교사들이 지적능력이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학생들에게 기대를 갖고 관심을 보여주고
칭찬해주자 해당 학생들이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 결과 능력이 향상됐던 것이다.
이와 같이 기대와 칭찬은 사람들에게 능력을 부여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큰 힘을 갖고 있다.
칭찬의 노하우
칭찬의 강력한 힘을 알았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칭찬에도 방법이 있다. 입에 발린 말이나
속이 빤히 보이는 칭찬은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까?
필자가 S그룹에서 근무할 때 직접 경험한 일이다. 어느 날 회장이 조용히 사장을 불렀다. 그리고는
그에게 격려금 100만 원을 하사했다.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필자는 회장의 지시에 따라 100만 원을
찾아 봉투에 미리 넣어 둔 상태였다.
당시 그 사장은 연봉이 몇 억 원이나 됐고, 자신이 집행할 수 있는 금액만도 1억 원이 넘는 사람
이었다. 그런 사장에게 겨우 100만 원이라니. 하지만 하잘 것 없다고 생각됐던 100만 원의 효과는
엄청났다.
100만 원을 받는 순간 입이 찢어질 듯 벌어지는 것이 면면히 드러났던 것이다. 나아가 물불을 가
리지 않고 일하며 엄청난 경영성과를 이뤄냈다.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회장에게 인정받으며
일하다는 신뢰감 덕분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칭찬은 여러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하는 것만 좋은 것은 아니다. 이 경우 자칫하면
다른 직원들의 시기와 질시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칭찬을 받은 사람이 교만해지고 고자세를
취해 상호간에 비협조적인 관계를 조성할 수 있다. 따라서 일 대 일로, 면 대 면으로 하는 칭찬이
생각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물론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칭찬의 방법은 달라진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노하우가 몇 가지 있다. 칭찬은 칭찬받을 행동을 한 순간에 즉시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칭찬해야 한다는 것, 또 일회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며 해야 한다는 것, 의외의 상황에서 해준 칭찬은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 등.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어린 마음으로 진지하게 칭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노하
우들을 실천할 때 상대방은 크게 감동하기 마련이다.
긍정적으로 기대하기
직원들의 능력을 인정하고 칭찬해주며 긍정적인 기대를 심어주는 것은 중요하다. 단, 칭찬의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기다림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하고 다그칠 것이 아니라 믿음을 갖고 지속적으로 기대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부터 핵심인재에게는 더 높은 목표를 심어주고, 일반직원들에게는 기대와 칭찬을 아끼
지 말자. 간혹 능력이 부족한 사원이 있더라도 노력하는 태도로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불안과 불황이 가중될수록 피그말리온 효과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성과물은 기업에 예상
보다 크고 귀중한 선물을 선사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믿음으로 이를 인사관리의 기초로 삼으면서
직원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최 효 진
현 HRKorea 대표이사
SK텔레콤 글로벌 사업
추진실장 역임
SK글로벌 미국지사,
SK가스 이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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