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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놓치지 말자
저명한 이코노미스트인 로치 는 ‘탄광속의 카나리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의
최근 경제상황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가장 앞서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한국이 취약한 아시아 경제와 함께 가중되는 세계 경제의 불균형 상태를 미리
경고하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광부들이 탄광내 유독가스
탐지를 위해 이용한 카나리아처럼 한국 경제의 상황이 세계경제 둔화의 조기 경보 신호
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이 지난 86년 이후 지난해까지 선진국의 성장률을 크게
웃돌며 오랫동안 활력 넘치는 ‘아시아의 호랑이’모습을 보여왔으나 지금은 아시아적
성장 모델의 문제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치는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고 내수 부진이 악화하는 등 경기위축 국면에 들
어섰다는 점을 강조하며 “세계 경기의 하락 조짐은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고, 한국을
선두로 아시아 국가들이 이를 부추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직접투자(FDI) 선호도 조사에서 한국은 지난해 18위에서 올해 2
1위로 3단계 하락했다고 파이낸셜타임즈가 보도했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중국, 인도는 물
론,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보다도 뒤쳐져 있는데 중국은 3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대상국으로 꼽혔으며 인도도 매년 순위가 올라가 올해 3위까지 뛰어 올랐다.
주변상황이 이렇다면 무언가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이헌재 부총리가 “대규모
건설사업을 포함한 한국판 ‘뉴딜정책’을 늦어도 12월엔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며, “각종
건설 프로젝트나 국가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을 포함한 투자사업을 내년 경제운용 계획에
담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말 적절한 대안이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까지 건물 높이가 최고 90m로 제한
돼 왔던 서울 종로와 명동 등 4대문 안 재개발구역에서 최고 1백30m높이(약 35층)의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고, 또 주상복합 건물에 적용할 수 있는 최대 주거비율이 현행 49%에서 90%로
2배 가까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재개발지역의 건물은 기본적으로 1백10m까지 높여 지을 수
있다. 여기에 도로나 공원 등 공공용지를 기부 체납할 경우에는 용적률을 최대 20% 더
늘려 최고 높이 1백30m까지 건립이 가능하다. 이 역시 경기회복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
집 값 상승 염려는 이제 조금 덜어도 되는 듯 싶다. 수도권 외곽지역 아파트 값 하
락세가 지속되고 있는데, 투자목적으로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 다 주택자들이
외곽지역 아파트를 먼저 처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아파트 값은 지난
5월 이후 계속 하락세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영농계획서를 제출하고 농지를 구입한 도시거주자가 실제 농
사를 짓지 않더라도 농업기반공사 산하에 신설되는 농지은행을 통해 5년 이상 전업농에게
장기 임대하는 경우 임대기간 면적이나 기간 제한 없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농지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다만 임대기간이 끝난 경우
에는 재임대를 하거나 손수 농사를 짓는 경우에만 해당 농지의 소유가 인정된다.
이 정책도 나온다면 일정한 효과가 기대된다. 정책이란 실기하면 안 된다. 이번
의 상황판단이 정책대안으로 가지 않으면 정말 장기불황이 올 수 있다.
엄 길 청
경기대학교 서비스 경영
전문대학원 교수(경제학)
저 서
[손에 잡히는 경제]
[생각을 바꾸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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