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상업회의소(ICC) 제45대 회장에
선임된 뒤 “ICC 개혁에 힘쓰면서 세계무역기구(WTO) 등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을 많이 반영하도록 노
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또 ‘재계의 쓴소리’라는 별명답게 국내 정치권과 정부, 사회지도층에 대한 쓴소리를 빼
놓지 않고 쏟아내며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
-- ‘세계 경제인의 대표’라는 ICC 회장에 어떻게 오르게 됐나.
ICC 회장은 대륙별로 돌아가면서 해야하는데 미국, 유럽이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2%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회장을 배출하지
못했었다.
개인적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ICC 집행위원 중 하나라도 됐으면 했는데 두 가지 직책을
모두 맡게 됐다. ICC 집행위원이 된 뒤 지난 2001년 서울에서 열린 제2차 WCC(세계상공회의소)
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실력을 인정받았다. 3시간 회의를 위해 12시간동안 비행기를 타야하
는데 충실하게 참석하다보니 부회장이 되고 정관에 따라 회장직까지 맡게됐다.
-- 취임사에서 개혁을 강조했는데 ICC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가.
우선 ICC 활동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미주,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
끌어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총회나 지역회의 등 주요행사를 유럽이외 국가에서 더 많이 개최하고
연말에 개최되는 집행위원회와 이사회 역시 대륙순환 방식으로 개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와 함께 각 국의 중앙상의와 같은 대표적인 경제단체 및 글로벌 기업들을 새로운 회원으로 집
중 유치해 ICC 위상을 제고해나갈 방침이다.
-- ICC의 주요 역할은 무엇인가.
ICC의 제일 큰 목표는 자유무역, 자유투자, 시장경제를 지키는 데 있으며 이를 통해 모든 인류를
잘살게 하자는 것이 헌장에 명시돼 있다. ICC는 WTO 자문에 응하고 서방선진7개국(G7) 회의 때는
세계 경제계를 대표해 건의문을 만들어 제출하기도 한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동북아의 비중
이 유럽연합(EU)보다 큰 만큼 한국도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한다. ICC 회장 국가로서
WTO 등에서 우리의 입장을 많이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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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회장은 사회지도층의 각성을 촉구하는 '쓴소리'를 하기로 유명하다.
사진은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경제와 문화 체험' 행사에서 특강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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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좌파적이라는 논란이 있는데.
참여정부의 정책 중 좌파정책은 없다고 본다. 토지공개념, 원가공개 등 좌파정책 논란이 있는
것들은 이미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들이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비난하고 좌냐 우
냐 논란을 벌이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이제는 각자 자기 역할에 충실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모두 각자 해야할 일을 해야한다. 지금 우리경제는 백약
이 무효한 상태다. 경제관료들도 이렇게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은 20여년 만에 처음이라
고 토로하고 있다.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반응이 없다보니 내가 이헌재 부총리 입장이라도 매우
답답할 것 같다. 따라서 이런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 경제관련 주요법안들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은데.
기업을 도와주는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기업을 옥죄는 법을 만들고 있다. 정치권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 우리 경제나 기업의 경쟁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데 4대 입법을 갖고 세월을
보내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른 부문에 투자를 하려고 해도 못하게 막는다는 데 있다.
기업이 자산항목에 주식, 땅 등 어떤 자산을 취하건 정부가 왜 간섭하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항상
지도하고 감독해야만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는 의식 때문에 간섭하는 것이다. 돈을 빌려준 금융기
관이 스스로 판단해 개입하는 시스템이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재벌’이라는 제
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안 맞는 것이라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고쳐야 한다. 국제적으로 받아
들일 수 있는 것인지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
현재 우리경제의 제일 큰 문제는 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된데 있다. 2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넘어가는 것이 당연한데 의료, 레저, 관광, 교육 등은 진입장벽으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3차 산업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줘야 한다. 경쟁처럼 좋은 것은 없다..
성매매방지특별법의 부작용은 1～2년 뒤에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24조에 달하는 산업인데 하루
아침에 없애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노사관계 로드맵은 하루빨리 법제화돼야 한다. 재계
입맛에 맞는 법은 기대도 안하고 있으나 법안조차 안나오는 것은 문제다.
--내년 경제에 대한 전망은.
주로 악재만 있는 상황이다. 달러약세로 미국에 대한 수출이 영향을 받고 고유가가 지속되는 등
호재가 없다. 수출로 먹고사는데 악재가 있어 내년 경제가 좋을 것이라고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
런만큼 각자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말고 다른 방안이 없다.
--사회지도층은 반성할 부분이 없나.
가진자들도, 우측에 있는 자들도 반성해야 한다. 18억 짜리 집에 사는 사람이 종합부동산세 도
입으로 세 부담이 늘어난다고 아우성 칠 수 있나. 세금을 깎아주고 나면 길 놓고 하는 일은 무슨
돈으로 할 것인가. 세금 60만원 올라간다고 그럴 수 있나. 자신의 지위에 맞는 역할을 해야한다.
사회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무를 다해야 존경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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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홈피에 '감사의 글'-------------------------
“2006년 12월 서울에서 연차총회를 할 때 ‘2년 동안 일 잘했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임기를 마치
기 위해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경제계 유엔’으로 불리는 국제상업회의소(ICC) 제45대 회장에 선임된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
장이 개인 홈페이지(www.yspark.com)에 감사의 글을 올려 화제가 되고있다.
박 회장은 이 글에서 “치열한 선거전을 치른 후에 당선의 영광을 취득한 것이 아니고 단독 출마해
선출되었으니 당선이란 단어가 좀 쑥스럽다”고 운을 뗀 뒤 “우리가 중심이 되려하는 동북아에서 처
음 선출된 데는 세계 11위인 우리나라 위상이 많이 작용했다”고 적었다.
그는 “아무리 한 개인이 똑똑하다해도 나라위상이 걸맞지 않으면 이 같은 자리를 차지할 수 없으며
해당 국가 상공회의소의 지지는 필수”라면서 “한국 경제계 지도자들이 저를 믿고 대한상의 회장자
리를 맡게해 준 결과로 이 같은 영광을 안을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또 “지난 98년 대한상의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ICC 이사에 선출됐을 때 회장까지 오른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지난 2000년 봄 대한상의 회장을 맡게되고 2001년 서울에서 세계상
공회의소(WCC) 총회를 무사히 치르고 나니 평가를 새로 하는 것 같은 감이 들기 시작했으며, 회장자
리가 아시아로 가야하는데 적임자 같으니 우선 부회장부터 맡아보라고 해 2년 간 부회장으로 봉사를
했다”고 회장직에 오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ICC는 회장단, 이사진 모두가 현역 경영자들로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기 때문에 회장, 부
회장, 전임회장 등 3명이 중요 사항을 결정해 이사회의 승인을 받고 사무총장이 집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면서 “따라서 본부가 있는 파리에는 1년에 대여섯 번만 가면 되고 각 국에서 열리는 행사
에 연사나 축사를 해주는 일이 더 많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난 2002년 11월 ICC 부회장에 선출된 뒤에도 대한상의 직원들에게 ‘나는 행복합니다’라
는 제목의 e-메일을 보내 “일생에 하나 갖기도 힘든 명예직인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과 ICC 부
회장 두 가지를 하게 된 소감을 묻는다면 윤항기의 노래제목 처럼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할 수 있
다”고 밝혀 화제가 됐었다.
이번에도 홈페이지에 올린 글과는 별도로 비슷한 내용의 글을 대한상의 직원들에게 e-메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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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남석 산업부 기자 | eomns@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