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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기 융복합화와
약진하는 한국기업
2005년 CES 결산 '이제는 수성(守成)이다'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2005 CES'는 디지털 기기의 융복합화(컨버전스) 추세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줬다. TV의 발전과 방송. 통신. 콘텐츠의 융 복합, 양방향성 지향 추세가 두드러
졌다. 한국기업들은 이번 CES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높아 가는 입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된 ‘2005 CES’에서는 TV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띄었다. 전자프로그램가이드
(EPG) 서비스를 지원하는 디지털TV의 등장이 단적인 예다. EPG 기반 TV는 리모컨 조작으로 일주일이나 한
달 뒤에 방송될 프로그램의 순서, 등장인물, 내용 등을 미리 볼 수 있고 간편하게 예약까지 끝낼 수 있
는 제품으로 머지않아 본격적인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드디스크가 장착된 TV와 셋톱박스도 많이 출시됐다. 고화질의 디지털 방송을 곧바로 하드디스크에
녹화할 수 있어 원하는 프로그램을 다시 보려는 소비자들의 번거로움을 크게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TV의 대형화 추세는 올해도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102인치 PDP TV를 출시해 많은 관심을 끌었고 샤프는
65인치 LCD TV를 선보였다.
현재 42인치가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PDP TV는 50～60인치 제품이 대거 쏟아져 나와 크기교체가 본
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파나소닉은 65인치, 후지쓰 63인치, 소니 61인치, 파이오니어 61인치, 히타치는 55인치까지 출시했는데
이들 제품은 모두 양산돼 시중에서 팔리고 있다.
디지털 케이블 셋톱박스 없이 케이블 카드를 TV에 꽂고 케이블만 연결하면 디지털 케이블 방송을 시청
할 수 있는 ‘디지털 케이블 레디(DCR)’ TV도 크게 늘어났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작년 7월 36인치 이상 디지털TV 중 50% 이상은 지상파. 케이블 디지털방송
수신튜너 및 케이블카드를 의무적으로 탑재하도록 한 것에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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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보가전박람회(CES)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를 들고 연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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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가전의 융봅합화
디지털 가전의 융복합화 현상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모니터의 경우 단순한 모니터 기능말고도 제품에
딸린 슬롯에 메모리카드를 넣어 직접 이미지를 볼 수 있거나 캠코더, 게임기와 결합된 제품이 많이 선
보였고,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동영상과 TV를 볼 수 있는 기능에 MP3플레이어까지 합쳐진 복합제품도 등
장했다.
컴퓨터 및 통신 기술이 TV를 매개체로 삼아 엔터테인먼트, 게임 등 콘텐츠와의 만남을 본격화하고 있다.
DLP 칩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새로 개발한 칩을 활용한 70인치 DLP TV를 선보
였고,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대표적인 컴퓨터 업체나 반도체 회사들도 TV를 중심으로 그래픽반도체를
구현하고 있다.
차세대 광디스크 표준을 놓고 소니, 마쓰시타,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이끄는 ‘블루레이’ 진영과 도시
바, NEC 등의 `HD' 진영이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HD 연합군이 CES에서 ‘HD DVD’ 부스를 설치하고 적극적인 홍보전을 벌여 주목을 받았다.
TV를 중심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양방향성도 새 화두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CES 기간에 자사의 홈네트워크 솔루션인 XHT 기술을 채택한 디지털TV 양방향 서비스 케이블방
송 수신장치와 셋톱박스를 공동 개발하기로 미국 케이블 방송사업자 차터 커뮤니케이션즈와 합의한 데 이
어 타임워너케이블과도 양방향 디지털TV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LG전자는 미국 케이블랩스(미국케이블방송협회)와 양방향서비스(OCAP) 호환 미들웨어 사용 및 인증 협약
을 맺었다.
올해는 ‘비밀병기’를 숨기려는 기업들의 노력도 많이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는 주 전시장과 별도로 비
공개 전시장에 주요 거래선을 초청해 개발 중이거나 출시 예정 제품을 소개했고, LG전자도 R&D 담당자들
이 핵심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시제품 시연행사를 비공개로 열기도 했다.
한편 미국가전협회(CEA)는 CES에서 올해 소비자 가전시장이 작년보다 11.6% 가량 성장해 1천280억 달러가
넘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한국기업 이젠 수성(守城)
“한국기업이 빠지면 전시회 못합니다.” ‘2005 CES’에 참가한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의 말이다. 행사장
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가보면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 본 전시장 697평을 비롯해 총 1천 평 가까운 규모의 부스를 마련해 참가업체 가운
데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LG전자도 올해 부스 크기를 2배로 늘렸다.
삼성과 LG,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주요 한국기업 부스가 자리잡은 중앙홀(센트럴홀)은 전시장 중에서도 노
른자위로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샤프, 파나소닉, 도시바 등 세계적 업체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행사장
외벽은 온통 한국 브랜드 광고로 뒤덮여 있고 버스정류장 안내판, 도로주변 깃발 광고도 한국기업 일색이
다.
내용 면에서도 겉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TV’인 102인치 PDP TV와
70인치 DLP TV, LED광원을 이용한 LCD TV, 초슬림 브라운관 TV 등을 선보였고 고화질 영상의 블루레이(
BD) 플레이어, 지상파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수신기, 메가픽셀 EV-DO폰, 500만 화소 카메라 폰, 가
로보기 메가픽셀 폰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LG전자의 71인치 PDP TV와 55인치 LCD TV, 42-71인치 PDP TV, 32인치 슈퍼슬림TV, 15인치 무선 LCD TV,
3세대 WCDMA 단말기, 슬라이드형 EDGE폰, 블루투스 폰, 3D 게임 폰 등도 최고 인기 제품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외부 평가로 이어져 LG전자는 16개, 삼성전자는 13개의 혁신상을 받아 1, 2위를 휩쓸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인 및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크레이그 배럿 인텔 회장 등 글로벌 기업CEO들도 CES에서 한국산
제품을 시연해 ‘한국 홍보대사’ 역할을 했다.
게이츠 회장은 개막전야 기조연설에서 LG전자의 DVD 리코더 ‘LRM-519’와 레인콤의 MP3 플레이어 ‘아이
리버 H-10’, 삼성전자의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를 들고 나와 직접 소개했고, 배럿 회장은 LG전자 무선 L
CD TV(모델명 15LW1R)를 시연했다.
또 MS와 인텔 부스에는 삼성전자와 레인콤 등 한국제품이 외국 유명 기업의 제품을 밀어내고 중앙에 대
거 자리를 잡았다. 50여개 이상의 한국 중소기업도 CES에 참가해 대기업 못지 않은 기술력을 뽐냈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의 아들인 마이클 파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당초 5분간 방문할 예정
이었던 LG전자 매장에서 30분 동안 머물며 제품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전자제품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시장의 반응을 보면 한국기업의 현 주소가 좀 더 뚜렷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천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1위에 올랐고 LG전자는 자사 휴대전화가 20대 미
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휴대전화라는 조사결과를 내놓고 있
다.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점인 ‘베스트바이’ 라스베이거스 매장에는 소니를 비롯한 외국제품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디지털TV, 냉장고 등이 눈에 많이 띄었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최지성 사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언제 선진국 기업을 따라가나
생각했는데 짧은 기간에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고,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한국기업이 잘 하
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최고 자리를 지키려고 계속 발을 구르다보니 마치 해변 가 모래사장에서 자전거
를 타는 것처럼 쉽지 않다”고 밝혔다.
공병설 산업부 기자 |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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