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우선 로봇 기술에 익숙해져야 시장이 활성화되는만큼 정부가 나서 로봇을 보급한다는 아이디어가 나쁘지는
않다. 이런 로봇 육성책은 한국에게 일종의 기회가 될 것이다.
"고령화 사회는 곧 대다수 국가의 문제가 됩니다. 노인을 도와주는 실버 로봇 산업의 성장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전자전기공학회(IEEE)의 로봇 및 자동화 학회 회장을 역임한 다리오 교수는 현재 성안나고등연구원에서 의료
및 재활 로봇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리는 'URC 로봇과 네트워크 인공지능
국제 콘퍼런스' 등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URC 로봇은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지능을 부여받아 움직이는 로봇으로 첨단 통신망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최근 로봇
산업의 선두주자로 주목받는 분야다.
로봇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이탈리아의 파올로 다리오 성안나고등연구원(SSAS) 교수는 이같이 강조하며 "유럽의
경우 노인의 운동량 등을 자동 체크해주는 러닝머신 형태의 로봇 등이 초기 실용화의 불을 댕기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네트워크 기반 로봇(URC)과 청소로봇을 비롯한 소비가전 로봇도 산업화의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견하며 "이
같은 로봇들은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만큼 향후 5～10년 안에 세계적으로 큰 성장세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간형(Humanoid) 서비스 로봇에 대해 다리오 교수는 "기술이 복잡하고 고비용이라 일본의 혼다 등 자동차 업계가
주로 상품화를 맡을 것"이라며 "이런 로봇이 차 한대 가격으로 보급될 때까지는 최소 15～20년이 걸릴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그는 한국의 로봇 기술이 URC와 실버 로봇 분야 등에서 세계적인 위치라고 평가하며 정부가 주도하는 국민형 로봇
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다리오 교수는 "사람들이 우선 로봇 기술에 익숙해져야 시장이 활성화되는 만큼 정부가 나서 로봇을 보급한다는
아이디어가 나쁘지는 않다"며 "예전 반도체의 경우처럼 이런 로봇 육성책은 한국에게 일종의 내기(bet)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의 로봇 현황에 대해 "시장에 나온 초기 제품들은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고 현지는 중소 업체가
중심이 돼 이를 따라가는 상황"이라며 "유럽은 소비자나 업계가 기술에 대해 보수적인 경향이 있어 아직 로봇
연구가 전 지역적으로 활발하게 일어나지는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는 또 11월 2일에는 경기도 성남시의 과기한림원 본관에서 ‘노령화 사회에서의 로봇기술의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일전에도 다리오 교수는 "한국과는 과학측면과 산업측면 등 두가지 방면의 협력이 가능하다"며 상당히 적극적인
협력의사를 표명했다.
다리오 교수는 "과학적인 차원에서 그동안 한국과의 협력 경험을 살려 최소한 한국내 2개 연구기관과 노인과 장애자
등을 위한 로봇 연구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으며 산업적 측면에서는 한국 기업과 로봇 디자인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이 높다" 고 말했다.
다리오 교수는 특히 "삼성 등 한국 기업이 산업 디자인과 관련해 상당수의 연수원을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로봇 디자인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