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로 말하겠다”
현상순 홍콩우리투자은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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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기관에 새로운 영업모델을 제시하고 싶어 안정된 자리를 마다하고 홍콩투자은행 시장에 뛰어든 현상순 대표.
그는 우리은행 브랜드로는 세계적 투자은행을 상대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 현지 투자은행을 독립적 구조로 갖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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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무궁무진한 기회는 생존을 위한 필수다.
한국의 은행들은 기업금융 및 이자 중심 영업에서 벗어나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
한국 최초의 해외 투자은행인 홍콩우리투자은행의 현상순 대표가
“한국 금융기관에게 새로운 영업모델을 제시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현 대표는 우리은행 안에서 보증받은 자리도 마다하고 배수진을 친 채 한국형 IB의 성공을 위해 전 세계 800여 개
금융회사들이 치열한 전쟁을 펼치고 있는 홍콩투자은행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우리은행이 해외 IB 진출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정보통신(IT), 조선업에는 있는 한국의 글로벌 브랜드가 금융업에는 왜 없을까.
유독 금융산업만 해외진출은 커녕 안방마저 내주고 있다.
금융업이 외환위기 이후 구조개혁으로 투명해지고 건전해졌지만 영업행태 면에선 근본적으로 변한 것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해외의 무궁무진한 기회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다.
한국 은행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IB 수익이 1∼5%에 불과하지만 외국계 은행은 해외에서 40%를 벌어들인다.
기업금융 및 이자 중심 영업 일변도에서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 하는 시점에 처해 있다.
우리의 목표시장을 아시아와 브릭스(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중동, 중.동부 유럽 등 신흥시장에
맞추기로 했다.
싱가포르, 홍콩, 런던, 상하이 중에서 네트워킹과 인력, 세제 등을 따져보니 홍콩이 최적지라는 객관적 수치가 나왔다.
800여 개 전 세계 금융기관이 진출해 있고 전 세계를 커버하는 금융상품, 유능한 인력, 완벽한 법률.세제 시스템이
갖춰진 것이 결정적 요인이었고, 비중 있는 시장인 중국이 바로 옆에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었다.
Q. 기존 현지법인 및 지점과는 업무가 어떻게 달라지나.
우리은행 홍콩지점은 현지 지.상사 및 교민기업에 대한 대출, 신용장 개설 등 무역금융, 외국환 업무를 계속 맡게 된다.
반면 우리투자은행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신디케이트 파이낸싱, 구조화상품 설계(FICC) 등 IB 업무만을 맡게 된다.
일시 저평가된 기업을 사들인 뒤 신규자금을 투입, 회생시킨 다음 재매각하는 헤지펀드 업무나 자산관리 펀드도
운용할 계획이다.
Q. 운용방식은 어떤가.
솔직히 우리은행 브랜드로는 세계적 투자은행을 상대하기에 객관적 역량이 부족하다고 봤다.
그래서 현지 투자은행을 독립적 구조로 갖추기로 했다.
다른 외국계 금융기관도 투자은행을 대부분 독립적 법인형태로 출발시켰다.
프로 집단으로 프로 직원을 채용하려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은행 지점보다는 독립법인이 더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리스크의 본사 이전을 막을 수 있는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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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분주한 출근길 풍경. 홍콩우리투자은행의 목표시장은 아시아와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중동, 중.동부 유럽 등 신흥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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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IB는 무엇보다 인력채용이 중요할 텐데.
한국계 직원 4명과 미국, 영국, 인도, 홍콩계 직원을 포함 모두 18명이며, 외국계 직원은 연봉 10만∼50만 달러로
구성된다.
한국계 직원들은 본사 복귀가 보장되는 대신 홍콩 현지점포 직원과 같은 급여를 받을지,
아니면 귀국보장 없이 외국계 직원과 같은 급여체계를 받을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성과가 없으면 ‘아임쏘리(I'm sorry)’ 한 마디로 해고가 쉽게 이뤄지는 곳이다.
Q. 앞으로 수익 계획은.
당장 올해부터 수익을 내야 할 처지다.
월 1억 원 정도인 사무실 임대비나 인건비 등 고정비를 감안하면 쉽게 적자가 날 수 있기 때문에 한시도 방심을 못한다.
11월말에 공식 개업식을 여는데 그때까지 상징적으로 2∼3개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생각이다.
싱가포르 해운사와의 공동 선박금융 주선, 사우디 아라비아의 발전소 설비 프로젝트 파이낸싱, 싱가포르 한 항공사에
대한 인수합병(M&A) 입찰 참여, 베트남 빈탄리조트 개발, 인도네시아 SOC 프로젝트 등이 현재 추진중인 사안들이다.
현재 자본금은 5천만 달러지만 대륙별로 2~3곳 금융회사의 투자를 받아 1억 달러 규모로 키울 예정이다.
이미 제안이 들어온 곳도 있다.
어느 정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게 되면 3∼5년 뒤 홍콩 증시에 상장도 할 것이다.
명칭 변경도 검토할 수 있다.
처음에는 수익만 내면 전부라고 생각했으나 정부, 기업, 일반인을 만나보니 반드시 한국계 투자은행의 발판을
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흉내만 내려면 임대료가 싼 곳에 사무실을 내고 적당히 해나갈 수도 있으나 우리는 제대로 시장에 부딪쳐 보려고 한다.
돌아갈 길이 없게끔 배수진을 치고 있다.
성공과 실패가 확연히 나타나도록 할 것이다. 결과로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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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800여개나 되는 세계 금융기관이 진출해 있고 전 세계를 커버하는 금융상품, 유능한 인력, 완벽한 법률,
세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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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국내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홍콩 IB 시장에 진출하는데.
국내 은행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고무적이다. 신한의 진출을 환영한다.
신한과 경쟁체계로 나갈 생각은 전혀 없다.
함께 나가야 힘이 된다.
필요하면 도움을 줄 생각이며, 딜이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공동으로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시장이 무궁무진한데 한국계끼리 경쟁하면서 역량을 소모할 이유가 없다.
1천여 개의 글로벌 선두주자들이 우리의 경쟁자다.
기존 한국계 투자은행과 경쟁의식을 갖고 있다면 이는 시장을 보는 눈이 없다는 반증이다.
정주호 홍콩 특파원 |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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