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이 없는 곳은 배제하고, 무리한 수주는 하지 않겠다"
"올해를 해외 건설시장 부활의 원년으로 삼고, 과거 해외건축 명가(名家)의 자존심을 회복하겠습니다”
싱가포르 센토사 코브(Sentosa Cove) 오션 프런트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만난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53)은
해외건설 수주에 대해 강한 애착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회장이 언론과의 공식행사에 모습을 보인 것은 2004년 10월 워크아웃 졸업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그는 이날 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주요 실적 브리핑부터 견학 코스까지 직접 도맡아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김 회장은 “쌍용건설은 1980년대 중반 해외건설 매출이 전체의 70% 이상 차지한 적도 있지만 쌍용그룹 해체와
워크아웃 등을 거치며 지금은 10%도 채 안 된다”며
“하지만 내년부터는 해외사업에도 전력투구해 덩치를 전체 매출의 10%(약 1조5천억 원) 이상으로 키울 계획”
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계획에는 “수익성이 없는 곳은 배제하고, 잘 모르는 지역에서 무리한 수주는 하지 않겠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김 회장은 연초 대표이사직을 현 김병호 사장에게 물려주고, 회장 직함만 유지한 채 ‘백의종군’하고 있는 처지다.
지난해 워크아웃 이후 분식회계, 공금횡령 등으로 1심에서 법정구속 없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 부담이 돼
내린 결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최근에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을 수시로 오가며 폭넓은 네트워크와 인맥을 바탕으로
해외 건설을 진두지휘하는 등 종전보다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싱가포르 경제협력위원회장을 10여 년째 맡으며 싱가포르 정.재계의 마당발로 통하는 그는 이런 장점을 이용해
굴지의 프로젝트를 쌍용건설의 수주로 연결시켰다.
김 회장은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해외 최초로 땅 매입부터 시공, 분양까지 맡는 개발사업
(자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명 ‘KL-프로젝트(Project)’로 불리는 이 사업은 말레이시아 전력청 부지(4천100평)를 낙찰받아 80-100평형 규모의
5층짜리 고급 빌라 100여 가구를 짓는 것이다.
이미 부지매입이 완료됐고, 내년 하반기에 분양이 가능할 전망이다.
분양가는 평당 800만 원선으로 말레이시아 현지 최고가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고급 빌라는 해외에서의 첫 개발사업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쌍용건설의 명성을 이어갈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미숙 산업부 기자 | sms@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