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에 일자리 빼앗길라
싱가포르 이민 장려책 찬반 논란
싱가포르는 7.9%의 경제성장률 속에 17만6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나 이 중 절반은 이민자가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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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인 중 일부는 고소득 이민자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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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율 저하와 노령화로 고민하는 싱가포르가 적극적인 이민 장려책을 펴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국민의 반발도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향후 40~50년 후에 현 인구(450만 명)의 절반 가량인 200만 명의 인구를 더 늘리기 위해 맑은 공기,
여유로운 주택, 선진화된 교육과 통신, 낮은 세금 등을 내세우며 외국의 고급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이민 장려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많은 싱가포르인들은 이민자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인종 갈등이 야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 인구의 구성비율을 보면 360만 명이 중국 내전 당시 넘어온 초기 이민자나 영국 식민지 시절의 후예들로 중국계가 전체의 75%,
말레이족이 14%, 인도인 9%, 기타 2% 순이다.
그러나 이미 싱가포르에는 필리핀, 인도, 태국 등지에서 넘어온 가정부, 건설노동자 등 노동 수준이 낮은 이민 인구가 거의
100만 명에 달한다.
특히 유럽, 북아메리카, 호주, 중국, 인도 등지에서 온 고급인력의 이민자도 11만 명에 달하는데,
싱가포르인들은 이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싱가포르인 가운데 일부는 고소득 이민자로 인해 가뜩이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판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는
이들 고급인력으로 인해 자신들이 ‘2등 국민’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이민정책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싱가포르의 ‘스트레이츠 타임스’가 지난 1월 자국 시민 4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 대상의 52%가 이민자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우려가 높아 현 이민 장려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인력자원부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의 경우 싱가포르는 7.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17만6천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으나
이 중 절반은 이민자가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싱가포르 정부는 독일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처럼 노령화 사회가 될 경우 연금 부담 가중과 노동인력 감소로 인해 경제성장률 저하를
초래할 것으로 보고, 젊은층 노동인력을 이민을 통해 흡수하려 하고 있다.
시티그룹의 경제학자 추아 학 빈은 “싱가포르가 현 이민 장려책을 포기할 경우 경제성장률은 2%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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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정부는 맑은 공기, 여유로운 주택, 선진화된 교육.통신, 낮은 세금 등을 앞세워 외국의 고급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이민 장려책을 펴고 있다. 사진은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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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민자로 인한 인구밀도 증가는 또 다른 골칫거리다.
싱가포르는 km2당 인구가 6천208명으로 인구밀도 면에서 전 세계에서 4위다.
그런데 2050년에는 미국보다 176배가 많은 6천497명으로 불어나 홍콩과 인구밀도가 같아지게 될 것으로 유엔은 전망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추아 벵 후앗 사회학 교수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누가 홍콩처럼 살기를 원하겠느냐”며
“주위에 사람 늘어나는 게 정말 싫다”고 푸념했다.
반면 리센룽 현 총리의 부친인 리콴유 초대 총리는 “싱가포르의 미래를 위해 보다 많은 이민자와 외국인을 싱가포르 내에
정착시켜 사회융합을 추구해가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현 정부의 이민 장려책을 옹호했다.
그는 최근 인민행동당(PAP)의 청년당원을 대상으로 ‘싱가포르의 미래’를 주제로 행한 연설에서 이 같이 말했다.
집권당인 PAP는 1954년 리 전 총리가 창당한 정당이다.
리 전 총리는 “우리가 활력에 넘치면 재능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고, 재능 있는 사람이 많으면 사회가 성장할 수 있게 된다”며
“내가 말하는 재능 있는 사람이란 이 사회에 활력을 가져다줄 수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말했다.
보수적 가치를 중시하는 그는 특히 이민자를 적극 수용해 싱가포르를 국제화된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심지어 동성애 등도
합법화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 전 총리는 “동성애자들이 작가와 무용수 등 창조적인 사람들이란 얘기를 들었다”며 “창조적인 사람들을 원한다면 이들의 특이한
개성은 감내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전성옥 방콕 특파원 | sung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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