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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보다 풍수?
인사 앞두고 풍수 인기
중국 공무원들의 4분의 1이 재난을 당했을 때 풍수의 조언을 구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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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유지하거나 승진하려는 관리들은 사주나 조상 묘에 목숨을 걸고, 일부는 사무실 탁자 아래에 부적까지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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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중국 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방정부마다 물갈이 인사가 한창이다.
이 즈음 가장 호황을 누리는 업종 가운데 하나가 '풍수'다.
자리를 유지하고 싶어하거나 한 자리 더 높이 올라가려는 관리들이 자신의 생년월일이나 조상 묘에 목숨을 걸고 있고,
일부 인사들은 '법사'를 초청, 사무실 탁자 아래에 부적을 붙인다.
경쟁자들이 보내는 살기를 막기 위한 부적이다.
저장성의 한 고위 간부는 법사의 말을 듣고 조상 묘를 신장(新疆) 텐산(天山)으로 이장했다.
저장성의 성도 항저우에서 풍수 일을 보고 있는 위안징자이는 "지난 반년 동안 30건의 의뢰를 받았다"고 말했다.
국가행정학원 연구원인 청핑 박사는 작년 9~12월 상하이, 충칭, 선양, 허베이, 광둥, 장쑤 등 17개 성.시의 현.처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과학소양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관상을 믿는다는 공무원이 28.3%로 가장 높았고, 18.5%는 '주공해몽(周公解夢)'이라는 해몽서를, 13.7%는 별자리점을,
6.0%는 제비점을 믿는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관상을 믿는다는 비율은 일반인 21%보다 훨씬 높았다.
또 큰 재난을 당했을때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묻자 4분의 1이 풍수의 조언을 구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들 관리는 모두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졌고, 상당수는 당교에서 연수까지 받은 사람들이다.
충칭 출신의 지우전 도사는 국장급 공무원의 부탁으로 한바탕 공정을 벌이고 있다.
다른 공정이 아니라 도관 내에 제단을 설치해 놓고 24시간 향을 사르면서 그 국장의 승진을 기원하는 일이다.
이 도사는 국장에게 '처방'을 한 옥을 항상 몸에 지니도록 하고, 연말에는 효력이 떨어진 옥을 가져오도록 해 새로 처방을 해준다.
이 관리가 이런 공정에 지불하는 돈은 1년에 6천(72만 원)~7천 위안이다.
물론 특별히 다른 요구가 있을 경우 실현 가능한 정도에 따라 수천 위안에서 수만 위안까지 추가요금을 받는다.
중국의 관리들이 이런 '현학(玄學)'의 포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허베이성 국세국 국장으로 있었던 리전은 최근 발행된 중국의 지역언론인 남방주말과의 인터뷰에서 5년 내 승진할 수 있다는
말만 듣고 풍수에게 8천 위안을 줬다고 말했다.
선양시 중급인민법원 법원장이었던 자융샹은 새로운 건물 낙성식을 하면서 공식회의를 열어 마카오에서 온 용하다는
법사로부터 이사 길일을 채택하는 데 3만 위안을 쓰기로 의결했다.
산둥성 타이안시 당서기였던 후젠쉐는 한 법사로부터 "부총리의 운이 있지만 다리가 하나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당시 건설중인 국도의 원래 노선을 변경,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하나 놓았다.
현.처장급 이상 고위 공무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풍수 방면의 자문역을 한 명씩은 두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위안징자이는 말했다.
풍수가 득세하면서 대학에 풍수학 과정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풍수들은 공무원들과 거래할 때 대부분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몰래 행동한다.
위안징자이는 "대부분의 풍수가 수염을 기르지 않으며, 당나라 때 복장을 입지도 않고 최대한 몸을 감춘다"고 말했다.
일부는 양복을 입기도 하고 세일즈맨의 모습으로 다니며,
사무실에 갈 때는 주말에 사람이 없는 틈을 이용한다고 그는 말했다.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자신이 근무하는 지역의 풍수를 부르지 않고 다른 지방의 풍수를 부르기도 한다.
공무원들이 풍수의 도움을 받고 싶어 하지만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피하는 것은 공산당이 내부 규율로 이런 류의 '미신'을
철저히 금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풍수는 "사무실에 갔을때 주인은 없었으며 처방을 한 후 나중에 돈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사
무실의 주인은 자리를 피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풍수는 공무원보다 기업하는 사람이 더 필요로 한다.
하지만 2006년 말 지방정부의 인사 물갈이가 시작되면서 풍수의 주된 고객이 기업에서 관가로 옮겨왔다.
위안징자이는 "기업하는 사람보다 관리들이 더 풍수를 믿는다"면서 "사무실을 둘러보고 책상의 위치만 바꾸라고 하면
너무 간단해 믿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길한 물건을 바닥에 묻는다든지 좀 복잡한 의식을 펼쳐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당정 간부들은 특히 부적을 좋아하며, 사무실 시계 뒷면이나 책상서랍 뒷면에 부적을 붙이거나
아예 땅바닥에 묻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들은 소문이 두려워 직접 풍수들을 상대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부패의 고리가 되기도 한다.
기업인들은 당정 간부에게 풍수를 소개하고 계산을 대신 치르면서 관계를 맺어놓고 나중에 대가를 받는다.
중국의 한 국유기업 사장은 회사가 도산 위기에 처하자 풍수를 통해 고위 관리를 소개받았고,
10억 위안의 대출을 받아 회사를 살릴 수 있었다.
국유기업 사장이 나중에 1천만 위안을 풍수에게 구전으로 줬다는 얘기가 풍수들 사이에 전해져 오기도 한다.
중국 정법대학의 허빙 교수는 "관리가 기업인에게 풍수비용을 지불하게 했다면 이는 분명히 뇌물을 받은 것"이라면서
"하지만 두 사람이 말을 맞출 경우 법으로 재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선양시 중급인민법원 법원장으로 마카오의 법사를 불러 이사 길일을 채택받았던 법원장 자융샹은
그로부터 2년 후 중앙기율검사위로부터 '쌍규(비리 혐의자에 대해 규정된 시간. 장소에서 조사받도록 하는 제도)' 처분을
받은 데 이어 부패혐의로 결국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헤이룽장성의 정협주석을 지냈던 한구이즈는 입에 주문을 달고 살았지만 2005년 12월 702만 위안의 뇌물수수 혐의로
사형집행유예를 받았다.
사형집행유예란 사형을 판결함과 동시에 사형집행을 2년간 유예하고 강제노동에 의한 개조를 실시,
태도가 좋으면 무기징역으로 감형하는 제도다.
후난성 제일 여성 거부였던 장앤핑도 다리에 한평생 부적을 달고 살았지만 사형을 면하지 못했다.
중국은 공산당 장정에서 마르크스주의와 마오쩌둥 사상, 등샤오핑 이론과 장쩌민의 '3개 대표론' 등 중요 사상을
행동의 지표로 삼으라고 했다.
하지만 여기에 인간의 약한 심성을 파고드는 풍수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진병태 상하이 특파원 | jb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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