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또다른 주역
투르크메니스탄 개혁·개방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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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크메니스탄은 최근 러시아행 가스공급 확대를 약속하는 등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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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겐 이름조차 생소한 투르크메니스탄이 중앙아시아의 또다른 주역으로 뜨고 있다.
21년간 나라를 폐쇄적으로 운영해온 '철권 통치자'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가 지난해 12월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니야조프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치과의사 출신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부총리가 니야조프 장례위원장과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았다.
그는 투르크멘이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복수 후보가 처음으로 출마한 지난 2월 대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며 권좌에 올랐다.
유세 과정에서 니야조프의 정책노선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제한적이나마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그는 취임 이후 공약을 착실히 이행, 이 나라의 무한한 자원을 노리면서 진출하려는 서방 국가들로부터 점수를 따고 있다.
주역으로 부상하는 투르크멘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방문국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에너지 협력관계를 공고히 다진 데
이어 지난 4월말 모스크바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첫 대면했다.
이어 지난 5월 12일 투르크멘의 카스피해 연안 항구도시 투르크멘바쉬시에서 러시아, 카자흐, 투르크멘 대통령의
3자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이 회담은 베르디무하메도프가 푸틴 대통령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 대통령을 초청해 성사된 것.
3자 정상회담에선 카스피해 동쪽 연안을 따라 투르크멘에서 카자흐를 거쳐 러시아 가스관망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건설합의가
도출되면서 전 세계가 화들짝 놀랐다.
러시아의 국영 가스업체 가즈프롬이 통제하는 가스관망을 통해 가스를 공급받아 오면서 공급 불안에 시달려온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카스피해 횡단 가스관을 건설해 투르크멘 가스를 공급받으려 했던 구상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
걸음마 단계인 카스피해 횡단 가스관 건설은 일단 추진력을 잃게 됐다.
이번 3자 합의는 투르크멘과 카자흐의 과거 주군이던 러시아의 일방적인 이익만 관철된 게 아니라 당사국들 모두가 '윈-윈'하는
방향에 이뤄졌다.
소련 공화국 출신 중앙아 국가들은 러시아에 협력하면서도 서방과 중국 등 다른 나라들과도 협력, 자국의 에너지 개발.수출에
따른 이익을 최대한 챙기겠다는 논리로 움직이고 있다.
주권국 행세를 당당히 하겠다는 것이다.
새 지도부가 들어선 투르크멘이 폐쇄정책에서 부분적이나마 개방정책으로 나아감에 따라 중앙아의 기존 판도가 꿈틀거리는 형국이다.
새 지도부, 국내 개혁도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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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독립 후 처음으로 복수 후보가 나온 지난 2월 대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며 권좌에 오른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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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무하메도프는 국내 상황도 개혁에 착수했다.
니야조프 시절 국민의 인기를 잃은 일부 정책은 손질을 이미 마쳤다.
선진국 망명을 우려한 니야조프가 내린 공무원들의 해외출장 금지령을 푸는가 하면 교육제도도 손질해 학생들의 해외유학을
허용하고 학제도 개편했다.
니야조프 인기를 시들게 했던 연금제도도 개선했다.
니야조프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지급을 중단하는 바람에 지난해 2월부터 퇴직연금을 못받아온 10만여 명의 수혜자가
다시 혜택을 보게 됐고, 2차 대전 참전용사 부인들은 생각지도 않은 연금을 받게 됐다.
취임 후 일련의 개혁은 물론 베르디무하메도프가 대선 유세과정에서 공약한 것들이다.
앞으로도 여타 부문의 개혁이 예상되고 있다.
베르디무하메도프는 그러나 집권 민주당의 1당 독재체제를 허물겠다는 말은 아직 하지 않고 있다.
니야조프 시절 야당과 언론은 '거세'됐다.
니야조프의 정치 탄압을 피해 해외에 망명한 야당 지도자들이 이번 대선 참여를 줄곧 시도하며 서방에 도움을 청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정치개혁은 아직 일정표상에 없어 보인다.
일각에선 그의 개혁.개방 정책에도 자신을 포함한 기득권층의 이권이 지켜지는 한에서만 제한적으로 실시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투르크멘은 어떤 나라
인구 500만 명에 남한 면적의 약 5배에 해당하는 국토 48만km2의 투르크멘은 옛 소련 지역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천연가스
매장량이 많다.
국토의 80%가 사막인 이 나라의 가스 매장량은 약 10조m3. 전 세계 매장량의 10%를 차지해 세계 5위 수준이다.
석유도 확인된 매장량만 21만여 톤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89%가 투르크멘족으로 중앙아 5개 '스탄' 돌림국들 가운데 인구의 동질성이 가장 높다.
지리적으로는 서쪽으로 카스피해, 북동쪽으론 우즈베키스탄, 아프가니스탄과 접해 있다.
남쪽으론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1865년과 1885년 새 러시아에 합병된 투르크멘은 1924년 소련 공화국으로 편입됐다가 1991년 소련 붕괴로 여타 공화국들과
마찬가지로 독립했다.
투르크멘은 국토의 대부분인 사막 오아시스를 관개해 농업생산을 하고 있다.
관개된 토지의 절반에 해당하는 면적에 면화를 재배, 한때 세계 10위의 면화 생산국에 올랐다.
그러나 근년 들어 수확 저조로 인해 면화 수출이 거의 절반 감소했다.
니야조프 정부 시절에는 부족들의 영향력이 드센 사회구조 때문에 경제개혁에 엄두를 못내고 가스와 면화 수출로
비효율적 경제를 지탱하는 정책을 구사했다.
투르크멘은 1998년부터 2005년까지는 가스 수송로 부족 현상이 계속된 데다 단기외채 상환 부담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국제 석유 및 가스 가격상승이 '대박'을 안겨줬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체 가스 수출량은 매년 평균 15% 급증했다.
작년엔 가스 수출국인 러시아에 가스 1천m3당 가격을 66달러에서 100달러로 올리기도 했다.
한국기업 어떻게 진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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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방문국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에너지 협력관계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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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의 진출 목적은 자원개발과 내수시장 지분 확보로 나눌 수 있다.
미국 등 일부 기업들이 자원개발 등을 위해 진출한 상태다.
우리 기업의 경우 삼성과 LG 등이 러시아나 카자흐스탄 등 주변국 현지공장에서 생산한 가전제품을 수출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업진출은 투르크멘이 대외개방을 얼마나 할지에 달려 있다.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니야조프 시절보다는 더욱 개방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도 진출 가능성을 적극 모색해야 할 시기다.
다만 우리나라는 투르크멘과 1992년 수교했으나 모스크바 주재 대사관과 KOTRA 모스크바 무역관을 통해 관련 사항을 챙기고 있어
우리 기업들으로선 투르크멘 관련 정보를 제때 충분히 얻기 어려운 점이 있다.
2년 전 투르크멘을 다녀왔다는 김정훈 KOTRA 모스크바 무역관 과장은 "니야조프 사망후 들어선 새 정부가 개방정책을
어느 수준까지 할지 아직까지 밝힌 것은 없다"며 "하지만 개방을 막은 니야조프 시절보다는 나을 것"이라 말했다.
김 과장은 "투르크멘이 최근 러시아행 가스공급 확대 등을 약속하는 등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주변국인 러시아나 카자흐, 우즈벡에 있는 바이어를 통해 제품을 판매할 기회가 넓어질 것"이라 덧붙였다.
우즈벡 시민권자로 알마티에서 유통업에 종사하는 고려인 드미트리 심은 "투르크멘에 가본 적은 없지만
개방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며 "다만 외국인들이 투르크멘 비자를 발급받기 어려운 점이 1차적 걸림돌"이라 말했다.
현재 투르크멘에는 우리 교민이 선교사를 포함해 3백여 명으로, 교민사회가 형성되지도 않은 상태다.
익명을 요구하는 한 투르크멘 전문가는 "투르크멘에 진출하려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기본적인 러시아어라도 습득한 뒤
진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개방 바람이 부는 현 시점이 투자 적기일 수 있다"고 밝혔다.
유창엽 알마티 특파원 |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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