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가 세계엑스포 개최지로 결정돼 우리 국민이 바다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
김
재철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위원장(동원그룹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개별적으로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올림픽 개최지 결정과 달리 세계엑스포 개최지 결정은 각국 정부가 하기 때문에 유치활동을 할 때 각국에 나가 있는 공관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2년 세계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40여 일 남겨 놓고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한 여수의 세계엑스포 유치를 위해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는 그는 “여수가 꼭 세계엑스포 개최지로 결정돼 우리 국민이 바다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Q. 유치위원장으로서 처음으로 해외 유치활동에 나섰는데.
유치위원장은 전체적으로 조정하는 자리이지 직접 해외에 다니면서 유치활동을 해야만 하는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개별적으로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올림픽 개최지 결정과 달리 세계엑스포 개최지 결정은
각국 정부가 하기 때문에 유치활동을 할 때 각국에 나가 있는 공관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Q. 이번 우크라이나와 불가리아 등 동유럽 유치활동 결과는.
이들 두 국가는 그동안 몇 차례 정부 사절단이 방문해 공을 들였으나 아직 확실한 반응이 없어 최종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직접 나서게 됐다.
결정권을 가진 정부 인사들을 만나 면담한 결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사실 우크라이나의 경우 폴란드와 2012년 유로컵을 같이 치르기로 한 상태이고, 불가리아는 모로코 지지를 표명했다고
알려져 있어 공개적으로 우리나라를 지지하겠다고 나서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얻었다.
만약 이번 유치활동을 통해 이들 국가의 표를 얻는다면 우리로서는
경쟁국으로부터 표를 빼앗아온 게 되기 때문에 두 표의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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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을 70여일 앞둔 9월 중순,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막된 제2차 여수엑스포 국제심포지엄
개막식에서 김재철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황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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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각 지역별 판세는 어떤가.
아직은 우리나라에 많이 유리하다.
하지만 비밀투표니까 11월 26일 세계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최종 결정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
Q.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북측에 여수의 2012년 세계엑스포 유치에 도움을 달라는 언급이 있었나.
북한은 BIE 회원국이 아니어서 투표권이 없다.
BIE에는 다른 국가에 가입을 종용하면 안 된다는 신사협정이 있어서 우리 측이 BIE에 가입해 우리에게 표를 달라고 노골적으로
부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Q. 유치활동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가장 힘든 점은.
경쟁국인 모로코의 경우 국왕이 직접 나서 왕실외교를 벌이고 있고, 스페인, 이탈리아 등을 비롯해 같은 왕국이나 이웃 나라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우리나라를 지원하는 국가가 없어 힘들다.
모두 우리 힘, 국력밖에 믿을 게 없다.
Q. 개최지 결정이 40여 일 남았는데, 향후 유치전략은.
표하고 연결되도록 마지막으로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
각국이 자국 표가 사표가 되는 것을 싫어한다는 점을 이용, 그동안 조용히 해왔던 유치활동을 조금 소리내서 해 대세몰이를
할 필요도 있다.
104개 회원국 중 어느 한 곳도 유치활동을 게을리할 수 없다.
1차 투표에서 우리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2차 투표에서는 할 수 있고, 자신 있게 우리를 찍을 것이라 예상했던 국가도
우리를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
총회 전에 프랑스 파리에서 난타 등 문화행사를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대세몰이를 위해 필요한 분위기 만들기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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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세계엑스포 유치위원회가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개최한 ‘주한 EU기업,
대사관 관계자 초청 설명회’에서 담소중인 김재철 위원장(맨 우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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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12년 세계박람회 주제로 여수가 내놓은 것은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인데,
평생을 바다와 함께 보낸 사람으로서 바다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거창하게 말하면 바다는 인류를 비롯한 모든 생물의 고향이며, 바다가 있기 때문에 지구에 사람이 살 수 있다.
바다가 없으면 지구는 계절이나 주야에 따라 온도가 수십 도씩 오가게 된다.
바닷물이 보온탱크의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지구상 물의 97.5%는 바닷물이며, 바다가 있기 때문에 수분공급과 온도 조절이 돼 사람이 산다.
나에게 바다는 인격수양의 장이었다.
바다는 내 모든 출발점이자 마음의 고향이다.
요즘에도 바다에 가 저 먼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Q. 2012년 여수엑스포 유치에 발 벗고 나선 이유는.
여수에서 세계엑스포를 열면 부가가치가 얼마이고, 고용인원이 얼마라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보다 여수엑스포가 우리 국민이 바다를 제대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역사적으로 봐도 우리 국민은 바다로 나갔을 때는 발전하고 안으로 들어섰을 때는 쇠했다.
육당 최남선은 우리 국민이 바다를 잃은 후 왜소해지고, 가난하고 질투심 많은 소아가 됐다며 우리를 일으킬 사람은 바다에서
오는 자라고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고 m2 기준으로 70%가 산악지대일 정도로 경작 면적이 적다.
바다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우리가 해방 후 오늘날 이만큼 잘 살게 된 것도 적극적으로 바다를 개척한 결과다.
이율 경제부 기자 | yulsid@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