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통화정책 운용 방향은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다. 미리 정해 놓고 운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전망치보다 높은 4% 후반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7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4.5%로 수정 전망했는데,
최근 회복세가 빨라져 4.5%보다 올라간 4.5∼5%의 중간 정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3.4분기에 경제성장 속도는 일반적인 예상보다 더 빨랐다고 생각된다”며 “앞으로 우리 경제 전망을 보면
수출은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고, 소비 수요도 비교적 괜찮아서 경기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중유동성 증가세가 둔화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유동성 증가 속도는 아직 뚜렷하게 둔화하는 기미가 없다”면서도 “그동안 금리인상이 각종 여.수신 금리 및 시장금리 상승으로
연결돼 앞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9월에는 추석 등 계절적 요인이 있었고 3분기 실물경제의 성장속도가 예상보다 조금 높아 시중 유동성 증가세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또 고액권 지폐의 초상 인물을 당초 9월말이나 10월초에 확정키로 했으나 예정보다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 “내부적인 절차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며 “조만간 정부와 협의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 총재는 국부펀드 설립 계획에 대해선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부펀드 설치 여부 문제와 관련해 한은이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개입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이번 통화정책 방향 발표문에서 향후 통화정책 운용방향을 시사하는 표현이 빠졌다.
시장에 시그널을 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가.
앞으로의 운용 방향은 항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 미리 정해 놓고 운용하는 것이 아니다.
배포된 자료,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하면 된다.
 |
|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와 금통위 위원들이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하기에 앞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이정훈 기자
|
|
Q. 2007년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전망하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7월 발표한 것이 4.5%였는데 조금 올라 4.5%와 5% 사이일 것으로 본다.
0.1%포인트 정도 차이나는 것이 크게 의미는 없지 않나.
원래 봤던 4.5%보다는 조금 올라 4.5%와 5% 사이의 중간 언저리 정도일 것으로 본다.
Q. 고액권 초상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데.
내부적인 절차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애초에는 나중에 일반 국민에게 취향을 물어보려고 했는데 이는 초상을 다 정해 놓고 물어보는 것 같아서 예정과 달리 중간에
의견을 물어보다 보니 일정이 조금 늦어진 것 같다. 내부 절차는 마무리 단계이니 조만간 정부와 협의하려고 한다.
Q. 환율 하락(원화 강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은의 시각이 달라진 부문은 없다. 지난 8월 국제금융 시장이 크게 움직이면서 위험에 대한 인식, 즉 민감도가 더 커졌다.
그러다 보니 달러화가 아닌 다른 통화,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통화들이 약세로 몰렸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다.
이후 한 달간 제한된 범위에서 환율이 움직인 것 같고, 원.달러 환율도 그 이전 수준으로 원위치했다.
기본적으로 환율을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달러화가 약세로 갈 것이란 일반적인 인식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각국 통화들이 지난 4~5년간 강세로 진행되는데 시기적인 차이는 있다.
원화도 2003~2004년 워낙 빠르게 강세를 보여 올해는 강세를 보이더라도 그 정도는 크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그 생각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본다.
현재 원.달러 환율이 915~920원, 원.엔 환율은 780~790원인데, 환율에 대해 말하긴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원화 평가절상,
즉 원화 강세가 한국경제의 기초적인 상황에 비해 많이 조정된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달러화가 기조적으로 약세로 간다는 생각에 이견은 없지만 원화와 관계를 적용할 때는 한국 경제가 지닌 여러 상황을 아울러
생각해야 한다. 너무 도매급으로 전망하게 되면 잘못 짚을 수도 있다.
이런 얘기 역시 한은이 연초부터 계속 해오던 얘기를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
|
3분기 실물경제의 성장속도가 예상보다 높아 시중 유동성 증가세에 영향을 미쳤다.
사진은 최근 오픈한 신세계 죽전점에 몰려든 고객들 사진.한상균 기자
|
|
Q.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운용자산 증대와 관련, 한은 및 재정경제부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KIC가 운용자산을 더 키웠으면 좋겠다는 얘기는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한은이 이에 합의한 적은 없다.
더 이상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
Q. 최근 적정 외환보유액 이외의 나머지 외화자산을 국부펀드로 운용하자는 논의가 있다.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한은의 입장은.
적정 외환보유액을 말하는 것은 어렵다. 여러 사정에 비춰 어느 정도가 안전하겠느냐는 검토는 한은이 수시로 하고 있다.
우리가 그동안 답변한 것은 외국환평형기금이 한은에 위탁한 것까지 더해 2천500여억 달러인데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단지 적정하냐, 아니냐 하는 것은 위기 때 어떤 현상이 벌어질 지에 대한 가정이나 시나리오에 따라 상당히 달라지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Q. 국부펀드 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부펀드는 그야말로 국부펀드다.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나라를 보면 우리나라처럼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하고 이자를 지불하면서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중국이 유사한 것을 만들고 있는데 중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 이를 재원으로 해서 인민은행이 보유한 외화자산을
매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부펀드와 외환보유액은 성격이 다른 것인데 이를 혼동하거나 너무 도매급으로 동일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 외환보유액이 많다,
적다를 얘기할 순 있지만 국부펀드를 설치할지, 안할 지는 한은의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적으로 개입되지 않는다.
다만 다른 나라의 국부펀드가 통화안정증권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운용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씀만 드리고 싶다.
애초 국부펀드 비슷한 것으로 인용되는 싱가포르의 경우, 외환보유액 중 싱가포르투자청(GIC)에 맡겨 운용하는 금액이
얼마 되지 않는다.
GIC가 운용하지만 이는 외환보유고에 포함된다. 한은도 외국 자산운용사나 KIC에 자금을 맡겨 운용하더라도 이를
외환보유액에 넣는다.
따라서 국가기관이 갖고 있다고 해서 국부펀드로 생각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
 |
|
한국은행은 원화 평가절상, 즉 원화 강세가 한국경제의 기초 상황에 비해 많이 조정됐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사진.이상학 기자
|
|
Q. 두 차례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9월에도 유동성 증가 속도가 줄지 않고 있다.
유동성 증가세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금리 한 가지가 아니다.
또 금리의 경우에도 통화당국이 정책목표로 하는 콜금리와 은행의 여수신.채권 금리 등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아직 유동성 증가 속도가 뚜렷이 둔화하는 기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조금 더 속도가 줄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단지 9월에는 추석 등 계절적 요인이 있었다.
지난 3.4분기의 실물경제 성장속도가 예상보다 높았던 점도 있었다.
이런 요인들이 8~9월 여신활동이나 통화유동성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한 가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연속 콜금리 인상 이후 은행 여.수신 금리가 상당한 정도로 상승했다.
그런 점들이 차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금리인상으로 유동성 증가 속도가 확실히 둔화했다는 점은 없다.
단지 그동안 금리인상이 각종 여.수신, 시장금리의 상승으로 연결됐기 때문에 서서히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Q. 물가인상 압력에 대한 전망은.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언급을 하다 보니 듣는 쪽에서 차이가 있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사실 9월 물가상황을 봤던 것과 차이가 없다.
지금은 물가상승률이 2.3~2.4%지만 연말로 가면서 2%대 후반으로 올라갈 것이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조금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수요 압력의 차원에서 보면 상승 압력이 높게 진행되고 있고, 원유와 원자재 가격도 불안 요인이 있어 물가상승률이
올라갈 것으로 본다. 그러나 우리가 정한 목표범위 2.5~3.5%를 생각하면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재영 금융부 기자 | fusionjc@yna.co.kr
이준서 금융부 기자 | rjun@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