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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유가의 폭등세가 유럽경제 전반에 깊은 주름살을 드리우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한 고유가는 유로존(유로화 가입지역)의 물가, 금리, 환율 관리에 어려움을 던져주고 있으며
경제성장률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물가급등
유로존 13개국의 10월 물가상승률은 2.6%로 지난 2005년 9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존 물가가 급등한 것은 국제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곡물 가격과 식료품 가격이 상승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유가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정책 기조에 혼란을 더해주고 있다.
ECB는 2005년 12월 이후 8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긴축 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 8월 이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동으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의 위기가 지속됨에 따라
긴축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ECB가 9월과 10월 금리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금리를 동결한 것은 이런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로존 물가가 ECB의 억제선인 2%를 크게 넘어섬에 따라 ECB가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인상을
다시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관측된다.
악셀 베버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 총재 겸 ECB 집행이사는 최근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위험을 강조함으로써
ECB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베버 총재는 독일 언론과 회견에서 “금융시장의 자금경색은 일시적인 것”이라며 “ECB 통화정책의 주요 임무는
중장기적인 물가안정을 확보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유로화 가치상승
국제유가의 폭등과 비례해 유로화 가치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유럽 외환시장에서 지난 11월 7일 유로화는 장중 한때 1.4703달러에 거래돼 지난 10월말 이후 계속되고 있는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ECB가 금리인상을 다시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진 반면,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유로화의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유로화의 강세는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중국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유럽 국가들은 가격경쟁력에서 더욱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과 함께 닥친 유가 쇼크로 유로존 경제의 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로존 13개국의 올해 성장전망치를 종전 2.6%에서2.5%로, EU 27개 회원국은 2.9%에서 2.8%로
각각 0.1%포인트 낮췄다.
ECB도 유로존의 올해 성장전망치를 종전 2.6%에서 2.5%로 낮췄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2.7%에서 2.6%로 소폭 낮아질 것이라 내다봤다.
유로존 최대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는 독일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했다.
독일 정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고 지난 10월 25일 발표했다.
미하엘 글로스 경제장관은 내년에는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008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보다 낮췄다고 밝혔다.
글로스 장관은 국제유가 상승, 유로화 강세, 그리고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동으로 인한 국제금융
위기 등으로 내년에는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개발
고유가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유럽 각국은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재생가능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재생가능 에너지를 개발해 왔다.
고유가로 인해 대체에너지 개발의 채산성 확보가 용이해짐에 따라 에너지 개발 및 효율화를 위한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정부는 지난 8월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이고 대체에너지 사용 비중을 늘리는 내용의 에너지 효율화 종합대책을 승인했다.
이를 위해 독일 정부와 기업은 향후 10년간 3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독일은 오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전체 에너지 사용량 중 재생가능 에너지 비중도 현재의 12%에서 2020년에는 30% 선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독일 정부는 자동차 연료와 난방용 에너지 등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을 2020년까지 매년 3%씩
증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가상승에 따라 독일의 원자력 발전소 폐쇄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기후보호를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원전에 의한 전력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유가상승은
비용 측면에서도 원전의 효용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고 있다.
송병승 베를린 특파원 | songbs@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