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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의 서쪽 아르메니아에 위치한 사하라 사막.
아르메니아는 카라바흐 전쟁 이후 국경봉쇄로 경제발전에 막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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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의 보고로 일컬어지는 중앙아시아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에 있는 남(南)카프카스 지역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지역에는 앙숙 관계인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자리하고 있다.
에너지 자원 수입을 위해 러시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이 지역의 정치적
안정이 이뤄져야 중앙아 에너지 자원의 유럽행이 수월해질 수 있다는 점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
물론 남카프카스 지역을 거치지 않는 유럽행 에너지 자원 수송경로도 강구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지역이 중요하게 인식되는 것은 아직도 간헐적으로 물리적 충돌을 빚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 간에 전쟁 재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전쟁이 재발하면 이 지역을 관통하는 송유관이 파손되고 유럽행 에너지 자원이 줄어 유럽에선 엄청난 에너지난이
야기될 것으로 우려된다.
송유관의 중요성은 국제유가의 사상 유례없는 고공행진으로 자연스레 부각됐다.
아르메니아.아제르 앙숙관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간 전쟁은 이미 일어났다. 발단은 양국이 소련 산하 공화국이던 1988년 아제르 영토에 포함되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아제르를 상대로 분리독립 전쟁을 일으킨 것.
이때 아르메니아가 이들 자국계 주민을 군사적으로 지원했다.
전쟁 와중인 1991년 소련이 붕괴됐음에도 전쟁은 계속돼 개전 6년 만인 1994년 러시아 등의 중재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는
‘불안전한’ 휴전협정을 맺고 공식적으론 전쟁을 멈췄다.
전쟁으로 양측에서 3만5천여 명이 사망하고 100만 명 이상이 피란했다.
문제는 협정체결 후에도 카라바흐 지역에 주둔중인 아르메니아군과 아제르군 간에 간헐적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유럽과 중앙아, 북미 등지의 56개국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 국제기구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협정 이후 줄곧
아르메니아와 아제르 간의 이른바 카라바흐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중재해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00년 이래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카스피해 연안 산유국인 아제르가 오일 달러로 기록적인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국방지출도 대폭 늘리고 있다.
그러면서 아르메니아와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르메니아는 카라바흐 전쟁 발발 이후 이뤄진 아제르 측 국경봉쇄에다 전쟁 말기인 1993년 아제르의 동맹국인 터키의
국경봉쇄로 경제발전에 막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연유로 아르메니아는 국경이 봉쇄되지 않은 이란과 근년 들어 협력을 강화해가고 있다.
경협은 물론 군사협력까지로 나아가고 있다.
군사협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경협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문제 삼아 국제제재를 추진해오는 미국은 아르메니아 측이 이란과 손잡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제 제재에 아르메니아가 동참하라는 미국 측 요구가 안 먹히고 있는 것이다.
아르메니아는 불친절한 아제르 및 터키에 대한 견제용으로 러시아군 주둔을 자진 요청해 현재 러시아군이 1개 기지를 두고 있다.
아르메니아, 터키와도 불편
터키가 아르메니아 국경을 봉쇄한 이유는 동맹국인 아제르 영토 침범에 대한 보복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역사적 배경이 깔려 있다.
아르메니아는 터키의 전신인 오토만 제국이 제1차 세계대전 시기이던 1915~17년 최대 150만 명의 자국민을 조직적으로 대량
학살했다는 주장을 해왔다.
이에 앙심을 품고 있던 터키는 아르메니아가 카라바흐 지역을 점령하자 바로 국경 봉쇄에 들어갔다.
종교적으로 보면 다수파인 무슬림들이 소수파 기독교 신자들인 아르메니아인들을 살해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아르메니아는 왕국시절인 4세기 초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것으로 돼있다.
터키 측은 아르메니아인 살해사건과 관련, 러시아군이 아르메니아로 밀고 들어오면서 아르메니아인들이 러시아 편을 들어
오토만 제국으로부터 독립해 민족국가를 세우려 했다며 이 과정에서 내전이 발생해 아르메니아인이 30만 명 사망했고
그에 못지않은 수의 터키인들도 희생됐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법상의 대량학살이란 용어 자체도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아르메니아인 대량학살 문제는 최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아르메니아의 손을 들어 대량학살 인정 결의안을 채택,
터키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하면서 일약 국제 이슈화했다.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과 손잡고 큰 역할을 해온 터키가 크게 반발하면서 미 하원 내 결의안 채택 지지자들은 일단 내년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선 상태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아르메니아.아제르 전쟁 가능성
이처럼 얽힌 지역상황에 대해 브뤼셀에 본부를 둔 국제문제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감시기구(ICG)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양국간
전쟁재발 가능성을 거론, 주목받고 있다.
보고서는 깨지기 쉬운 휴전협정은 아제르 측이 오일 달러로 군비증강에 나서면서 위협받고 있다며 전쟁재발 시기는 2012년경이라
전망했다.
2012년쯤 되면 아제르가 원유수출 감소로 경제문제를 겪게 됨에 따라 국민적 관심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군사적
모험에 나설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되면 첫 ‘사상자’ 중 하나는 카라바흐 부근 지역을 통과하는 원유 및 가스수송관이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보고 있다.
아제르의 카스피해 유전에서 지중해로 향하는 주요 송유관은 현재 카라바흐 지역에서 동쪽으로 수km 떨어진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
BP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조만간 산유량을 1일 100만 배럴로 끌어올려 이 송유관을 통해 유럽 쪽으로 보낼 계획인데
이 송유관이 전쟁과정에서 파손될 수 있다는 것.
보고서는 아제르와 아르메니아가 평화협상의 길로 들어서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결의안을 미국과 EU가 채택하고,
양국도 평화협상의 근거가 되는 기본원칙들에 조속히 합의해야 한다고 예방책을 밝혔다.
특히 양국은 내년 초 자국에서 각각 치러지는 대선 이전에 기본원칙에 합의해야 한다며, 시기를 놓치면 양국은 평화협상을
벌이기가 더욱 어렵게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조언했다.
OSCE는 분쟁해결을 위한 협상원칙 등을 이미 마련해 놓은 상태지만 아르메니아와 아제르 국내에는 협상에서 서로 양보하지
않으려는 보수세력이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대선전 합의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대선을 통해 ‘비둘기파’가 패배하면 분쟁해결은 더욱 꼬일 수 있다.
인구 300만 명으로 소국인 아르메니아는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수십만의 교포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고 있을 정도로 어려운 살림살이다.
하지만 인구 800만 명 수준인 아제르는 카스피해와 그 연안에서 생산되는 원유와 가스로 경제가 날로 성장하고 있다.
유창엽 알마티 특파원 | yct9423@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