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투자은행이란 목표를 세운 우리글로벌은 한국계 투자은행의 시험지로서 지난 1년간 성공적인
성적표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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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우리투자은행 사무실. 이 회사는 IB 성공의 관건 중 하나인 직원들의 외부 네트워킹 면에서 성공을 향한 한 계단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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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의 금융 중심지, 센트럴. 그 중에서도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세계적 금융회사들이 둥지를 튼 곳이 아시아 최대 부호
리카싱 청쿵실업 회장의 건물 청쿵타워다.
골드만삭스와 도이체방크, 메를린치 등 굴지의 투자은행(IB)들이 자리 잡고 있다.
홍콩인들이 중시하는 풍수나 경관상으로 완벽함을 자랑하는 곳이어서 100평당 월 임대료가 한화 기준 5천만 원을 넘는다.
청쿵타워 47층엔 한국계 최초의 역외 투자은행인 홍콩우리투자은행(우리글로벌)도 자리 잡고 있다.
우리글로벌이 12월로 본격적으로 투자은행 업무를 시작한 지 1년을 맞았다.
얼마 전 우리글로벌과 같은 층을 사용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회사 베인(Bain) 측은 사무실을 넓혀야겠다며 200평 가량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글로벌에게 다른 곳으로 이전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상순 우리글로벌 대표는 이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
“물러나려면 당신들이 물러나라”며 “정작 사무실을 넓혀야 할 곳은 바로 우리다”라고 큰소리쳤다.
문학적 수익 넘본다
15명으로 출발했던 우리글로벌 직원은 1년 새 40명으로 불어났다.
IB 성공의 관건 중 하나가 직원들의 외부 네트워킹이란 점에서 성공을 향한 한 계단을 넘어섰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18년 전 홍콩에서 단 2명으로 아시아 업무를 시작한 골드만삭스가 11년 전에야 100명을 넘어서고 작년 말에
1천 명을 넘었다는 점에서 우리글로벌의 성장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다.
세계적 투자은행이란 목표를 세운 우리글로벌은 한국계 투자은행의 시험지로서 지난 1년간 성공적인 성적표를 내놓았다.
연말 영업수익 예상치가 2천500만 달러로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싱가포르 해운사의 선박금융 주선을 시발로 그간 오만의 원유 운반선 10척 도입을 위한 파이낸싱을 수주해 200만 달러의
수수료 수익을 남기는 등 30여 건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성사시켰다.
특히 중국의 5대 항공사인 선전항공의 신디케이트 파이낸싱을 수주, 골드만삭스로부터 공동마케팅 제의를 받기까지 했다.
우리글로벌이 선전항공의 내년 홍콩 증시 상장의 주간사를 맡게 될 경우엔 ‘대박’을 터뜨릴 것으로 기대된다.
홍콩 골드만삭스가 작년 공상은행 상장의 주간사를 맡아 39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수익을 남긴 일이 이제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
우리글로벌은 3년 내 홍콩 증시 상장을 목표로 현재 5천만 달러 규모인 자본금을 20배인 10억 달러 이상으로 늘릴 계획도
갖고 있다.
아시아와 중동 내 영업활동 강화를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주식거래 등에 특화된 홍콩 현지법인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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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금융회사들이 둥지를 튼 홍콩의 금융 중심지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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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100%
우리글로벌은 지난 1년 간의 영업을 통해 세계적 IB로 떠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목표시장과 사업모델을 명확하게 준비하고 나온 결과였다.
갓 출범한 IB로서 평판이나 신뢰도가 전혀 확보되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 성적을 거둔 것은 워낙 IB 시장규모가 방대해 따낼 수 있는
프로젝트가 무궁무진했기 때문.
1년 영업에서 걸림돌이 된 것은 다름 아닌 인사채용이나 리스크 매니지먼트 등 프로토콜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인재유치의 어려움이 더 컸다.
같은 조건이면 메릴린치로 향하는 것이 홍콩 금융가에선 당연한 이치였다.
그럴싸하게 포장된 현지 인력들을 걸러내는 작업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십 년 간의 IB 영업과 경험을 통해 유기적 시스템과 노하우를 쌓아온 골드만삭스와는 단기간에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없겠다는
자괴감도 나왔다.
현 대표는 “막연하게 이런 점이 부족할 것으론 생각했지만 영업을 본격화해 보니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제 한국에서 해외진출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
하지만 금융 당국도 막연한 지원에서 벗어나 효율성을 갖추는 진일보한 자세가 필요하다.
상업계 은행 위주의 일률적인 내부통제와 감독정책으로 IB 업무를 바라보는 것은 여전한 내부 걸림돌이다.
현 대표는 이와 함께 본국에서 인내심을 기대할 수 없고 조그만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는 한국적 제약과 함께 단기간에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이 정도 시장이라면 매년 100% 성장률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해외진출, 선택 아닌 필수
해외 IB 진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우리글로벌에 이어 신한은행의 역외 IB ‘신한 아시아’도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을 바탕으로 현재 농협, 기업은행, 외환은행 등이
홍콩에 역외 IB 개설을 타진하며 선발진을 파견한 상태다.
유럽시장의 성장 정체에 따른 수익기반 악화로 95년부터 IB 전환을 꾀한 도이체방크가 10여 년 만에 은행수익 26조 원의 70%인
17조 원을 IB 부문에서 거둬들이는 세계 6위의 글로벌 IB로 성장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한국 금융회사들의 잇따른 역외 IB 진출을 가능케 하는 점은 방대한 IB 시장규모다.
자본 기준으로 전 세계 IB 시장에서 아시아 영역의 비중은 아직도 10%에 불과할 정도로 성장 여력이 크며 매년 6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IB들도 인력을 아시아로 집중하고 있는 중이다.
세계적 투자은행들은 아직까지 아시아에서도 일본, 한국 외에 실물 담보가 가능한 태국, 인도네시아 정도에만 손대고 있을 뿐
중국과 베트남은 아직까지 미개척지로 남아 있다.
현 대표는 “아마추어가 했는데도 이 정도 성적이라면 프로의 경우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한국계 투자은행끼리 과당경쟁은 5년 안에는 있을 수 없다”고 장담하면서 “만약 한국계 투자은행끼리 과당경쟁이
빚어진다면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주호 홍콩 | jooho@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