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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마 군사정부와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진영의 화해 물꼬에 대해 전문가와 미얀마 시민들은 민주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군정 지도부의 진정성에 대해 의혹에 찬 눈길을 보내고 있다.
수치 여사는 11월 9일 군정 당국의 허용으로 자신이 이끌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지도부를 3년여 만에 면담했으며,
군정과 야권의 ‘연락관’으로 임명된 아웅 치 노동 장관을 만날 수 있었다.
수치 여사는 NLD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군정 지도부인 국가평화개발평의회(SPDC)가 국가 화해를 이룩할 의지가 있다고
믿고 있으며 국가 화해를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국영신문인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는 극히 이례적으로 다음날 1면에 미얀마 전통복장 차림의 수치 여사와
아웅 치 장관이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게재했다.
신문은 사진과 함께 “정부는 민주화를 위해 모든 힘을 다하는 한편, 국가 화해를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10월 3~8일까지 엿새 일정으로 미얀마를 방문했던 이브라힘 감바리 유엔 특사는 “포괄적 형태의 국가 화해를 모색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군정과 수치 여사 사이의 대화 통로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40여 년간 군부 통치에 신음하던 미얀마에서 유엔의 중재로 군정과 민주진영의 화해 물꼬가 트인 것이다.
전문가, 군정.야권 불신의 벽 허물어야
그러나 미얀마 전문가들은 최근의 상황 진전을 크게 반기면서도 대화의 손길을 내민 군정 지도부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미얀마 군정은 유엔의 3자 회담 제의를 거절했으며, 군정 최고지도자인 탄 슈웨 장군은 감바리 특사와 면담조차 피했기 때문이다.
감바리 특사는 미얀마 방문중 자신과 수치 여사, 군정 지도자의 3자 회담을 제의했으나 군정은 이를 유엔의 내정간섭으로 보고
단호히 거부했다.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는 키와 흐산 정보 장관이 “유엔의 긍정적인 조정이나 협력은 환영하지만 주권을 침해할 수 있는 간섭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이에 따라 일부 미얀마 전문가는 군정의 화해 몸짓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겉치레로 보고 있다.
미얀마 정세 분석가인 윈민은 AFP 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1988년 3천여 명이 희생된 민주화 시위를 언급하며 “그때 이후 미얀마의
각 진영이 양보와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최대의 기회”라고 기대하면서도 군정 지도부는 과거에도 그 같은 대화를 중도에서
중단한 사례가 많다는 점을 상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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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미얀마 운동가들과 지지자들이 도쿄 시내 일본 외무성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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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모든 협의가 이뤄진 것을 막판에 군정 최고지도자인 탄슈웨 장군이 거부했었다”고 지적했다.
트레버 윌슨 전미얀마 주재 호주 대사는 “NLD와 SPDC는 헌법 제정을 위한 국민투표와 총선 등에 대해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그러나 과거를 돌아보면 그렇게 낙관할 수만은 없으며 미얀마 각 진영의 엄청난 노력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1990년 선거에서 그런 낙관적인 전망이 있었다.
그해 5월 치러진 총선에서 수치 여사가 이끄는 NLD가 압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부는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고 정권을 내놓지 않았으며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을 연장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04년에도 미얀마 군정이 민주화를 추진하겠다며 제헌회의 구성을 발표했으나 NLD는 그 구성원과 절차가 비민주적이라며
곧바로 탈퇴하고 말았다.
이번 군정과 민주진영간 화해 물꼬에 있어 긍정적인 점은 군정 당국이 감바리 특사의 수주 내 미얀마 재방문과 파울로 세르지오
핀하이로 유엔인권특별보고관의 방문을 허용했다는 점이다.
미얀마 전문가들은 군정과 민주 진영의 오랜 불신의 벽을 하루 아침에 허물 수 없다며 국제사회가 인내심을 가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방문교수인 미얀마 전문가 자르니는 “요구만 거듭할 것이 아니라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당분간 내버려둬야 한다”고 말했다.
양곤 시민, 군부가 바뀌어야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던 미얀마의 옛 수도 양곤 시민들 사이에는 국가 화해의 희망과 군부에 대한 의구심이
교차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40대 여성은 “군사정부를 축출하기 위한 좋은 전략”이라며“수치 여사의 협력 제의를 군정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군정에 있다”고 말했다.
퇴직 공무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틴틴(51)은 변화를 위한 진정한 기회가 주어진 현 상황 전개를 매우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나라에서 군부를 아예 없앨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수치 여사의 협력 메시지를 환영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수치 여사는 군부를 없애면 결국 국민에게 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분”이라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시민은 군부가 진정한 대화의 손길을 내밀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는 한 승려는 군정 지도부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완화하려 할 뿐이지 대화를 위한 정치적 의지를
정말 갖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군정 지도자들이 정직하다면 민주화를 위한 절차를 오래 끌고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군정이 자체적으로 민주화를 하겠다며 제시한 민주화 7단계 로드맵을 고집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이 로드맵에 대해 NLD는 구성과 절차가 비민주적이라며 참여를 거부한 상태이며, 국제사회는 “민주주의의 속임수”란 비판을
가하고 있다.
50대의 한 기업인은 “군정이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수치 여사가 아무리 군정에 협력하려 해도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군정은 7단계 로드맵에 매달려 있다.
이 안이 제시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군정이 정책을 바꾸는 순간 모든 일이 풀릴 것이다.
모든 게 군부의 정책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성옥 방콕 특파원 | sungok@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