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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으로 시작
민 유 성
산업은행 행장
산
업은행 민유성 행장이 산업은행을 민영화하고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파격적인 개혁 행보를 시작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민유성 행장은 지난 6월 13일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임원과 부장급 60여명에게 소집통보를 내려
다음날 아침 7시30분부터 산업은행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강의하고 조별로 토의하는 행사를 열었다.
산업은행 한 관계자는 "해외 IR를 다녀와서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토요일인데도 취임 바로 다음날부터
은행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비서실에서 준비한 발표자료나 보고서 없이 메모지를 들고 강연하는 것 등은
매우 신선하고 의욕이 넘쳐 보인다"고 말했다.
민 행장은 지난 6월 11일 오후 금융위원회에서 임명장을 받은 뒤 바로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티타임을 갖고 권위가 묻어나는
'총재'라는 직함 대신 은행장이라고 불러달라고 하는 등 자신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또 노조가 '함량 미달 인사'라고 지적하며 취임식을 막자 노조위원장과 독대해서 문제를 해결하는가하면 취임식에서도 즉석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조위원장을 불러올려 포옹하며 협력 의지를 다지는 등 관료 출신 총재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민 행장은 이날 행사에서 2시간 동안 산업은행의 변화 방향에 대해 설명하며 "청사진은 밝지만 난관이 많으므로 손잡고 서로
믿으며 나아가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새로운 창업을 하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창업동지로서 최고 수준의 세계적인 투자은행을
만들어 음료업계의 대명사인 코카콜라처럼 금융산업의 대명사가 되자"고 강조했다.
그는 "성공적인 민영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외부 홍보가 중요하며 각종 마케팅 활동에 행장이 앞장서겠다"고 밝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인정받도록 할 것이며, 실수를 꼬집어내는 감점주의가 아니라 성과를 우선시하는 가점주의를 기반으로
평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금 세계적인 금융시장의 흐름은 업무 영역 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수익이 있다면 뛰어드는 것이며 잡아먹지 않으면
먹히는 서바이벌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하고 "아무리 큰 조직이라도 경영 효율성이 떨어지고 리스크 관리를 잘못하면
씨티은행처럼 합병당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또 앞으로 조직 외형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하며 "우선 부문간 활발하게 협조할 수 있도록 외국 금융기관에서 많이
적용하고 있는 매트릭스 제도를 도입하고 보상체계는 360도 평가와 위험조정수익(risk adjusted return) 평가 방식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는 수신 본부 소속 직원은 해당 본부장에게만 평가를 받았지만 매트릭스 조직에서는 본래 업무와 관련해 다른 본부의
일을 했다면 지주회사 임원에게서도 일부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산업은행 관계자는 설명했다.
360도 평가는 윗사람이 일방적으로 부하직원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 위, 옆 등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를 하는 것이며
위험조정수익 평가 체제는 대출과 같이 리스크가 많은 업무에서 수익을 냈거나 비용이 많이 들어간 경우는 감점을 하고
리스크가 없는 수수료 수익을 많이 거둔 경우는 가점을 하는 방식이다.
그는 "은행의 발전을 위해서는 조직문화를 칭기스칸이나 로마제국이 그랬듯이 외부의 우수한 인재와 문화를 흡수할 수 있는
열린 문화로 만들어야 하며 결재 간소화, 형식타파, 경영정보시스템(MIS) 강화 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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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성 산업은행 행장이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이상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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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부분 M&A로 확충
민유성 행장은 6월 13일 투자은행(IB) 영업과 수신, 소비자금융 등 부족한 부분은 인수합병(M&A)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충을
통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민유성 행장은 이날 오전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새로운 목표인 민영화 전환과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도약하기
위해 조직 역량 집중, 은행과 계열사 경쟁력 강화, 노사간 신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 행장은 우선 성공적인 민영화를 위해 조직과 인력, 제도와 의사결정 시스템을 시장 중심으로 바꾸는 한편, 금융지주회사로
전환에 대비해 계열사간 시너지가 활성화되도록 조직과 인력을 재구축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업과 수익성, 인재에 중심을 두고 프로젝트 파이낸스, 파생, 구조조정 등 강점은 해외로
확대시키며 IB영업과 수신, 소비자금융 등의 분야는 M&A와 글로벌 네트워크 확충을 병행해 단기간에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의 공급목표 위주 가치에서 벗어나 리스크를 감안한 수익성을 의사결정의 척도로 두고 성장 위주 영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최고의 금융전문가 집단으로 거듭나기 위해 언제든 최고의 인재를 흡수하는 열린채용 시스템을 상시 가동하고 내부 인력을
글로벌 핵심인재로 키우는 직무중심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뿌리내려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영화라는 큰 파랑이 밀려오는 가운데 노사는 같은 배를 탄 공동운명체로서 신뢰와 동반자적 이해를 갖추고 한마음으로
보조를 맞춰야한다"면서 "노조에 진정한 파트너의 관계를 갖자"고 제안했다.
조직 끌어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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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민유성 산업은행 행장. 사진 이상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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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성 행장이 민영화 방향이나 조직 개편, 대우조선 매각 등 중요 사안에서 내부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히는
등 직원들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민유성 행장은 지난 6월 11일 오후 금융위에서 임명장을 받은 뒤 산업은행을 찾아 마중 나온 김종배 부총재 등
직원들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고 인사를 하는가 하면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노조가 문 앞에 막아서서 되돌아 나오는 상황에
처해서도 예의 웃는 표정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민 행장은 곧이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질문에 대해 "내정자로 있으면서 들여다보기는 했지만 준비가 덜 됐으며 내부의
생각을 검토해보고 임직원들과 협의한 뒤에 답변하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가 점령군으로 행세하지 않고 몸을 낮추는 것은 지금까지 '을' 중의 한 명이었던 일개 외국계 증권회사 서울지점 대표가
수장으로 오는데 대한 직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조직을 끌어안으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조직개편 방안에 대한 질문에 "산업은행에서 민영화에 대비해 세워둔 안들을 임원들과 검토한 뒤 답변 해야겠다"고 말했고,
대우조선 등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매각에 변화가 있을 것이냐는 물음에 는 "외부에서는 지켜봤지만 안에서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부 상황을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메가뱅크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국내에서 메가뱅크를 추진하는 방안과 해외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산업은행에서 검토한 부분을 토대로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정해가겠다"고 밝혔다.
또 해외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외부 인재를 끌어들이겠다고 하면서도 산업은행
직원들이 핵심인재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빼놓지 않았다.
성공적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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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성 행장은 금융위원회에서 임명장을 받은 뒤 권위가 묻어나는 '총재;라는 직함 대신 '은행장'이라고 불러달라고 하는 등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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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성 행장은 현 정부가 중점과제로 삼고 있는 금융공기업 민영화의 대표 사례인 산업은행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야하는
임무를 맡았다.
민 행장은 당장 올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한국개발펀드(KDF) 설립, 내년 기업 공개와 정부 지분 매각 등의 작업을 차질없이
진행함으로써 임기 내에 민영화의 중요한 부분을 모두 마무리해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민영화에 따른 대외채무 처리와 세계적인 수준의 투자은행으로 도약,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 등의 작업을
매끄럽게 수행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1981년 씨티은행에 입행한 이래 20여년간 모건스탠리증권,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리먼브라더스증권 등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일하며 투자은행 부문에서 전문성을 확보한 민 총재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지난 2001년부터 3년간 우리금융지주 재무담당 부회장(CFO)을 맡아 국내에서 처음으로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한데 이어
국내외 증시 상장, 부실 자산 정리 등의 민영화 작업을 주도한 경험도 갖고 있다.
다만 민 행장이 산은 행장으로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이와 같은 전문성과 경험 뿐 아니라 조직을 빠른 시일 내에
장악하는 한편, 각계각층의 다양한 요구를 조율하고 중심을 잡는 정치력과 뚝심이 필요하다.
산업은행은 직원 수가 2천여 명에 달해 민 행장이 수장으로 있던 외국계 금융회사 서울지점은 물론 일부 기획기능만 갖춘
소형 조직인 우리금융지주에 비해 규모가 크다. 게다가 금융감독원은 물론이고 감사원과 검찰, 정치권, 여론 등도 감안해야 한다.
아울러 민영화 과정에서 기업은행, 우리금융과 연계해 매각하는 메가뱅크 방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각도로 검토를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주간사 선정부터 삐걱거린 대우조선해양 매각 건을 무난하게 마무리하는 것도 민 행장의 과제 중 하나다.
대형 M&A를 독자적으로 주관한 경험이 별로 없는 산업은행이 단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번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산업은행이 성공적인 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윤정 경제부 기자 |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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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성 산업은행장
<프로필>
외국계 은행과 증권사에서 잔뼈가 굵은 투자금융(IB) 전문가로 알려져있다.
씨티은행에서 출발해 리먼브라더스 서울지점 대표, 환은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대표 등을 지내며 국제 감각을 익혔고
투자은행 분야에서 실력을 쌓았다.
지난 2001년부터 3년간 우리금융지주 재무담당 부회장을 맡아 금융지주 설립과 국내외 증시 상장, 부실자산 정리 등을 처리하며
민영화를 진두지휘했다.
이와 같은 경력이 민영화를 거쳐 투자은행으로 거듭나야하는 산업은행의 수장으로서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인 정순옥씨 사이에 2녀.
▲서울(54) ▲경기고.서강대 경영학과.미국 뉴욕주립대 대학원(MBA) ▲씨티은행 뉴욕본점 기업금융그룹 지배인
▲모건스탠리증권 서울사무소장 ▲환은살로먼스미스바니 대표 ▲ 코스닥위원회 위원 ▲우리금융지주 부회장(CFO)
▲리먼브라더스 서울지점 대표
<인터뷰>
"산은 민영화 차질없이 추진"
민유성 산업은행 행장은 국책은행의 민영화와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의 도약이라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심없이 온 몸을
던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민 행장은 또 메가뱅크 구상에 대해서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금융위나 재정부와 협의를 통해 가장 합리적이고 최선인 방안을
찾아 소신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직원들의 불안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그들과 진솔한 마음으로 대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문)산업은행 행장으로서 포부는.
답)
사심없이 일하겠다. 중요한 것은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과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발돋움시키는 것이다.
확실하게 온 몸을 던져 일하겠다.
문)시급하게 처리할 일은.
답)
민영화 계획과 일정이 나와 있으니 잘 따라가면 된다. 우리금융에서도 해봤던 일이다.
문)민영화를 둘러싸고 각계각층에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답)
우리금융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간섭자가 많다기보다는 방향에 대해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이해한다.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잘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산업은행을 글로벌 IB로 도약하기 위해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답)
지금은 국제 시장으로 나가기에 좋은 타이밍이다.
시장 전체가 서브프라임으로 위축돼있기는 하지만 나의 경험과 국제 금융시장 네트워크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언급하기에는 내부적으로 제약요건이 있는지 등을 먼저 살펴야한다. 조만간 방향을 잡아 알리겠다.
문)메가뱅크 구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답)
메가뱅크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하기보다는 현재 산은의 상황과 우리나라 경제 전반의 상황을
살피고 금융위와 재정부와 논의해서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나는 가장 합리적이고 최선의 방법을 찾아 소신있게 추진할 것이다.
문)대우조선 매각은 그대로 가나.
답)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언급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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