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금융 빅뱅
금융.산업 M&A 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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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계가 금융위원회의 산업은행 민영화 계획발표를 2차 금융 빅뱅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면서 긴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 우리, 신한은행의 3강 체제 변화는 물론, 18개 은행 수가 절반으로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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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M&A 회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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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및 2012년까지 민영화 방안을 발표하는 전광우 금융위원장 사진.도광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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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제.한.서’. 외환위기 전 은행권에서 조흥은행과 상업, 제일, 한일, 서울은행 등의 앞 글자를 딴 용어가 오랫동안 통용될 정도로
위상이 강했던 5대 시중은행들이 8년간 이어진 1차 금융 빅뱅 과정에서 단 한 곳도 이름을 유지하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금융업계가 6월초 금융위원회의 산업은행 민영화 계획발표를 2차 금융 빅뱅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면서 긴장하는 이유다.
2차 금융 빅뱅 과정에서 국민, 우리, 신한은행의 3강 체제 변화는 물론, 18개의 은행 수가 절반으로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과 맞물리면서 인수.합병(M&A) 바람이 금융업계 전반으로 휘몰아칠 것으로 보이며, 산업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외환위기 후 은행 수 급감
1998년 4월 정부가 발표한 ‘금융.기업 구조개혁 촉진방안’이 1차 금융 빅뱅의 신호탄이었다면 6월초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산업은행 민영화 계획은 2차 빅뱅의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금융.기업 구조개혁 촉진방안이 발표된 지 두 달 만에 대동, 동남, 동화, 충청, 경기 등 5개 은행이 퇴출 대상으로 찍혀 매물로
나왔으며, 각각 국민, 주택, 신한, 하나, 한미은행에 매각됐다.
이듬해 5대 시중은행이던 상업, 한일은행이 합병해 옛 한빛은행(우리은행)으로 탈바꿈하고 보람, 하나은행이 합병하는 등
수년간 지속된 은행간 합종연횡을 거쳐 2006년 3월 신한금융지주에 합병된 조흥은행이 간판을 내리면서 8년 간에 걸친 1차 금융
빅뱅이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은행 수는 33개에서 18개로 줄었고 제일, 외환, 한미은행 등은 외국자본에 넘어갔다.
그러나 대규모 금융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2006년 현재 국내 은행의 해외자산 비중은 2.5%로 UBS의 91%나 씨티그룹 및
HSBC의 51%, 56%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등 고부가가치화는 미흡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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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인 간담회에 참석한 시중은행장들. 금융.기업 구조개혁 촉진방안이 발표된 후 대동, 동남, 동화, 충청, 경기 등
5개 은행은 퇴출 대상으로 찍혀 매물로 나왔으며, 각각 국민, 주택, 신한, 하나, 한미은행에 매각됐다. 사진.안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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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강 체제 변화2차 금융 빅뱅은 국민, 우리, 신한의 3강 체제 재편 등 은행권 판도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과 산업, 기업은행을 합쳐 자산 500조 원대의 메가뱅크가 탄생하거나 자산 236조 원인 우리은행을 인수한 챔피언 은행이
나타날 경우 대형 은행들 사이에서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 경쟁이 뜨거워질 것이다.
지주사 전환 이후 3위로 밀리는 국민은행이나 자산 154조 원으로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의 절반 수준인 하나금융지주의
동향이 관심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산업은행과 기업, 우리, 경남, 광주은행 등이 매물로
나올 수 있어 현재 18개인 은행 수가 절반 정도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자산규모 100조 원대인 외환, 기업, 산업은행이 M&A를 거쳐 규모가 커질 경우 하나, 한국씨티, SC제일은행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은행들이 이합집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경남, 광주은행을 놓고 대구, 부산, 전북은행 등 지방은행간 패권
다툼도 예상된다.
업계 판도 변화 2차 금융 빅뱅은 단순히 은행권에만 머물지 않고 금융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M&A 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이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에 대비해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증권사와 보험사, 카드사들도 M&A 회오리를 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함께 민영화 대상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도 매물로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외환, 우리, 산업은행이 주요 주주인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반도체 등 5조 원 이상의
대형 M&A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각각 조선과 건설, 반도체 업계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이들 기업의 M&A는 업계의 판도를 변화시킬 영향력을 갖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부실은행의 퇴출로 시작된 1차와 달리 2차 금융 빅뱅이 정부 소유 금융기관의 민영화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자통법이나 기업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 졸업 기업의 매각 등과 맞물릴
경우 M&A 태풍은 위력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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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매각문제로 은행들이 주판알을 튕기는 가운데,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아직도 외환은행 인수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사진.이상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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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시나리오
금융권은 벌써 2차 금융 빅뱅에 대한 각종 시나리오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산업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초대형 은행(메가뱅크)의 출현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 다양한 짝짓기 전망이 난무하고 있다.
여기에 외환은행 매각 문제까지 가세하면서 방정식은 한층 복잡한 양상이다.
금융권은 민영화 대상 매물들이 어떤 모습으로 시장에 나올지, 인수 주체가 누가 될지에 따라 금융 빅뱅이 될 수도,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이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묶어 팔기금융권에 따르면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최근 “산업은행을 지주사로 전환해
매각하는 과정에서 시장 자율적으로 다른 은행과 인수.합병(M&A)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살 사람이 원하기만 한다면 다른 은행의 정부 지분도 같이 매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금융이나 기업은행을 인수한 곳이 산업은행의 경영권도 사들인다면 메가뱅크가 나올 수도 있다.
실제로 금융권은 메가뱅크 탄생 가능성을 시나리오에 넣고 있다.
하나의 매물 만으론 “금융사들의 M&A를 촉발해 금융산업을 재편하겠다”는 정부의 산은 민영화 취지를 살릴 수 없으리란 관측에서다.
따라서 정부가 이들 은행의 민영화 과정에서 기업은행과 우리금융, 또는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을 묶어 파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한정태 연구원은 “금융산업의 구도개편이란 애초 목적을 달성하려면 금융권의 균형을 단번에 깨뜨릴 수 있는
대형 매물이 나와야 한다”며 “따라서 산은과 우리금융, 혹은 기업과 우리금융을 묶어 파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특히 자산 307조4천억 원의 우리금융과 100조 원 규모의 산은지주사를 합칠 경우 자산규모만으로도 당장 리딩뱅크 반열에
올라설 수 있는 데다, 지주사 산하의 증권사를 통합했을 경우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시장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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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금융 빅뱅은 정부 소유 금융기관의 민영화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서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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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들 셈법은행들은 뒤에서 주판알을 튕기고 있지만 패를 쉽게 드러내진 않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문제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아직도 외환은행 인수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2006년에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까지 체결했다가 목전에서 놓친 국민은행은 인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으며,
하나은행 역시 HSBC은행의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될 경우 언제든지 공개경쟁을 통해 인수전에 뛰어들 태세다.
하지만 HSBC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민은행은 리딩뱅크 자리를 지키기 위해 추가 M&A가 불가피하며, 자산규모 129조 원으로 간신히 은행권 ‘빅 4’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하나은행 역시 규모의 경쟁에서 완전히 뒤처지지 않으려면 M&A가 다급하다. 하나은행의 경우 M&A에 성공하지
못하면 은행권 매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은행은 일단 우리금융보다 기업은행이나 산업은행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을 인수할 경우 투자금융(IB) 부분에서, 기업은행은 기업금융 쪽에서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며
“우리금융은 국민은행과 비슷한 사업구도여서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지주사 전환을 추진중인 국민은행은 자금조달에도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주사로 전환하면 자기자본의 100%를 다 쓸 수 있어 18조 원 정도의 여유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우리금융을 탐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이나 산업은행을 인수할 경우 현재 4위권 구도에서 크게 달라지는 게 없지만 우리금융을 손에 넣게 될 경우 단숨에 리딩뱅크로
올라선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무리를 해서라도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LG카드라는 대어를 낚은 만큼 당분간 내실경영에 치중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산업은행 민영화가 2012년까지 진행될 경우 그때 가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기금.산업자본 변수금융권 재편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일부 연기금이나 산업자본이
인수 주체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현재 국민연금처럼 일부 공적 연기금에 대해 예외적으로 금융자본으로 인정해 은행 인수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산업은행 등의 민영화가 진행되면 적극적으로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기업은행도 다른 금융회사와 짝짓기를 하기보다는 국민연금에 인수되는 편이 내심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가 안정적이고 중소기업 금융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공적기금 성격인 국민연금이 이들 은행을 인수할 경우 민영화라는 본래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산업자본이 직접 은행을 인수하거나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간접 인수할 수 있는 길도 열릴 전망이다.
정부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막는 금산분리 정책을 완화해 산업자본이 직접 은행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한도를 현행 4%보다
높은 8% 내지 10%로 높이고 PEF를 통해 은행을 간접 소유할 수 있는 길도 넓히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PEF는 은행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효율적으로 경영할 능력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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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규모 100조 원대인 외환, 기업, 산업은행이 M&A를 거쳐 규모가 커질 경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은행들이
이합집산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사진.박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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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구상대로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한 단계 도약시키려면 금융 빅뱅을 통해 초대형 은행(메가뱅크)을 만드는 데 안주해선
안 되고 실질적인 역량을 갖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의 민영화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이 매물로 나오고 이에 따라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일어나 메가뱅크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국내 금융계가 제대로 발전하려면 체질개선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우진 딜로이트컨설팅 상무는 “세계적인 금융기관이 되려면 규모와 자본력이 필요하지만 이 같은 하드웨어를 갖추는 것은
필요조건일 뿐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며 반드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인위적으로 금융기관의 덩치를 키우긴 했지만 효율성을 높이지 못해 세계 금융시장에서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산업은행이 민영화를 거쳐 세계적인 투자은행(IB)으로 자리 잡으려면 우리은행이나 기업은행 등과 합쳐 규모를 키워야
하지만 동시에 인적 역량과 네트워크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조직문화를 개혁해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국내에선 비교적 일찍 IB 업무를 시작해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해외 유수의 IB에 비해선 미미한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산업은행이 정부 보증으로 싸게 자금을 조달해 손쉽게 영업한다는 지적도 있다.
M&A를 통해 외형을 키우는 것은 당장 눈에 띄기 때문에 다들 관심을 갖지만 내실을 다지는 데는 소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금융기관으로 성장하려면 이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김자봉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적인 IB들은 긴 시간을 거쳐 발전해 왔는데 우리가 압축성장을 한다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힘든 과정이 될 것”이라 말했다.
은행권에 빅뱅이 일어나더라도 경쟁력을 키우고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으면 국내 금융산업 발전의 계기가 되기는커녕 폐해만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이 커져서 독과점적 지위를 차지하게 되면 큰 사안에만 관심을 갖고 중소기업 대출을 잘
안 하거나 수수료를 지나치게 높게 받는 등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현석 경제부 기자 | harrison@yna.co.kr
조재영 경제부 기자 | fusionjc@yna.co.kr
최윤정 경제부 기자 |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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