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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물가상승률이 7년 만에 가장 높은 4.9%를 기록한 배경에는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상승이란 불가피한 요인이 있다.
하지만 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물가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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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생활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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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경 기획재정부 1차관이 제4차 서민생활안정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모든 부분에서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 밝히고 있다. 사진.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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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폭등세가 이어지면서 서민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기가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각종 생활뿐 아니라 공공요금마저 들썩이면서 서민들은 한계상황에 몰리고 있다.
서민들은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감내하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날마다 치솟는 기름값 등을 감당하지 못한 일부 자영업자들은
생업마저 포기해야 할 처지이며, 가격 상승세가 가파른 경유를 쓰는 어선과 화물차는 항구와 차고에 묶인 상황이다.
생필품값 급등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먹고, 입고, 타는’ 실생활에 가장 기초적인 품목들이 크게 올라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밀가루 값은 전년 동월 대비 66.1%나 폭등했으며, 빵은 11.9%, 돼지고기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 여파로 24.7%나
껑충 뛰었다.
파(43.0%), 양파(19.0%), 달걀(21.9%), 두부(17.1%), 콩나물(11.3%) 등 서민들의 식탁에 흔히 오르는 식료품 값들도 대부분
고공행진을 했다. 서민들 사이에서 ‘장 보러 갔다가 살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목욕료(7.8%), 이.미용료(4.9%)와 같은 개인서비스 요금도 크게 올랐으며, 쓰레기 봉투료(5.7%), 세제 (8.7%), 화장지(6.7%) 등과
같은 실생활에 없어선 안 될 생활용품 가격도 모두 상승했다.
여기에 학원비(6.0%), 유치원 등 납입금(6.7%)과 같은 교육비도 큰 폭으로 올라 서민 생활고를 가중하고 있다.
게다가 휘발유 값은 16.3%나 뛰었고, 경유는 40.7%, LPG 값은 24.1%나 각각 폭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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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경기는 악화하고 실질소득은 줄어드는 반면, 유가가 무섭게 치솟고 각종 생필품 가격이 덩달아 급등하면서 서민들 생활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양상이다. 사진.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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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금도 들썩공공요금은 현재 정부가 억지로 붙들어 놓고 있지만 원유 등 원자재
가격급등 여파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이다.
전기요금은 상반기엔 동결했지만 올해 안에는 어떤 형태로든 인상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발전연료인 유연탄 가격이 2배가량 폭등하고 원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한국전력이 1.4분기 2천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가스요금도 덩달아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제2차관도 “도시가스(LNG)는 20% 이상의 인상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지역난방공사 역시 연료비 급등을 감안할 때 다음 조정 시기인 8월에도 동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역시 상반기에 동결 결정된 철도, 고속버스 요금 등 중앙 공공요금과 지하철, 시내버스 요금 등 지방 공공요금도 연료비 부담으로
인상압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버스업계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면서 월평균 300만~400만 원의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며 요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8월까지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또 6월부터 LPG 공급가격이 10% 이상 오른 데 따라 택시 요금 조정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상.하수도 요금이나 쓰레기 봉투료와 같이 서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지방 공공요금들도 인상요인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서민들 한계상황체감경기는 악화하고 실질소득은 줄어드는 반면 유가가 무섭게 치솟고
각종 생필품 가격이 덩달아 급등하면서 서민들 생활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양상이다.
특히 경유 가격이 급등해 휘발유와 역전 현상까지 보이면서 화물차 운전자들은 직격탄을 맞아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이들은 아예 운행을 중단하는 것이 낫다고 호소하고 있다.
LPG 가격까지 인상되면서 택시 운전사들도 비용이 크게 늘어나 울상 짓고 있다.
가격을 인상해서 연료비를 보전한다 해도 택시 이용객이 줄어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LPG와 함께 취사용으로 이용되는 프로판 가스도 가격이 오르면서 식당을 운영하는 영세사업자들은 당분간 수입 감소를
감수해야 하게 됐다. 당장 비용이 늘어나는데 가격을 올리긴 어렵기 때문이다.
기름값 인상을 감내하지 못한 서민들은 차를 버리고 ‘뚜벅이족’으로 바뀌고 있다.
상당수 서민들이 출퇴근시 항상 타고 다니던 차를 집에 두고 버스, 지하철 이용으로 돌아섰으며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일명
‘자출족’도 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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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 동결 결정된 철도, 고속버스 요금 등 중앙 공공요금과 지하철, 시내버스 요금 등 지방 공공요금도 연료비 부담으로
인상압력이 커지고 있다. 사진.박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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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폭등하나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4.9%를 기록하며 5%에 육박한 배경에는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상승이란
불가피한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수출 부양과 서비스 수지 개선 등을 위한 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물가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오른 국제유가가 아직 반영되지 않은 분야의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고유가도 추세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정부가 제시한 3.5%를 훌쩍 넘어 4%대 안팎을 기록, 4.1%였던 2001년 이후
최고에 도달할 것으로 우려된다.
물가인상 ‘쓰나미’물가 급등세가 가속화되는 것은 원유.금.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급등이
시차를 두고 계속적으로 국내 물가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1분기 배럴당 55달러에서 2분기 64.8달러,
3분기 70달러, 4분기 82.8달러에 이어 올해 3월 14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100달러를 돌파했고 5월 29일에는 123.92달러에 거래됐다.
국제유가 전문가협의회는 올해 하반기 두바이유 평균가격이 120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분석에 따르면 국제 석유제품 가격상승은 1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반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9% 상승했는데 이 중 석유류가 1.43%포인트를 기여했다.
전체 물가 상승분의 30%가량이 석유류 제품의 가격상승에 따른 것이다.
품목별 기여도를 살펴봐도 휘발유(0.52%포인트), 경유(0.49%포인트), 금반지(0.29%포인트), 등유(0.25%포인트),
도시가스(0.19%포인트) 등 석유 및 원자재 관련 품목의 비중이 컸다.
유가 외에 지난해 이후 급등한 곡물가격도 밀가루, 국수, 라면 등 국내 중간재 및 최종재 가격에 4∼7개월의 시차를 두고 지속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농산물 수입물가 상승은 3분기 정도 후에 국내 소비자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분석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파르게 오른 국제 농산물 가격이 최근 국내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유가, 원자재, 곡물 등의 수입물가 상승은 공산품의 가공원료, 사료 등의 가격상승을 불러오고, 이는 상하수도.이미용.외식 등
서비스 가격에 영향을 줘 전반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지난 5월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9% 상승해 2001년 6월(4.1%) 이후 최고를 기록했는데,
이는 농산물 및 석유류에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품목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김범석 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최근의 물가상승에는 유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통상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기후가
나쁘지 않으면 물가가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는데 일단 7월까진 유가상승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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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발표한 ‘2008년 1.4분기 국민소득’에 따르면 1분기 실질 GNI는 2003년 1.4분기 이후로 최대 감소했고, 1분기 실질
GDP 증가율도 2006년 4.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진.박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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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도 물가상승 부채질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도 물가상승을 부채질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달러당 947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한때 1,049.60원으로 1,050원대까지 육박했다가 최근에는 1,022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까지 급격하게 오르면서 석유류와 원재자의 국내 수입가격은 대폭
상승했고 국내 소비자 물가에도 상당한 충격을 줬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을 낮춰 고유가 충격을 덜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2005~2006년에도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에서 90달러까지 뛰었지만 고유가 충격은 크지 않았다.
환율이 달러당 900원대 초반에 머물렀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당시 환율을 올려 유가 충격에 견디도록 경제 체질을 개선하지 못해 현재 후유증이 크다”며 “환율을 낮춰 고유가를
막으면 당장은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상당한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환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LG경제연구원의 송태정 연구위원은 “현재 유가.원자재 가격상승에 환율상승이 겹치면서 물가급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7년래 최대 물가고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우려된다.
물가인상 도미노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까지 겹치면 올해 연간 기준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대에 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의 상승률 전망치를 2.8%에서 4.1%로 대폭 상향 조정했고, 삼성경제연구소는
전망치를 3.3%에서 3.9%로 올렸으며,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8%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기준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0년 2.3%를 기록한 뒤 2001년 4.1%로 급등했다가 2002년 2.8%, 2003년 3.5%, 2004년 3.6%,
2005년 2.8%, 2006년 2.2%, 2007년 2.5% 등으로 최근 3년간 2%대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경제연구소들이 제시하고 있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현실화된다면 올해는 2001년(4.1%) 이후 7년 만에 가장 힘든
물가고통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KDI의 임경묵 박사는 “KDI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1%로 전망할 때 원.달러 환율은 1천 원 미만, 국제유가는 100달러 수준을
상정했었다”면서 “최근 환율이나 유가 수준을 고려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앞으로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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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성적표는 국가 전체의 성장률로 나타나기 때문에 수출기업들이 아무리 고환율 덕을 본다 해도 만족할 만한 성장률을 내기 힘들다.
사진.황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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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난국 '설상가상'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9%로 나오면서 정부의 경제정책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와 각종 원자재,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는 정부 목표치를 오래 전에 벗어났다.
하지만 4월 4.1%에서 불과 한 달 만에 0.8%포인트나 더 뛰면서 5%에 육박하자 정부로서도 다급해졌다.
물가가 이처럼 급등하면 당장 내수가 위축되고 이는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물가가 폭등하는 와중에 경기가 가라앉으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직행한다.
이런 상황에서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06년 4.4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고 1분기 실질 GNI도 전 분기에 비해 1.2% 줄어
생산과 소득이 힘을 잃고 있다.
기업의 활력도 떨어져 일자리 창출은 수정목표치 35만 개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서 바닥을 기고 있다.
국민 반발을 우려한 정부는 물가대책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물가에 올인할 경우 성장률이 떨어지고 경상수지가 악화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성장.일자리 창출 타격기획재정부는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환율정책이나 금리에 관한 주요 간부들의 코멘트 등을 종합했을 때 물가보다 경제성장을 우선시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물가는 국제유가 등 주로 외생변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국내 정책으로 관리하는 것이 한계가 있는 데다,
지금 성장을 촉진하지 않으면 앞으로 탄력 있게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을 상실하게 되고, 이는 국민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란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장 하루가 멀다 하고 경유와 휘발유 값이 오르면서 물가압력이 임계점을 넘어서자 정부는 물가관리를 일단 정책의
최우선에 두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최근의 고물가가 쇠고기 협상 파문과 함께 국민들의 반감을 불러온 것으로 지적되는 점도 물가우선으로 정책방향을 돌리는 데
작용했다.
물가가 급등하면 소비에 부담을 느낀 국민들은 씀씀이를 줄이게 되고 이는 국가 전체적인 내수위축을 불러와 기업활동이 줄게 된다.
기업이 활력을 잃으면 일자리는 감소할 수밖에 없으며, 정부의 일자리 창출 목표 달성은 더욱 멀어지게 된다.
안 그래도 지난 4월 취업자수 증가폭은 19만1천 명에 그쳐 2개월째 20만 명을 밑돌고 있다.
기업의 성적표는 결국 국가 전체의 성장률로 나타나기 때문에 수출기업들이 아무리 고환율 덕을 본다고 해도 만족할 만한 성장률을
내기 힘들다. 5% 성장해봤자 물가가 5% 오르면 말짱 헛일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8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1분기 실질 GNI는 전 분기에 비해 1.2% 줄어 2003년 1.4분기 -1.6%
이후로 최대 감소했고,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전기 대비 0.8%로 2006년 4.4분기의 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고환율 정책을 유도하던 기획재정부가 최근 달러 매도 개입으로 환율을 끌어내렸고, 정책에 대한 주요간부들의 언급도
물가에 상당 부분 신경을 쓰고 있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성장률을 포기한 채 물가관리에만 올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경제를 내세워 정권을 창출한 이명박 정부로선 경제성적표의 헤드라인인 연간 성장률을 신경써야 하는데 물가에만 집착한다면
성장률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제유가 상승분을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대부분 흡수했기 때문에 요즘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저환율
정책이 욕심날 만도 하지만 환율을 더 끌어내리면 당장 수출업체들의 수익성이 떨어져 경상수지 적자 폭이 확대되고 기업의 활력이
줄어 성장률은 타격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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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입고, 타는’ 실생활에 가장 기초적인 품목들이 크게 올라 서민들의 부담이 커졌다. 사진.배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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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건너간 정책금리 인하금리에 대한 정부 입장도 애매하게 됐다. 금리를 내리면
소비가 진작되고 기업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정부는 그동안 한국은행에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폭탄 수준의 고물가 하에서는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금리인하 주문이 무리한 요구가 된다.
한국은행도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한은은 매달 집계하는 생산자물가 상승률 등을 토대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6% 안팎이 될 것으로 자체 예상했던 터였다.
이처럼 예측을 뛰어넘는 물가상승률 뒤에는 기대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고유가 등의 여파로 경제 주체들이 향후 물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원가 상승률보다 더 높게 소비자물가에 선반영시켰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요금을 자주 올릴 수 없는 사립대 납입금(7.2%), 보육시설 이용료(6.6%), 김밥(16.1%), 자장면(14.0%), 피자(13.2%) 등 외식
관련 부분 등 주로 개인 서비스 부분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물가 상승률만 본다면 한은은 당장이라도 금리를 올려야 할 입장이다. 그동안 정부의 성장위주 정책으로 금리인하 압박을 받아온
한은으로서는 이 같은 부담은 일단 덜게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리를 쉽게 올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내수위축이 심각한 상황에서 금리마저 올릴 경우 내수악화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질소득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가운데 금리를 올리면 소비가 위축되고 가계 빚이 늘어나게 된다.
한은이 발표한 올해 1.4분기 국민소득 자료를 보면 올 들어 민간소비와 투자가 크게 위축되면서 내수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7%에 그쳐 전 분기 4.5%에 비해 크게 둔화했다.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내수의 기여도는 -0.1%로 오히려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한은은 당분간 금리동결 기조를 유지한 가운데 물가상승률을 좀 더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상승의 상당 부분은 고유가에서 비롯됐으며 여기에 기대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장 금리인상으로 대응할 경우 소비 둔화가 우려되기 때문에 유가상황 등을 좀 더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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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화물 물류기지인 경기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에 ‘경유가 인하’ 요구 현수막을 붙인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신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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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 수위 높이는 정부정부도 물가 문제에 대한 대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최중경 차관 주최로 교육과학기술부.행정안전부.농립수산식품부.지식경제부.국토해양부.금융위원회.국세청
등과 함께 제4차 서민생활안정 안정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물가상승에는 유가가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고유가 대책이 물가 대책의 핵심”이라며
“유가 대책은 당정협의 등을 통해 세부적으로 확정한 뒤 빠른 시간 내에 발표할 것”이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서비스 요금도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제어할 마땅한 수단이 없어 고민중”이라면서
“일단 이번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기존 대책의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각 부처간 협조사항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 덧붙였다.
정부는 이와 함께 에너지 바우처 제도 및 유가보조금 기한을 연장하고 운수업자.생계형 자영업자 등 계층에 대해 선별적으로
경유세금을 인하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중이다.
하지만 바우처 제도는 이미 한 차례 혹평을 받은 바 있고 서민층을 가려내는 것도 쉽지 않아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경기상승세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물가잡기에 올인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현재로서는
경제정책에서 물가관리의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외여건상 수출증대, 성장률 제고 등에 무리하게 주력하면 이것이 물가급등이라는 부메랑이 돼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안정적인 경제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지금까지 정책 우선순위는 경상수지, 성장률, 물가 순이었는데 이제는 물가, 성장률,
경상수지로 바꿔야 할 시점”이라며 “고환율로 수지가 개선되는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고유가로 인한 해외충격을 환율이 전혀
흡수하지 못하고 오히려 증폭시키면서 내수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물가상승이 상당 부분 통제할 수 없는 외생변수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뾰족한 대책은 없고
설사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정부가 억지로 가격을 통제하려 한다면 암시장이 생기면서 시장이
아예 붕괴할 수 있다”고 섣부른 대책을 경계했다.
주 실장은 “결국 물가 문제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해결책에 접근해야 한다”며 “다만 당장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계층,
예를 들어 경유나 LPG 사용계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은 고려할 수 있을 ”이라 말했다.
조재영 경제부 기자 | fusionjc@yna.co.kr
이상원 경제부 기자 | leesang@yna.co.kr
주종국 경제부 기자 | satw@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