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지원 이제 그만
신입사원 이탈로 채용 반복하는 기업 늘어
입사 후 1년 내 퇴사
대기업 신입사원 10명 중 3명가량이 입사 후 1년 이내에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포털 인크
루트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 8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입사 후 1년 이내에 퇴사한 신입사원의
비율이 평균 28.0%로 집계됐다. 신입사원의 1년 이내 퇴사율이 20∼30%인 기업이 20곳(24.7%)으로 가
장 많았고, 그 다음은 50% 이상 및 10∼20%가 각각 18곳(22.2%), 10% 미만 14곳(17.3%), 30∼50% 11곳
(13.6%) 순이었다.
이처럼 신입사원의 퇴사율이 높은 것은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일단 붙고 보자’는 식의 ‘묻지마 지원
’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사담당자들이 보는 신입사원들의 이탈 이유는 ‘직무와 맞지
않기 때문’이 30.9%로 가장 많고, 그밖에는 회사와 맞지 않기 때문 18.5%, 중복 합격 17.3%, 개인사
정 14.8% 등이었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신입사원 이탈로 인해 채용을 반복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이로 인한
손실은 기업뿐 아니라 구직자에게도 해당되기 때문에 보다 신중한 구직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직자 절반은 자발적 실업자
극심한 취업난에도 불구, 구직자 두 명 중 한 명 이상은 취업에 성공하고도 입사를 포기하거나 입사했
다 그만 둔 경험이 있는 ‘자발적’ 실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묻지마’ 지원이나 중복 지원
과 같이 일단 어디든 붙고 보자는 구직자들의 심리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크루트가 최근 구직자 1천6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1.4%가 채용전형에서 최종 합격한 경험
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최종합격 경험자 가운데 처음부터 입사를 포기한 구직자는 84.7%인
854명, 입사를 했다 그만둔 인원은 37명으로 전체 조사대상자의 54.2%가 ‘자발적’ 실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이 입사를 포기한 기업의 규모는 중소기업이 77.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대기업 10.5%, 외국계 기업 3.9%로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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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채용 설명서를 읽고 있는 구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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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구직자들의 중복지원으로 인해 신입사원 이탈률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들도 대책마련에 나서 지
난해 상반기에는 15개 공기업이 필기시험 등 전형일정을 같은 날 실시하고 하반기 공채에서는 한국은
행과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 세 곳이 서류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필기시험을 역시 같은 날 치르
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크루트의 이광석 대표는 “취업재수생을 뽑지 않는 기업들도 있기 때문에 한번 입사기회를
잃으면 실업기간이 장기화될 수 있다”며 “구직자들은 하고 싶은 일과 들어가고 싶은 기업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는 등 취업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편 커리어다음이 직장인 2천73명으로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최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직
장에서 가장 불만족스러운 점에 대해 ‘비전이 없다’는 대답이 43.3%로 가장 많이 나왔다. 그 다음은
업무에 비해 적은 보수 38.2%, 동료 및 상사와의 인간관계 12.3% 등의 순이다.
기업들 신입사원 챙기기
최종합격 직후 입사를 포기하거나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하는 신입사원들로 인한 기업들의
손실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사원 이탈에 따른 조치로 67.9%(55곳)가 ‘빠져나간 인력만큼 새
로 채용한다’고 답했으며, ‘아예 이탈을 고려해 모집인원보다 많이 뽑는다’는 기업도 12.3%(10
곳)에 달했다. 또 14.8%(12곳)는 ‘신입사원 이탈로 인한 결원을 충원하지 않는다’고 답해 상당수
일자리가 채용과정에서 유실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신입사원 챙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 135명의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면서 이들 부모에게 신세계 구학서 사장 또는 관계사 대
표 명의로 감사메시지와 꽃바구니를 보내 자녀를 인재로 키워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구
사장은 감사메시지를 통해 “훌륭하게 키우신 자녀를 신세계의 인재로 맞이하게 돼 큰 기쁨으로 생
각한다”며 “기업은 인재를 키우고, 인재는 기업을 키운다는 믿음으로 자녀를 큰 재목으로 성장시
키겠다”는 뜻을 전했다.
신세계는 또 합격자들이 올 1월 입사 전까지 서로를 알고 회사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도
록 신입사원을 위한 ‘인터넷 새내기 카페’도 운영키로 했다.
두산그룹은 지난 12월 그룹 계열사가 채용을 확정한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박용오 회장의 자필 서명이
들어있는 카드와 꽃다발을 발송해 두산의 가족이 된 것을 축하했다. 이어 힐튼호텔에서 박 회장과 전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입사원 최종합격자 400여 명을 초청해 환영만찬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임직원들과 함께 합격자들에게 일일이 그룹 배지를 달아주고 악수하며 격려
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우수인재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지?관리를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채용 이후 합격자들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효성그룹은 지난달 말 신입사원 합격자를 최종 결정하고 이들 집으로 꽃바구니와 와인을 보냈다. 꽃
바구니에는 이상운 그룹 총괄사장 명의로 “자녀분을 저희 회사에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카
드도 함께 전달됐다. 효성그룹은 이어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신입사원 환영 만찬도 열었다.
삼성그룹의 경우는 삼성SDI가 2년 전부터 신입사원 합숙교육 현황과 함께 이들을 인재로 잘 키워나가겠
다는 대표의 감사메시지를 담은 동영상을 신입사원 부모에게 보내왔는데 이에 대한 호응이 높자 다른
계열사들도 이를 벤치마킹하는 분위기다.
김인철ㆍ김현준 산업부 기자 | aup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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