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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제도는 퇴직 시 한꺼번에 지급하던 기존의 퇴직금제도가 안고 있는 체불 위험 등을 사외 적립과 운용으로
예방하고 연금 수령을 통해 근로자의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려는 취지에서 지난 2005년 12월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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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5일 삼성생명이 출시한 '삼성자산관리퇴직연금보험 - 금리연동형Ⅱ' 가 이율체계의 독창성을 인정받아 업계 최초로
퇴직연금상품에 대해 3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얻었다고 밝혔다. 사진 삼성생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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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앞두고 퇴직연금업계에 큰 장이 서면서 은행과 보험, 증권사들이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
해마다 11월과 12월은 연간 이뤄지는 퇴직연금 신규 사업자 선정과 교체의 절반 정도가 집중되는 계절이다.
게다가 업권 구분 없이 누구든지 먼저 가입자로 확보하면 그만이므로 경쟁 열기는 그 어느 금융 분야보다도 뜨겁다.
퇴직연금제도는 퇴직 시 한꺼번에 지급하던 기존의 퇴직금제도가 안고 있는 체불 위험 등을 사외 적립과 운용으로 예방하고
연금 수령을 통해 근로자의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려는 취지에서 지난 2005년 12월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기업과 근로자의 이해 부족과 연금 혜택에 대한 의구심 등으로 인해 가입률은 아직 저조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치열한 퇴직연금 시장
최근 들어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어나면서 업계의 과열·출혈 경쟁 기미가 엿보이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이 블루오션으로 인식되면서 저마다 시장에 뛰어드는 가운데 이른바 꺾기와 과도한 고금리 제공이나 수수료
인하 등의 불공정 거래가 부쩍 늘어나 시장질서가 극도로 혼탁해지고 있다.
퇴직연금이 웬만하면 수십 년에 걸치는 장기 계약이라 금융업체들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것도 과당 경쟁에 한몫하고 있다.
"계열사 간에도 정보 공유나 사전 교통정리 없이 냉정한 승부를 벌인다"는 게 금융계 관계자의 전언이고 보면 퇴직연금시장의
경쟁이 얼마나 심한지를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업종별 퇴직연금 적립 규모는 은행이 4조7천770억 원(52.5%)으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생명보험 2조6천586억 원(29.2%), 증권 1조1천380억 원(12.5%), 손해보험 5천311억 원(5.8%)의 순으로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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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퇴직연금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넓은 점포망과 함께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업무를 취급하는
‘우월적 지위’ 덕분이라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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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별로는 삼성생명이 1조6천389억 원으로 가장 많지만 국민은행(9천251억 원), 신한은행(8천891억 원), 우리은행(8천671억 원),
농협(5천239억 원), 기업은행(5천30억 원) 등 은행들에 겹겹이 둘러싸인 형국이고 다른 보험사 중에는 교보생명(4천491억 원)과
삼성화재(3천507억 원)만 10위 안에 겨우 들었다.
점포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증권사로는 미래에셋증권(2천531억 원)이 11위에 명함을 올린 정도다.
은행권은 그런데도 시장점유율을 더 키우려고 필사적이다. 국민은행은 1천200여 영업점에 퇴직연금 전담 직원을 배치해 전국
어디서나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퇴직연금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무대학을 운영하는 등 사전 마케팅에도 열성이다.
우리은행은 부산.경남 지역 기업들을 겨냥해 공단에 퇴직연금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부행장 3명 등으로 구성된 '퇴직연금 공동 추진위원단'과 5개 부서가 참여한 '퇴직연금 지원협의회'를 구성하고
지점 경영 평가에 퇴직연금 실적도 포함시켰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보험업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생명을 포함한 보험사들은 `잃어버린‘ 시장을 되찾아 오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
퇴직보험이 퇴직연금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보험업계의 몫을 은행과 증권사에 너무 많이 뺏겼다며 설욕을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퇴직보험 시절 홀로 영화를 누리다 퇴직연금이 도입되자 맥을 못 추고 시장을 넘겨준 보험사들로서는 그럴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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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연말을 앞두고 퇴직연금 판매 실태를 점검하는 것은 금융회사들이 과열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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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 조사 나선 금감원
은행이 퇴직연금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넓은 점포망과 함께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업무를 취급하는 ‘우월적
지위’ 덕분이라는 지적이 많다.
보험사들은 은행이 대출과 연계하는 꺾기라는 강력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성토하며 제도 자체가 보험업계에 불리한 측면이
많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조사대상 314개 사업장 중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며 보험사에서 다른 금융기관으로 변경한 기업이 283개이고
그중 51개가 불건전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보험업계는 또 증권사는 사모펀드 형태로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지만 보험사는 공시이율 제시만 가능하므로 사실상 손발이
묶여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연말을 앞두고 퇴직연금 판매 실태를 점검하는 것은 금융회사들이 과열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꺾기가 주요 점검 대상인 만큼 한편으로는 보험업계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제도 도입 초기임을 감안해 지도 위주의 감독에 중점을 뒀으나 앞으로는 불건전 영업행위 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게 금감원의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별이익 제공이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가입 강요 행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밝히고
"퇴직연금사업자가 서비스 경쟁보다 경쟁적인 고금리 제시와 수수료 인하 등 비본질적 요소에 따른 영업에 치우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 위주의 적립금 운용에서 벗어나 가입자 특성에 맞는 다양한 자산 운용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은행들은 그러나 대출 등을 미끼로 퇴직연금 가입을 강요하는 꺾기에 나서고 있다는 비난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연합회는 "대출 차주는 기업이고 퇴직연금 수익자는 근로자이므로 대출과 퇴직연금 계약의 상계처리가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퇴직연금은 은행이 대출할 때 일정 금액을 강제로 예치해야 하는 구속성 예금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꺾기가
발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업이 근로자 대표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하고 있으므로 대출을 미끼로 한 퇴직연금
유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도 은행권이 내세우는 반박논리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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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2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미래에셋생명이 퇴직연금 고객과 자녀 약 200명을 대상으로 '1일 가족 경제캠프'를 개최,
관계자들과 참가 어린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미래에셋생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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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히 선택해야할 퇴직연금
우리나라의 법정 퇴직금제도는 퇴직금을 지불하지 않은 사용자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퇴직금을 지급할 재원이 별도로 적립되지 않거나 설령 적립됐다고 해도 경영자금 등으로
전용되는 경우가 많아 기업이 문을 부득이하게 닫는 경우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퇴직연금제도를 잘 활용하는 것은 근로자나 기업 모두에 중요한 일이다.
한편 퇴직보험에 가입돼 있는 기업은 2010년까지만 기존 보험을 유지할 수 있고 그 후에는 퇴직연금으로 변경하든지, 아니면
법정 퇴직금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기업이나 근로자는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하지만 퇴직연금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없을 경우
퇴직연금사업자의 제안서만 갖고는 제대로 선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퇴직연금제도는 반영구적인 제도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이 유지되는 한 운영해야 하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입사와 함께 시작해 은퇴할 때까지 가입한 뒤 은퇴
이후의 노후생활를 맡겨야 하는 제도이므로 어설피 가입했다가 나중에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큰 문제다.
무엇보다 안정성이 중시돼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들로서는 퇴직연금 가입에 따른 특별한 혜택도 없고 금융 위기로 경영 여건이 갑자기 악화되는 바람에 따라 더더욱
퇴직연금에 신경 쓸 처지가 못 된다.
금융기관들은 초기 시장 선점을 노려 출혈 경쟁도 마다하지 않을 태세이지만 아직까지는 시장의 반응이 냉담한 것도 그래서일 게다.
그러나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퇴직연금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골칫덩어리로 전락한다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근로자와 기업, 퇴직연금사업자, 학계, 당국 등 이 머리를 맞대고 제도 보완과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묘책을 짜내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시점이다.
윤선희 경제부 기자 | indigo@yna.co.kr
주성남 기자 | jsn@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