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
힘들어진다
'포이즌필'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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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즌필은 인수 대상 회사의 이사회 의사에 반해 적대적 M&A 등 경영권 침해가 우려될 때 인수자 이외 주주에게
미리 정한 낮은 가격으로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로, 경영권 장악을 어렵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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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상법 개정
정부가 ‘포이즌필(poison pill; 신주인수선택권)’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에 나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수단이
마련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주주총회의 특별 결의로 정관을 변경해 신주인수선택권을 도입할 수 있고, 이후 적대적 M&A 상황이 벌어지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인수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포이즌필을 도입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포이즌필은 인수 대상 회사의 이사회 의사에 반해 적대적 M&A 등 경영권 침해가 우려될 때 인수자 이외 주주에게 미리 정한 낮은
가격으로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로, 경영권 장악을 어렵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인수선택권은 M&A에 대한 방어수단이므로 무상으로 주어져야 하며, 경영권 양도 목적으로 남용될 수 있으므로
주주 외에 제3자에게 부여해선 안 된다.
이사회는 회사의 가치나 주주 일반의 이익을 유지.증진하기 위해 일부 주주의 인수선택권 행사를 제한하거나 상환 조건 등을
차별적으로 정할 수 있다.
또 회사의 가치나 주주의 이익을 위해 적대적 공격자의 인수선택권 행사를 허용하지 않거나 행사가격을 차별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격자의 지분을 희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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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제도의 남용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주주를 차별 취급하도록 할 방침이며, 공격자나 이해관계인은 유지청구권,
신주발행무효 소송 및 가처분 신청을 통해 차별 취급이 적법한지의 여부를 법적으로 다툴 수 있다.
사진은 이귀남 법무부 장관 사진.임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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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선택권의 행사에 따라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주주가 경제적 부담을 느껴 행사를 포기하면 적대적 M&A의 방어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액면가보다 낮게 발행하는 것이 허용된다.
아울러 인수선택권을 주식과 분리해 양도할 수 없으며,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가 있으면 행사 기간 이전에 인수선택권 전체를
무상으로 소각할 수 있다.
이는 애초 목적과 달리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의 필요성이 없어진 경우를 고려한 것이나 공격자 입장에서는 위임장을 확보해
인수선택권을 소각한 뒤 M&A를 계속 추진할 수 있다.
법무부는 제도의 남용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주주를 차별 취급하도록 할 방침이며, 공격자나 이해관계인은 유지청구권,
신주발행무효 소송 및 가처분 신청을 통해 차별 취급이 적법한지 여부를 법적으로 다툴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주식에 다수 의결권을 부여하는 복수의결권주(Dual Class Stock)나 주식 보유량과 관계없이 합병 등 특정 안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Golden Share), 이사 해임 등 일정한 결의사항은 일반 주주총회보다 더 높은 결의 요건을 두는
초다수결의제 등의 방어수단은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법무부는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회의실에서 상법 개정 공청회를 여는 등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포이즌필이나 복수의결권주, 초다수결의제 등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수단이 도입돼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적절한 방어수단이 갖춰지지 않아 적대적 M&A의 공격과 방어 사이에 불균형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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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포이즌필 외에 일부 주식에 복수 의결권을 부여하는 복수의결권주와 주식의 보유량에 무관하게
합병 등 특정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거부권을 주는 황금주 등도 방어수단으로 활용된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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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역량 낭비 덜까
정부가 포이즌필 도입을 추진함에 따라 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에 기업 역량을 낭비하는 일을 덜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포이즌필 도입은 재계의 숙원사항이었다.
소버린과 SK, 아이칸과 KT&G 사이의 경영권 다툼을 겪으면서 전경련을 중심으로 재계에서 포이즌필 도입을 요구해 왔던 것이다.
외환 위기 이후 M&A 활성화 차원에서 적대적 기업 매수 행위 규제가 완화됐으나 기업들의 방어 행위에 대한 규제는 여전해
경영권을 두고 공격자와 방어자 간 불공정한 경쟁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특히 자본시장 개방으로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의 지분을 사들임에 따라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설이 심심치 않게 제기됐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선 적대적 M&A에 대해 자사주 매입 이외에는 유효한 방어수단이 없다.
지난 2008년 1월 말 현재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64조 원에 달했다.
자사주가 전적으로 M&A 대응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수십조 원에 달하는 현금이 비생산적인 곳에 묶여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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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사옥. 포이즌필은 과거 KT&G나 포스코의 사례처럼 지분구조가 분산된 기업에 더 필요하며,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사회 의결만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사진.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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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M&A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마련한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국내 기업의 상대적 차별이 두드러진다.
미국은 법률상 근거나 정관의 규정 없이도 이사회의 권한으로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포이즌필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단, 이의 적법성 여부는 사후적인 사법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포이즌필 도입이 용이하도록 지난 2005년 신회사법을 제정했고 프랑스는 2006년 상법 개정으로 주식인수증권 제도를 도입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포이즌필 도입으로 증시 전반에 디스카운트 요인이 될 수 있겠지만 기업 보유 현금이 생산적인 곳에 투자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주주 가치는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원은 “주주 가치를 올려 주는 요인인 경영권 프리미엄은 M&A 시 주가에 반영되기 마련인데 포이즌필을
도입한 기업은 이런 경영권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려워 주주 가치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경영권 방어 비용이 생산시설 투자나 마케팅 등 생산적 기업
활동에 쓰인다면 중장기적으로 주주 가치는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 “환영” 목소리
법무부가 상법 개정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책으로 포이즌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하자 재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최재황 이사는 “그간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기업들이 불필요한 비용을 많이 소모한
경향이 있었다”며 “포이즌필 도입으로 이런 문제점이 해소돼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 이경상 팀장은 “포이즌필 제도를 도입하면 기업들은 M&A 불안감에서 벗어나 기업 본연의 경쟁력
제고 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환영했다.
이 팀장은 “그 동안 우리 기업들은 기업사냥꾼이나 투기펀드의 제물이 될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된 상태였고 적대적 M&A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왔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다만 포이즌필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시 주주총회의 특별 결의를 받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다소 아쉽다며 특별 결의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황인학 산업본부장은 “포이즌필은 과거 KT&G나 포스코의 사례처럼 지분구조가 분산된 기업에 더 필요하다”며
“미국이나 일본은 이사회 결의로도 가능하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행주식의 3분의 1, 출석주식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요하는 특별 결의가 가능한 기업이라면 사실상 경영권 방어수단이 별로
필요 없기 때문에 이런 기업에만 포이즌필을 인정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이사회 결의 등으로 요건을 완화하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은 포이즌필 도입과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내부적으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로 활동 폭을 넓히면서 외국 자본의 M&A 가능성에 많이 노출됐다”며 “포이즌필
도입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적대적 M&A 가능성은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현금자산을 불필요하게 많이 보유해야 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며 “포이즌필이 정착되면 투자가 활성화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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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상법 개정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방어책으로 포이즌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재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사진.황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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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논쟁
법무부는 포이즌필 도입이 기업 경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환 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 유치 등을 위해 의무공개매수제도와 외국인 주식취득한도 제한 등의 규제가 폐지돼 적대적 M&A가
쉬워지면서 기업들이 생산 활동에 투자해야 할 재원을 자사주 매입 등 경영권 방어에 소모해야 하는 사태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 관계자도 “공격은 열려 있는데 방어장치는 미흡해 불필요한 현금 보유를 늘리고 주주의 눈치를 보느라 장기적 의사 결정을
피하는 등의 비효율이 있었다”면서 “이를 개선하려면 선진국 수준의 방어장치가 필요하고 포이즌필은 그 첫 걸음”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포이즌필이 시장의 자연스런 기능을 저해하거나 악용될 우려가 있어 도입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 소장은 최근 열린 공청회에서 “2000년 이후 국내에서 적대적 공개 매수가 시도된 사례는 16건에 불과하며
이사회에 대한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강한 한국은 포이즌필이 경영진이나 지배주주의 사적 편익을 위해 오.남용되기 쉽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SK증권의 한 연구원은 “경영을 1인 1표의 주주 자본주의에만 맡겨 놓을 수 없다는 반성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적대적 M&A를 포함해 활발한 M&A가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기능도 있기 때문에 손익은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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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즌필이란?
포이즌필은 기업의 대표적인 경영권 방어수단이다.
적대적 M&A나 일정 지분 이상의 주식 취득 등 회사 이사회의 의사에 어긋나는 경영권 침해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적대적 M&A 시도자로 하여금 지분 확보를
어렵게 하는 제도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지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사회 의결만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포이즌필은 경영자들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외부 세력의 공격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기업 경영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적대적 M&A 시도나 경영권 침해에 대비해 자사주 매입이나 우호 지분 확보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투자비용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의 경영권을 지나치게 보호해 정상적 M&A까지 가로막음으로써 자본시장의 발전을 저해하고 경영의 비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경영권 강화로 인한 기업 소유주나 경영진 및 대주주의 모럴 해저드, 외국인 투자 위축과 주가 하락을 불러올 수 있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독약 조항’ ‘독소 조항’으로 불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포이즌필 외에 일부 주식에 복수 의결권을 부여하는 복수의결권주(Dual Class Stock)와 주식의
보유량에 무관하게 합병 등 특정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거부권을 주는 황금주(Golden Share) 등도 방어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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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철 산업부 기자 | minor@yna.co.kr
구정모 증권부 기자 | pseudojm@yna.co.kr
이세원 사회부 기자 |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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