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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차 APEC 정상회의에서는 각국 정부가 경제 회생을 위해 시행 중인 다양한 경기부양책의 유지 방안이 핵심 사안으로 논의됐다.
올해로 창설 20주년을 맞은 APEC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 21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회원국들은 세계 무역 교역량의 44%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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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현안은 경기부양책
제17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1월14∼15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됐다.
세계 경제가 아직 금융 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번 정상회의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 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해 경기부양책을 비롯한 경제 문제와 기후변화 대책, 지역 통합 등 국제적 현안을 논의했다.
무엇보다 각국 정부가 경제 회생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유지하는 방안이 핵심 사안으로 논의됐다.
세계 경제가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높아 금리 인상 등의 출구전략을 섣불리 시행하면 세계 경제가
더블딥(경기 상승 후 재하강)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APEC 21개 회원국 내부에서도 경기부양책을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며, 이에 따라 경제정책에서 공동보조를
취하고 출구전략은 가급적 신중히 추진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개최국인 싱가포르의 림흥경 통상산업부 장관은 아시아가 다른 지역보다 빨리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신중한 검토를
거쳐 출구전략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총리도 “민간 부문 주도의 실질적 회복이 없는 한 재정 유인책을 섣불리 철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 역시 “출구전략 시점은 조심스럽게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상회의 성명에는 각국이 경기부양책을 서둘러 철회하는 어떤 조치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이 핵심 내용으로 담겼다.
호주는 경제 상황 개선에 힘입어 이미 금리를 인상했고 중국 역시 인플레이션 우려로 통화정책을 미세 조정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회원국은 아직 경기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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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들은 세계 경제 위기 극복과 안정적 지속 성장을 위해 국제 공조를 계속 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균형
성장, 포용적 성장, 지속 가능한 성장을 21세기 아태 지역의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사진.조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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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주요 이슈는 친환경적 성장 방안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다.
회원국들은 큰 틀에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이견을 보였다.
특히 공동 선언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1990년 수준의 절반까지 감축한다”는 초안의 문구가 삭제되는 등
기후변화 대처에서 각국의 공조가 상당 부분 후퇴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장 루이 볼루 프랑스 환경장관은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설정을 두고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며 비난했다.
12월7~18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정상회의에서 교토의정서를 대신할 새 기후변화 의정서 체결도
사실상 무산됐다.
정상들은 법적 구속력을 지니는 새 기후변화협약 체결을 내년이나 그 이후로 미루기로 의견을 모았다.
보호무역에 대해서도 회원국들은 시각차를 좁히지 못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APEC 지도자들과 균형 성장 전략 필요성을 논의할 것이라며 “균형 성장 전략은 아태 국가의 시장이 우리
수출에 개방되고, 전 세계의 번영이 더 이상 미국의 소비와 차입에 의존하기보다 미국의 혁신과 상품에 의존하게 됨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 의회와 정책결정자들 사이에 ‘보호주의라는 오래되고
잘못된 생각’이 부상해 세계 경제가 해를 입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불합리한’ 무역 규제를 끝내라고 촉구했고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도
‘특정 대국(大國)’의 보호무역 조치는 국제무대에서의 공언과 어긋난다며 미국을 곧장 겨냥했다.
정상들은 아태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추진 방안도 주요 의제의 하나로 다뤘으나 역시 서로 다른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아시아에서 개방적인 지역주의를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방적인 지역주의에서는
미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혀 아시아 지역의 경제 통합에 미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중국 등 일부 APEC 회원국은 미국을 포함한 아태 경제 통합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중국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만 참여하는 지역 경제 통합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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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차 APEC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선텍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CEO 서미트’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조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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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성명 “균형.포용.지속 가능 성장”
정상들은 아태 지역의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제시한 특별 성명도 채택했다.
세계 경제 위기 극복과 안정적 지속 성장을 위해 국제 공조를 계속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균형 성장’ ‘포용적 성장’ ‘지속
가능한 성장’을 21세기 아태 지역의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정상들은 먼저 “세계 경제가 아태 지역을 선두로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예전과 같은 성장, 예전과 같은 통상으로는 복귀할 수
없다”며 새로운 패러다임과 경제 통합 모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며 지속적인 회복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균형적이고 포용적이며, 지속 가능한,
그리고 혁신과 지식기반 경제에 의해 지지되는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경을 넘는 무역과 투자의 새로운 흐름을 위해 경제 통합에 폭넓게 접근해 갈 것을 천명한 셈이다.
이와 함께 “포용적 성장을 위해 경제활동 기회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고 경제 충격에 취약한 계층의 복원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중소기업 지원, 사회안전망 확대 등을 성장 패러다임의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간의 이견으로 ‘시장 중심의 환율’에 대한 언급이 특별 성명에서 빠졌다.
초안에는 ‘중요한 경제적 펀더멘털들을 반영할 수 있는 시장 중심의 환율’을 견지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으나
이 부분에 대한 미국과 중국이 의견 절충이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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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경제 회복에 힘입어 금리를 인상했고, 중국 역시 인플레이션 우려로 통화정책을 조정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회원국은
아직 경기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고 있다. 사진은 호주 멜버른 시내 사진.이경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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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APEC과 G20간 가교 역할”
이명박 대통령은 ‘지속 성장’을 주요 의제로 각국 정상과 세계 경제 위기 이후 경제 재편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에서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APEC과 G20 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개도국과 신흥경제국들의 경제개발에 따른 고충을 덜어 주고 선진국과의 경제 개발 격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의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런 노력을 경주하는 과정에서 G20뿐 아니라 비G20 국가인 많은 개도국과 신흥경제국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들 국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출구전략 국제 공조, 보호무역주의 저지 등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주요 사항이 APEC을 통해 국제사회에
확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출구전략 적용 시기와 관련해서는 너무 서두를 경우 위험하므로 원칙에 기초한 국제 공조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세계 경제의 지속 가능한 균형 성장을 위해 새로운 모델이 마련돼야 한다며 “국내적으로도 포용적 성장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포용적 성장’이란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통해 경제 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향유되도록 함으로써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잡힌 성장을
이루는 전략을 가리킨다.
이 대통령은 자유무역 촉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내년 중 도하개발어젠더(DDA) 협상을 종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끝으로 “무엇보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을 높이는 정책에 많은 정상들이 공감할 것 같다”고 말하고 “한국은 새로
짓는 모든 건물에 에너지 절약 방식을 의무적으로 도입하려고 한다”며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노력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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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들이 아태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추진 방안을 주요 의제의 하나로 다룬 가운데 중국 등
일부 회원국은 미국을 포함한 아태 경제 통합에 회의적 입장을 나타냈다. 사진.조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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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이모저모
회원국 확대 놓고 ‘동상이몽’
2010년까지로 돼 있는 신규 회원국 가입 동결 시한이 다가오면서 신규 회원국 모집 문제를 둘러싼 APEC 내외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인도와 콜롬비아를 비롯해 APEC 가입을 원하는 10여 국가는 13년 만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회원국 확대안 논의를 주도해야 할 내년 APEC 회의 개최국 일본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APEC 가입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인도다.
1997년 캐나다 회의에서 신규 회원국 가입 동결안이 확정되기 전부터 APEC 가입을 희망했던 인도는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입성하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라리트 만싱 전 인도 외무장관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중국의 압력 때문에 가입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가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APEC 회의의 의장국인 일본은 회원국 확대라는 복잡한 문제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일본 외무성 고위 관리는 “APEC은 지금도 상대적으로 큰 그룹”이라며 회원국 확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른 APEC 회원국들 역시 견해가 엇갈린다.
남미 APEC 회원국의 한 소식통은 “APEC 개방을 원하는 자유주의자들은 회원국 확대가 더 넓은 시장과 더 많은 무역거래를
보장해 준다고 주장하는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APEC의 결속력 강화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마이클 테이 APEC 사무총장은 회원 자격 판정을 위한 지역 기준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그러나 APEC 비회원국 및 비APEC 경제권과의 연대를 배제할 마음은 없다고 밝혔다.
후진타오, APEC 개혁 방안 제시
후 주석은 시대 변화에 맞춰 협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APEC을 개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후 주석은 아태 지역과 세계 경제, APEC에 커다란 변화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도전과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게 APEC을 발전시키기 위한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APEC은 독특한 자체 장점에 주안점을 두고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활성화하고 지역 경제 협력을 계속 추진하며
지역 경제 통합을 촉진하고 경제 발전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제 및 기술 협력은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위한 주요 담보물이자 APEC 회원국들 간의 발전 격차를 이어주는 수단”이라며
“경제와 기술 협력을 더욱 확대를 이어주는고 제안“경제와 를 위해 중국 정부가 ‘중국-APEC 협력기금’을 설립하기 위한 자금으로
1천만 달러를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후 주석은 더욱 확APEC은 개혁과 혁신을 통해 제도적 역동성을 계속 증대시켜야 한다”고 말기 위한APEC은 새로운 발전과
도전에 맞춰 꾸준히 개혁과 제도적 건설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영석 베이징 특파원 | yskwon@yna.co.kr
정재용 홍콩 특파원 | jjy@yna.co.kr
현영복 방콕 특파원 | youngbok@yna.co.kr
이승우 정치부 기자 | chu@yna.co.kr
함보현 국제뉴스부 기자 | hanarmdri@yna.co.kr
박인영 국제뉴스부 기자 | cool21@yna.co.kr
이연정 국제뉴스부 기자 | rainmaker@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