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위기 봉착한
국내 오토바이산업
변화하는 시장 따라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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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에 가까운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국내 오토바이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산 저가 공세와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 틈바구니에서 활로를 모색하느라 여념이 없는 터에 최근 국내외 판매 급감으로
재고가 쌓이며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급기야 국내 최대 생산업체인 대림자동차공업㈜가 판매 부진 등으로 인한 경영난을 이유로 대규모 구조조정 방침을 예고했고
노조는 이에 반발해 파업에 들어가는 등 노사 갈등이 예사롭지 않은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위기에 처한 국내 오토바이산업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현주소를 점검한 뒤 앞으로 나가야 할 길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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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격감에 ‘휘청’
90년대 전성기.. 외환 위기 이후 내리막
요즘 국산 오토바이를 생산하는 경남 창원시의 대림자동차와 S&T모터스의 공장에는 기약 없는 출고를 기다리는 재고
오토바이들이 가득하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 이후 판매가 격감하면서 쌓여만 가는 재고로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 오토바이산업이 중대 기로에 서있다는 게 업계의 자체 판단이다.
우리나라 오토바이 산업의 역사는 47년 전인 19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아기연공업㈜은 경기도 시흥공장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오토바이를 생산하기 시작한 이후 1977년까지 독점 체제를 유지했다.
국내 수요가 날로 늘어나면서 1978년 대림공업㈜과 효성기기공업㈜이 오토바이 생산 대열에 합류했다.
당시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던 대림은 ‘대림 혼다’의 상표로 생산했고 일본 스즈키사와 기술을 제휴한 효성기기공업은
‘효성 스즈키’라는 오토바이를 내놨다.
2년 뒤 대림공업이 기아기연을 흡수 합병한 이후 대림과 효성은 30년 가까이 쌍두마차 체제를 유지해 왔다.
대림공업은 1982년 대림자동차공업으로 이름을 바꿨고 효성기기공업은 부도와 화의 인가 등 우여곡절 끝에 2007년 S&T그룹 계열로
편입되면서 S&T모터스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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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자동차의 노현동 상무가 “경영 위기의 타개를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김영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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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는 1960년대 일부 부유층이나 즐기는 부의 상징으로도 여겨진 때도 있었고 자동차 보급이 덜 된 1970~80년대만 해도
거리를 주름잡고 다니던 주요 교통수단의 하나였다.
그러나 교통문화가 자동차 중심으로 바뀌면서 오토바이 수요는 마냥 추락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오토바이 내수는 1960년대의 수천 대 수준에서 소득 수준 향상과 함께 1970년 1만 대를 넘어섰고 1970년대 말
10만 대를 돌파한 데 이어 1980년대에는 20만 대에 육박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1997년 30만1천 대로 정점을 찍었으나 외환 위기가 덮치는 바람에 1998년 13만9천 대로 반토막 난 후 2002년까지 13만~17만 대를
유지하다 값싼 중국산의 대량 유입으로 2003년과 2004년에는 11만대로 주저앉았다.
2006년부터 작년까지 14만7천~16만4천 대로 소폭의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올해에는 다시 11만 대로 위축될 전망이다.
앞으로는 10만~15만 대 구간에서 오르락내리락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동남아 등의 해외 수출도 감소세다. 대림은 혼다와의 기술 제휴에 따른 수출 제한 등 옵션에 묶여 1991년까지만 해도 수출은
1천346~7천746대에 그쳤으나 1992년 1만 대를 넘어선 후 1995년 독자 모델 개발과 함께 크게 늘어나 1999년에는 11만6천146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값싼 중국산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자국 산업 보호를 겨냥한 베트남 등의 관세 인상으로 2000년대 들어 물량이 계속 줄어
2000년과 2001년 각각 9만2천154대와 4만5천33대에서 지난해에는 1만7천845대로 격감했다.
내수와 수출 모두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대림은 ‘갈 곳’을 못 찾은 6천300여대를 공장 마당에 야적해 놓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의 공장 재고는 2천300여대였다.
전국의 117개 판매대리점과 4천여 오토바이센터에 남아 있는 유통 재고도 2만 대로 작년 수준(1만8천 대)을 웃돈다.
대림과 달리 65대 35로 수출 비중이 내수보다 높은 S&T는 수출과 내수를 합쳐 지난해 4만8천 대를 생산했으나 올해에는
3만5천 대로 27%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외 시장 규모가 자꾸 위축되면서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가는 양상이다.
국내 오토바이산업은 그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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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 전력자들이 서울 잠실 트랙에서 전문 모터 레이서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해 올바른 승차자세에 대해 배우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오토바이 업체인 대림자동차와 함께 폭주족을 교육을 통해 건전한 전문 모터스포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는 취지로 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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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몰린 국산
자동차와 자전거 틈바구니서 설 땅 잃어
“자전거와 자동차에 치이고, 값싼 중국산 오토바이에도 밀리는 한마디로 사면초가의 상황입니다.”
국산 오토바이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내는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푸념이다.
한때 생산기반이 완전 붕괴되다시피 했다가 요사이 친환경 ‘녹색 바람’을 등에 업고 화려하게 부활하는 자전거도 오토바이업계에는
새로운 복병이다.
자동차도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하루가 다르게 친환경으로 바뀌면서 오토바이는 자동차와 자전거의 틈새에 꽉 끼인 형세다.
설상가상으로 2003년께부터는 국산의 절반에 불과한 싼값으로 무장한 중국산에도 시장을 속절없이 내줘야 했다.
중국산을 중심으로 한 수입품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2003년 7%에 불과했지만 2004년 15.5%, 2005년 25.4%, 2006년 33.8%,
2007년 41.7% 등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전체 16만4천대 중 6만2천대(37.8%)로 점유율이 조금 떨어졌지만 국산품의 숨통을 죄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해외 수출도 상황이 좋지 않다.
중국산 저가 오토바이가 과거 국산 오토바이의 주력 시장이었던 베트남ㆍ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 대량 유입되면서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급속히 떨어졌다.
게다가 이들 국가가 자국 산업 보호 차원에서 고율의 관세를 물리면서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절대 열세에 놓이게 됐다.
특히 베트남은 관세를 100%나 올려 수출 길이 막히다시피 한 상황이다.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끼면서 대림의 수출 물량은 지난 10년 새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격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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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자동차가 2007년에 개발한 전기제어 방식의 엔진을 장착한 오토바이. 이 오토바이는 125㏄와 250㏄급 두 종류가 있다.
사진.김영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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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오토바이가 국내외 시장에서 동시에 고전하고 있는 데에는 내부 요인 탓도 없지 않다.
국내 시장 독과점에 안주했을 뿐 아니라 수출시장을 지켜내려는 전략도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국산의 저가 공세와 높은 관세에 속수무책으로 경쟁력을 상실했다.
주요 오토바이업체들이 일찌감치 동남아 국가에 공장을 세우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대형 오토바이는 중국산과의 가격 경쟁을 피할 수 있지만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이 이미 확고한 브랜드 파워를 과시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파고들 여지가 별로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도 오토바이산업 육성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정부는 2010년과 2011년에 50㏄ 미만의 오토바이에 대해 각각 사용 신고 의무제와 운전면허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관리 대상에서 배제돼 정확한 운행대수 등 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 통계조차 확보되지 않아 제도권으로 편입시킨다는 취지에서다.
분실이나 도난 시 추적과 교통사고에 따른 피해 보상 문제 해결 등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 판매 부진으로 고통 받는 업계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위축된 수요를 더 죽일 소지가 있는 이 조치가 반가울 리 없다.
오토바이 운전자에 대한 책임보험료 인상 등 이륜차 산업을 위축시키는 정책이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지자체의 관심 부족에 대해서도 업계는 서운함을 감추지 않는다. 대림과 S&T가 모두 입지해 있는 창원은 국산 오토바이 생산의
메카이지만 막상 시 당국은 오토바이산업에 관심이 전혀 없다는 게 업계의 푸념이다.
되레 ‘자전거 도시’를 표방하는 창원시는 국내 공영 자전거1호 ‘누비자’의 운영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고 역시 창원에 있는
GM대우의 경차를 수십 대나 구입해 일선 주민자치센터에 배치하면서도 오토바이업계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는 것이다.
오토바이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도 좋지 않다.
‘위험하다’ ‘폭주 등 교통법규 위반의 주범’ 등 부정적 시각이 저변에 깔려 있어 소비자들이 꺼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이고 소비자인 국민의 관심에서도 계속 멀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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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자동차가 최근 판매 부진으로 인한 구조조정 문제로 노사간 갈등을 빚는 가운데 이경수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대림자동차지회장이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다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김영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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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예한 노사 갈등..돌파구는 없나
불가피한 살빼기 vs 상생 모색해야
‘불모지’에서 힘들게 일궈낸 국산 오토바이산업의 위기를 이대로 방치하면 머지않아 국내 생산기반이 무너지고 안방 시장마저
완전히 외국산에 내줄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가 엄살만은 아니다.
구조조정 문제를 놓고 노사가 갈등을 빚으며 물리적 충돌마저 우려되고 있다.
국내 오토바이산업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데에는 노사가 공감하고 있고 어떻게든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데에도 인식을
같이 하지만 내놓는 해법은 서로 다르다.
사측은 현재의 판매 부진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개선될 여지가 적은 만큼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잉여인력 감축을 통한 ‘살빼기’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10월 30일 부산지방노동청 창원지청에 제출한 해고 계획 신고서에서 “665명 중 44%인 293명이 잉여인력”이라며
“내년 비수기를 고려하면 11월30일에는 경영상 해고를 단행해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노현동(48.상무) 기획.행정부문장은 “회사의 존립을 위해 명예퇴직과 아웃 소싱 등 인원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사측이 11월 중순에 실시한 희망퇴직에는 178명이 신청했다.
사정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S&T도 320여 명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제를 시행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다.
노조는 그러나 판매 부진에 따른 경영난을 종업원들에게만 떠넘겨 정리해고를 강행하려 한다며 11월9일 파업에 들어가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대림자동차지회 이경수(42) 지회장은 “이번 위기는 외부 경제적인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회사가 단기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중장기 비전과 계획을 세우지 못한 데 있다”고 비판했다.
회사는 먼저 유휴 설비와 부지 매각 등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특히 각종 제도를 활용하면 정리해고 없이도 함께
일하는 방안이 얼마든지 있는 만큼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이들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는 게 이 지회장의 논리다.
노조는 우리나라가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 오토바이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노동시간 줄이기와 일자리 나누기, 잉여 설비와
건물 매각, 노동부 지원책을 활용한 휴업과 교육 등을 실시하자고 사측에 제안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와 지자체에도 취득세 감면과 구조조정 사업장 지원 등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노 상무는 “국내 오토바이산업이 망하면 수백만 명에 이르는 소비자에 대한 애프터서비스와 부품 공급 등이 제대로 안 돼
안전사고와 대기 오염 등 사회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고 상기시켰다.
업계는 우선 구조조정 등을 통해 발등의 불을 끄면서 전기이륜차 등 친환경 제품 개발과 고유가 시대를 감안한 연비 개선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나간다는 입장이다.
대림은 최근 50㏄급 전기스쿠터 2종을 개발했다.
가정용 220볼트 전기로 1시간30분가량 충전하면 50㎞를 주행할 수 있다.
S&T도 50~250㏄급 전기스쿠터의 시제품을 선보인 데 이어 내년 말께 본격 양산 체제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를 극복하고 국내외 판매 부진을 친환경 제품으로 돌파하려는 전략이지만 비싼 연료전지 가격이 걸림돌이다.
업계는 친환경 자동차나 자전거에 비해 소외받는 오토바이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배려를 주문하고 있다.
대림의 노 상무는 “정부가 2010~2011년 도입을 추진하는 이륜차 전용 면허제와 50㏄ 미만 오토바이의 사용신고제를 유예하거나
시행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제도는 오토바이 구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또 전기오토바이를 구입하거나 장애인 또는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이동수단이나 생계용으로 오토바이를 살 때
일정 금액을 예산으로 지원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오토바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개선하는 것도 시급하다.
S&T 관계자는 “오토바이가 소음과 사고를 유발하는 골칫덩어리가 아니라 고유가 시대에 경제적이며 기동성이 우수한 편리한
이동수단이라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며 “도로 운행과 관리제도에 오토바이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를 고려한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들도 “정부가 관심을 두고 있는 전동휠체어와 향후 실버시대에 대비한 노인 전용 이륜차 등 틈새시장 개척에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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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는 11월 국내 처음으로 700cc급 오토바이를 개발하고 내년의 주력 모델로 삼기로 했다. 사진.김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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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배려와 업계 자구노력 절실
엄격한 통관으로 시장 교란 막아야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도 안 되고 이륜차에 대한 규제도 심한 상황에서 대배기량의 고가 품은 일본, 미국산이 점령했고 단거리
주행용 소배기량은 저가 중국산에 밀려난 데에는 업계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 업체와 제휴를 끝낸 지 10년이 넘도록 시설 투자와 개발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는 등 기존 시장에 안주한 것이 오늘의 부진을
가져 왔다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에는 연간 30만 대를 웃돌던 국내 오토바이 판매량이 11만 대로 뚝 떨어진 것은 주요 고객인 자영업자들이 경제
위기로 지갑을 닫은 탓이 크지만 대림이나 S&T가 수요 패턴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대처가 늦어진 것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1970년대부터 주로 배달 등을 위한 상용 시장에 치중했으나 지금은 상용 못지않게 출퇴근과 레저용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품질과 내구성은 다소 떨어져도 외형이 예쁘고 값도 싼 중국산이 시장을 다 잠식하도록 기존 영업 전략만 고수하다 뒤늦게
관련 제품을 내놓고 허둥대는 꼴이다.
서울 퇴계로의 대리점업계는 국산은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고 뒤쫓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일본 업체들은 그러나 3년, 5년, 10년 앞을 내다보고 미리 준비하기 때문에 항상 앞서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도 절실하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서는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산업 육성이 필요한데 오토바이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일본은 일찌감치 오토바이산업을 적극 육성해 왔다.
전 세계 오토바이시장의 60%를 혼다 등이 장악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세계적 자동차회사인 도요타, 닛산 등에 제너레이터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가 야마하, 스즈키라는 점에서도 드러나지만
오토바이는 관련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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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 도로를 다니던 국내 초기 오토바이들. 100㏄ 이하급 모델로 당시 일부 상류층에 의해 사용돼 한 때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사진.김영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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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바이크 동호회인 바이크튜닝매니아의 운영자 김민상 씨는 정책적 배려의 부족이 오토바이산업을 죽이고 있다고 단언한다.
“1972년에 이륜차 법을 제정하면서 육성과 장려보다는 각종 규제로 산업의 성장을 막아 왔다.
다른 나라는 대부분 고속도로를 비롯한 모든 도로에서 오토바이 운행이 가능하나 우리나라는 고속국도를 비롯한 자동차
전용도로 등에서 이륜차 통행이 금지된 곳이 많다.”
S&T가 배기량 650cc짜리를 개발했으나 고속도로 주행시험을 하지 못해 출시가 늦어진 것이 단적인 예다.
고배기량 바이크는 수출에 앞서 고속도로 주행시험이 필수이지만 허가가 나지 않아 호주까지 가서 시험해야 했다.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과 점점 높아지는 소비자의 수준을 국산품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김 씨의 견해다.
대배기량도 오토매틱인 스쿠터에 잠식되고 있고 여성 운전자가 늘어나면서 오토바이가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운전자 대부분이 자신만의 개성 있는 오토바이를 가지려고 각종 튜닝 등으로 치장한다는 게 그의 동호회 경험담이다.
그는 자동차에 선루프나 에어백, 휠 등이 옵션으로 있는 것처럼 오토바이도 옵션을 늘리고 튜닝 파츠를 많이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림 오토바이 판매 1호점인 ‘대림스피드플라자 용두점’의 최성호 실장은 “품질 향상이 가장 중요하다”며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저질 외국산에 대한 엄격한 통관 검사를 주문했다.
수입 오토바이는 5대 당 1대를 검사하지만 중국산 수입업체들이 검사용 1대와 서류심사용 4대를 다르게 만들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중국산 오토바이의 수입업자는 전부 한국인이다.
중국 현지에서 팔리는 브랜드를 한국에 가져오는 게 아니라 수입업자가 중국 오토바이공장에 가서 한국 수출용으로 별도 제작을
의뢰해 만드는 것이다.
그런 연유로 중국 브랜드의 한국 지사나 대리점이 없다.
이 과정에서 수입통관용을 별도로 만든다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값싸게 만든 중국산을 국내에 유통시키면서 오토바이판매점에는 국산에 비해 2배 이상의 판매수익을 보장해 준다.
판매점에서는 국산보다 중국산 저가 바이크를 소비자에게 권장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최 실장은 “수입 오토바이를 전수 검사하거나 매장 등에 대한 현장 검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해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은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중국산도 엄격한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품질을 높여야 한다면 지금 같은 저가 공급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림의 창원 기술연구소에서는 연구원 50~60명이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장의 변화에 맞춰서 레저 및 출퇴근용 패션 오토바이를 선보이고 있다.
고배기량에 계속 도전하고 있는 S&T는 11월 국내 처음으로 700cc급 오토바이를 개발하고 내년의 주력 모델로 삼기로 했다.
S&T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미국의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ATK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 미국 할리 데이비슨
딜러들에게 S&T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이는 국내 이륜차산업의 불황 타개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만 경남취재본부 기자 | ymkim@yna.co.kr
강성철 기자 |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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