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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플루가 현재와 같이 빠른 속도로 연말까지 확산된다면 최악의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0.1~0.3% 포인트 정도 떨어질 수 있다.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0.1% 포인트 이상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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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추락 가능성
최근 급속한 회복 도중에 있는 우리 경제가 신종 플루라는 복병을 만나 올해 플러스 성장 전망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부는 신종 플루 확산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자체 분석한 결과 최근처럼 빠른 확산 추세가
이어진다면 최악의 경우 올해 성장률을 0.1~0.3% 포인트 정도 떨어뜨릴 것이라고 추정했다.
정부는 지난 2분기와 3분기 경제가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인 데 힘입어 올해 플러스 성장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해 왔다.
올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전기 대비 2%대 후반을 기록했던 성장률이 4분기에는 0.5%만 돼도 연간 성장률이 플러스로 나타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니 결코 과욕이랄 수 없다.
그러나 4분기 들어 경기 회복세 둔화 조짐이 보이는 데다 신종 플루가 10월부터 맹위를 떨치면서 상황이 만만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정부가 빠른 확산 속도를 보이는 신종 플루의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정부는 신종 플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노동 감소와 경제 활동 위축의 두 분야로 나눠 추정했다.
먼저 노동 감소의 경우 사망자는 많지 않지만 전염 확산에 따른 결근이 늘면서 생산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활동 위축은 전염에 대한 공포로 외출을 꺼리면서 소비 지출과 서비스업 생산 감소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신종 플루가 우리 경제에 상당히 의미 있는 충격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최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신종 플루가 최근처럼 빨리 퍼지고 올 겨울 내내 지속된다면 상당히 의미
있는 충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말하기 어렵지만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0.1% 포인트 이상이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1월 들어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신종 플루 전염이 주춤해질 조짐이 엿보이면서 실제로 정부가 추정한 것만큼 성장률이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솔솔 나오고 있다.
소비.서비스업 직격탄
지난 11월3일 심각 단계로 격상된 신종 플루는 올해 한국 경제의 플러스 성장을 위협하는 중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인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는 신종 플루가 세계 성장률을 최대 5% 포인트 가까이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소비 위축 우려
정부는 신종 플루가 빠르게 확산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분야로 소비와 서비스업을 꼽고 있다.
우선 서비스업의 경우 관광.음식.숙박업 위축이 두드러진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9월 내국인 출국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6% 줄어든 66만여 명으로 2004년 4월 64만 명 이후
5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통계청이 집계한 9월의 여행사 매출 역시 작년보다 31.8% 줄었다.
노동부가 지방 근로감독관들의 정보 보고를 취합, 분석한 결과, 강원도 춘천에서는 관광버스 운행률이 평균 30%에 불과하고
경기도 의정부에서는 청소년수련원이 매출 급감 탓에 부분 휴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위축 우려 역시 적지 않다. 신종 플루가 확산돼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 백화점, 음식점 등의 매출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백화점과 마트 등 대형 유통업계가 신종 플루 확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쇼핑 횟수를 줄이면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이마트는 다행히 아직까진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추세이며 매출 감소 현상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신종 플루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돼 고객 수와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항공업계 역시 단체 여행객들의 일부 감소에도 불구하고 개인 여행객이 작년보다 늘어나면서 현재까지는 매출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가 전염병 재난 단계가 ‘심각’으로 전환된 데 이어 정부의 ‘여행 자제’ 권고 사태로 확산될 경우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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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플루의 확산은 소비활동을 위축시키는 대신 해외여행을 자제하게 만들어 내수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사진.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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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에도 악영향
신종 플루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해외에서도 속속 나오고 있다.
영국 컨설팅 업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지난 7월 신종 플루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회복을 1~2년 지연시킬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은행(WB)은 지난 10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인플루엔자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할 경우 경제성장률을 0.7~4.8%
포인트 깎아 먹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WB는 신종 플루의 발원지인 멕시코에 대해서도 2분기 성장률을 2.2% 포인트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 근거로 한때 멕시코로의 항공 여행이 80%나 감소하고 호텔 공실률이 80%에 육박했다는 실제 사례들을 제시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6월부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신종 플루가 미국의 성장률을 1% 포인트 낮출 것이라는 분석치를
11월 초에 내놨다.
전문가들, GDP 하락 우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승훈 연구원이 과거에 대유행했던 전염병이 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신종 플루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사스(SARS; 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나 조류독감(AI)처럼 영향이 미미했던 경우가 있는가 하면 스페인독감,
아시아독감, 홍콩독감처럼 자못 심각했던 사례도 있다.
1918~19년 발병한 스페인독감은 전 세계 인구의 최대 20%인 5억~10억 명을 감염시켰고 이중 5천여 명이 사망했다.
1956~58년 대유행한 아시아독감 때에는 세계적으로 2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미국 경제의 추이를 보면 1955년에는 7.2% 성장했으나 1956년과 1957년에는 성장률이 각각 2.0%로 뚝 떨어졌고
1958년에는 -0.9%를 기록했다.
이어 1968년 홍콩에서 발생한 홍콩독감은 6개월 만에 세계 곳곳으로 퍼지면서 약 100만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갔고 이로 인해
미국의 성장률은 1969년 3.1%에서 1970년에는 0.2%로 곤두박질쳤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이번 신종 플루의 경우, 이로 인해 경기가 다시 침체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러한 전망의 배경으로 “방역 체계가 향상된 데다 정부가 백신 개발과 확보에 힘쓰고 있어 신종 플루가 국내에 대유행할
가능성이 줄어든 것”을 꼽았다.
그는 이어 “만약 국내에서 신종 플루가 대유행할 경우 공공장소에 대한 기피심리가 나타나면서 1차적으로는 대면 접촉이 필요한
서비스 수요의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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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플루가 전국적으로 확산돼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될 경우 매출 감소로 이어져 경제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사진.연합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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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심리가 크게 둔화되면서 경기 전망이 악화하면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 감소가 야기돼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이에 따라 “신종 플루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조경엽 선임연구위원도 최근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신종 플루의 대유행은
우리나라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0.4~2.5% 포인트 감소시키고, 대유행이 1년간 지속될 경우 최대 9.1%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종 플루 감염자의 사회적 격리로 인한 수요 감소로 경제적 충격이 크게 나타날 수 있고 신종 플루의 대유행으로 감염률과
사망률이 높아지면 수요 충격도 따라서 커지기 때문이라는 게 조 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신종 플루에 감염된 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사회적 격리의 확대를 제약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좀 더 지켜봐야” 신중론도
신종 플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지나치게 과장하면 안 된다는 신중론도 있다.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기 힘들뿐더러 아직 과거의 독감 대유행에 비해 심각한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소비활동을 위축시키는 대신 해외여행을 자제해 내수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밝히고 “신종 플루가 어느 정도 심각해지고 확산되느냐에 따라 영향은 천차만별”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신종 플루가 경제 회복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앞으로 추이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철 선임연구위원도 “신종 플루의 영향을 분석하는 것은 북한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북한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듯이 신종 플루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며 섣부른 진단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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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온라인 업체 ‘상한가’
대부분의 기업들이 신종 플루로 울상을 짓고 있는 반면 홈쇼핑업계와 온라인몰은 매출이 증가하며 수혜를 보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9월 홈쇼핑 판매액은 5천696억 원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44.0%가 늘어나며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고
인터넷 쇼핑몰 매출 역시 28.0% 증가한 1조802억 원으로 최대 실적을 올렸다.
GS홈쇼핑은 지난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각각 26.9%와 104.0% 증가했고 CJ오쇼핑은 각각 24.5%와
66.4%가 늘어나는 ‘깜짝 호황’을 누렸다.
지난 8~10월 신종 플루 감염을 우려해 외출을 꺼린 소비자들이 실내 쇼핑족으로 바뀌면서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로 몰린 덕분이다.
학교에서의 감염을 우려한 학생들이 학교나 학원에 가기를 꺼리면서 온라인 교육업체들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 강의 사이트나 홈스쿨링 등 원격교육업체들은 매출이 최고 200%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밖에 마스크나 소독제품, 세정제를 파는 기업도 주식시장에서 ‘신종 플루 테마주’로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신종 플루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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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경 기자 | bookworm@yna.co.kr
류지복 경제부 기자 | jbryoo@yna.co.kr
심재훈 경제부 기자 | president21@yna.co.kr
홍정규 경제부 기자 | zheng@yna.co.kr
최현석 경제부 기자 | harrison@yna.co.kr
김태종 산업부 기자 | taejong75@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