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 좋고 매부 좋은 홍보대사의 모든 것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 점점 커져
인기 탤런트 김혜자 씨는 아프리카 봉사활동 경험을 토대로 펴낸 책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의 인세
수입금으로 지난 1월 말 강원도 태백에 이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꽃때말’ 공부방을 열었다.
이는 13년째 국제구호기구 ‘월드비전’의 활동을 도와 홍보대사계의 대모로 불리는 김 씨의 꾸준한 선행
이 맺은 결실의 일부분. 하지만 우리 사회에 미치는 감동과 영향은 적지 않다.
김씨 외에도 유명 연예인이나 저명인사들이 최근 각종 봉사ㆍ이익단체, 공공기관 등의 홍보대사로 맹활약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이들의 활동과 목적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눈에 띄네, 홍보대사
홍보대사, 또는 친선대사로 불리는 명예직은 자선단체나 지자체와 각국 관광청 등 정부기구와 비정부기
구(NGO)를 망라한 다양한 분야에서 점차 역할이 커지고 있다. 단체나 기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대중에게
알리거나 일반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연예인 등 유명인사를 통한 홍보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명사들 입장에서도 품이 들기는 하지만 좋은 일에 동참하면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 호응도가 높은 편. 홍보대사의 중요한 역할은 역시 알려진 얼굴로 소속단체의 활동을 널리 알
리는 일이다.
홍보 광고에 출연하거나 각 단체의 활동현장을 찾아가기도 하고 언론 인터뷰, 기고문, 강연 등을 통해 활
동내용을 알리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다. 봉사단체 홍보대사의 경우 구호기금 모금행사, 바자회 등 각종
자선행사에 참가해 자리를 빛내주거나 자신의 수익을 쪼개 단체에 직접 기부하기도 한다.
 |
|
1992년부터 13년째 국제구호기구인 월드비전의 활동을 돕고 있는 탤런트 김혜자 씨는 홍보대사계의 대모로
불린다.
|
|
홍보대사 아무나 하나?
홍보대사로 선정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홍보대사를 뽑을 때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해당 명사의 대중
적 이미지. 소속사와 팬들의 성화에 얽매이기 쉽고 스캔들에도 취약한 젊은 연예인보다 오랫동안 좋은 이
미지를 유지해 구설수에 오를 염려가 적은 중견 연예인들이 주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
이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는 청소년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남성 톱 가수를 홍보대사로 섭외하려
했지만 죽음이 연상되는 장기기증의 성격 탓에 팬들의 성화를 우려한 기획사가 난색을 표명해 없던 일이
된 적도 있다.
홍보대사로서 얼마나 성실하게 일할 수 있는가도 중요한 기준이다. 일부 단체는 명사의 이름값만 보고
홍보대사로 위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신의 단체활동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까다롭게 심사한다.
특히 봉사활동 단체의 홍보대사는 대부분 오랫동안 남몰래 봉사활동을 해온 사례가 많다. 월드비전 홍
보대사인 탤런트 정애리 씨 역시 월드비전에서 활동하기 10여 년 전부터 보육시설 등에서 활동한 경력
이 신뢰를 얻어 위촉된 경우다.
홍보대사는 100% 무보수(?)
홍보대사는 명예직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활동에 대한 사례금을 받지 않는다. 좋은 일에 동참한다면서
사례금이 오고 가면 참여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유명인사 자신의 이미지에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홍보대사를 위촉하는 쪽에서는 홍보대사에게 최소한의 성의 표시를 하는 것으로 감사의 뜻을 대
신한다. 홍보사진을 찍을 때 교통비나 의상, 메이크업 비용을 대주거나 기념품을 주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장기기증 운동본부는 관련 녹음을 도와준 이금희 아나운서에게 꽃을 선물했으며, 4주간의 군사훈련을 계
기로 철원군 홍보대사로 위촉된 가수 싸이는 100만 원 상당의 위촉패를 받았다.
관광청 홍보대사의 경우 현지 광고촬영에 맞춰 가족동반 여행을 주선해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홍보대
사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관광청 관계자는 “홍보대사는 보수가 없는 명예직이어서 적극
적인 홍보활동을 유도하기 어려운 데다 명사들의 일정과 각종 요구조건을 맞춰주기도 점점 어려워져 생각
보다 큰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
|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중인 디자이너 앙드레 김(우)은 연예계 인맥을 활용, 친분이 있는 연예인들을 각
봉사단체에 연결해 주는 ‘홍보대사 소개소’ 역할을 하고 있다.
|
|
‘모범생형’ 홍보대사들
홍보대사는 보수가 없는 명예직이지만 누구보다 열성적인 활동으로 다른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는 연예인
들이 적지 않다. 반면 바쁜 일정 탓에 이름만 내걸고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민간 봉사단체의 홍보대사로 위촉된 김혜자, 안성기, 최수종, 차인표ㆍ신애라 씨 부부 등은 열성적이고
자발적으로 단체활동을 도와 모범생형 홍보대사로 꼽힌다.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 친선대사인 탤런트 김
혜자 씨는 1992년부터 13년째 이 단체의 활동을 도와 홍보대사계의 대모로 불리고 있다. 10년 전 아프리
카에 다녀온 후 꾸준히 빈민 구호활동을 도와 온 김 씨는 최근 친선대사활동을 정리해 출간한 에세이집의
인세 전액을 난민 돕기 기금으로 기탁하기도 했다.
유니세프 친선대사인 영화배우 안성기 씨 역시 홍보대사 중에서 모범생으로 꼽힌다. 80년대부터 유니세프
주관 행사에 참여해오다 1993년 친선대사가 된 안 씨는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난민촌 방문을 계기로 더
욱 열심히 활동하게 됐다고 한다. 유니세프 직원들이 “안 씨는 홍보대사라기보다 유니세프 직원 같다”
는 평가를 내릴 정도.
이밖에 굿네이버스 친선대사인 최수종과 차인표ㆍ신애라 씨 부부 역시 아동학대 방지활동과 남북한 어린
이 돕기 활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코미디언 김국진도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에서 성실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수 싸이와 홍경민 씨는 군 생활을 계기로 홍보대사가 된 케이스. 4주간 군사훈련을 계기로 철원군 홍보
대사에 위촉된 싸이는 고장을 홍보하려는 철원군의 의도와 건강한 군 생활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소속사
측의 의도가 맞아떨어져 명예군민에 위촉됐다.
작년 11월 제대한 가수 홍경민은 모범적인 군 생활을 한 연예인으로 꼽혀 국군방송 ‘위문열차’ 프로그
램 2005년 홍보대사로 위촉돼 각종 군 관련행사와 캠페인 및 홍보물 제작에 참여하게 됐다.
주위사람의 소개로 홍보대사에 위촉된 경우도 많다. 코미디언 신동엽 씨는 평소 호형호제하는 화천군 출
신 사업가가 화천군수와 다리를 놓아 지난해 10월 명예군민패를 받고 화천군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충청
도 출신인 신 씨는 화천군과 직접 인연은 없지만 군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화천군 ‘산천어 축제’
포스터 모델로 출연하고, 군 장학회에 장학금 100만 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재작년부터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고 최근 국제백신협회 홍보대사로 위촉된 앙드레 김은 연
예계 전반에 걸친 인맥을 이용, 친분이 있는 연예인들을 각 봉사단체에 연결해 주는 ‘홍보대사 소개소’
역할을 하고 있다. 이영애, 장동건, 이병헌, 차인표 등 쟁쟁한 스타들이 모두 그를 통해 유니세프 크리
스마스 카드 홍보활동에 참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현 사회부 기자 | eyebrow76@yna.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