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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아파트 준공시기가 되면 여지없이 불거지는 발코니 불법확장 문제. 현행 건축법상 명백한
불법임에도 준공검사를 전후해 수많은 가구에서 발코니 확장공사가 이뤄진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아파트 입주자의 절반 이상이 범법자로 전락하게 된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사회적 비용도 상상을
초월한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이제 발코니 확장문제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때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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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 오락가락 행정, 형평성 잃은 단속
“단속에 걸리면 재수없는 것이고, 안 걸리면 그만 아니에요? 단속 무서워서 안 하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신규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는 부산의 한 40대 주부가 건축ㆍ주택법상 명백히 불법행위인 발코니 확장문제를
두고 무심코 내뱉은 말이다.
발코니 불법확장은 적발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중대한 범법행위.
그럼에도 평범한 국민이 얼마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마디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이처럼
법이 철저히 무시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왜 발생했을까?
우선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집행과 형평성 논란을 야기하는 단속 때문이라는 게 학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발코니 불법확장의 역사는 정부가 발코니에 새시를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한 8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때부터 한두 집씩 거실과 발코니의 경계를 무너뜨리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신규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발코니를 불법확장하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시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의 단속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발생 후인 지난 96년 10월부터 시작됐다. 이때
전국적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으나 단속의 강도는 시간과 함께 점차 무뎌져 갔다. 해당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다 발코니가 불법확장됐다고 신고된 것만 14만 가구에 달하는 등 규모가 엄청나 제대로 손대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닥친 지난 97년 말에는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가 원상복구 방침을
사실상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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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신규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발코니를 불법확장하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시각이다.
우) 발코니 불법확장 공사는 막대한 건축폐기물을 쏟아내지만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환경문제도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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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01년에는 당시 건교부 장관이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아파트에 대해서는 발코니 확장을
추진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후 ‘발코니 불법확장은 불법이 아니다’란 말이 나돌 정도로 발코니
확장이 공공연하게 이뤄졌고, 일부 건축회사는 발코니 확장을 약속하며 분양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2003년 초 감사원으로부터 발코니 불법확장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라고 지적을 받은 건설교통부는 다시
단속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등 갈지(之)자 행보를 계속했다. 게다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단속이 형평성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교부에 따르면 2000년부터 4년 7개월간 전국의 아파트 640만4천 가구 중 0.08%인 4천930가구가 발코니
확장으로 단속됐으나 지역별로 경기와 경남은 각각 799건과 662건이 단속된 반면, 울산과 제주는 단 한 건도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다보니 ‘단속에 걸리는 사람만 바보’란 말이 나오게 됐고, 단속에 걸려도 가볍게 처벌돼 발코니
불법확장이 성행하는 중요한 원인이 됐다. 불법사실이 적발된 건축주는 물론, 이를 감시ㆍ감독하는 공사현장
감리자와 현장조사 확인업무 대행자는 대부분 벌금형을 선고받는 실정이다.
실태 - 걸리는 사람만 바보(?)
신규아파트의 발코니 불법확장은 전국적으로 한집 건너마다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연간 40만 가구 안팎으로 공급되는 신규아파트 가운데 60~70%는 준공 후
발코니를 확장하고 있으다. 또 기존의 아파트도 상당수가 발코니 불법확장을 한 상태여서 전체적으로 640여만
가구 중 절반 이상이 범법행위를 한 것으로 추산된다.
또 이들 아파트 입주자의 대다수는 준공검사가 끝난 뒤 기존에 설치했던 창호나 날개벽 등을 철거하고
거실이나 방보다 다소 낮은 발코니의 바닥을 높이기 때문에 소음과 먼지로 인해 주민간 분쟁이 끝없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서울의 모 주상복합 건물은 입주 후 1개월 동안 주민들이 잠을 자지 못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발코니 불법확장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아 평당 200만 원 안팎이 들기 때문에 연간 35만 가구 안팎이 2조
원 이상의 돈을 이 같은 불법행위에 쏟아 붓고 있는 것으로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다 불법사실이 적발돼
원상복구를 할 경우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게다가 발코니 불법확장 공사는 막대한 건축폐기물을 쏟아내면서도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환경문제도
심각하다.
최근 부산시는 지난 5월 16개 구ㆍ군청과 합동으로 일제조사를 벌여 한 달 만에 준공을 앞두고 있는 부산지역
아파트 단지 3곳에서 모두 1천462가구의 발코니가 불법으로 확장된 사실을 적발해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준공검사를 마친 아파트가 발코니 불법확장으로 단속되는 경우는 ‘가뭄에 콩 나듯’ 한다.
2000년부터 4년 7개월간 전국의 아파트 640만4천 가구 중 발코니 확장으로 단속된 경우는 전체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준공 전에는 어느 정도 행정력이 미치지만 일단 준공검사가 끝나고 나면 자치단체에
강제조사권이 없어 사실상 단속의 손길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때문이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발코니가 불법확장됐다는 신고를 받고 해당 가구를 방문해도 입주민이 출입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다”면서 “솔직히 단속에 걸리는 사람이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는다. 또 자치단체별로 발코니 불법확장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인원이 고작 3~4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만 가구에 이르는 아파트를 상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와 함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대다수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거센 주민반발을 뻔히 알면서도 단속의
고삐를 바짝 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 정작 단속된 주민들에게도 원상복구 명령에 이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선에서 행정조치를 끝내고 형사고발은 검토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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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 확장을 허용하되 이를 전용면적에 포함시켜 과세하는 방안이 조심스fp 검토되고 있으나 실현가능성은
불투명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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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 양성화 방안 적극 모색
80년대 말부터 본격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파트의 발코니 불법확장 문제를 더 이상 나 몰라라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게 학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아파트 입주자의 절반 이상을 범법자로 살게 할 뿐 아니라
충분한 안전진단 없이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불법 발코니 확장은 붕괴사고 위험에도 노출돼 있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또 법치주의 국가에서 국민 사이에 ‘단속에 걸리는 사람만 재수가
없다’는 생각이 만연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학계와 전문가들은 지난 70년대 초반의 잣대로 제정된 관련법규를 현실에 맞게 고치고, 이미
불법으로 발코니가 확장돼 있는 것은 양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밖에
신규아파트의 경우 시공사가 설계 때부터 발코니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과거와 같이 내력벽을 철거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구조적인 안전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부경대 건축학부 김기환 교수는 “최근에는 내력벽을 부수지 않기 때문에 구조적인 안전문제가 없다”면서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관련법 개정을 통해 발코니 확장의 범위와 방법을 분명하게 해 상당수 국민을
범법자로 만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또 지난 90년 발코니의 라이브 하중(실제 생활하면서 견딜 수 있는 강도)을 대폭 강화한 데다
최근 아파트가 고층화되면서 시스템창호가 도입돼 화재시 대피장소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에
안전문제로 인해 발코니 확장을 막을 명분이 없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발코니 확장은 허용해주되 화재 등 긴급사태에 대비해 시스템창호에 소방차 사다리가 걸릴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추는 등 보완장치만 마련하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도 “안전문제 때문에
발코니 확장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서비스 면적으로 제공된 발코니를 불법으로 개조해
전용면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재산세 등을 납부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2002년부터 서울시를 중심으로 발코니 확장을 허용하되 이를 전용면적에 포함시켜 과세하는 방안이 조심스럽게
검토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발코니를 전용면적에 포함시킬 경우 입주자들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데다 각종 혜택이 주어지는 국민주택 기준을 초과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안전진단 결과 위험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는 확장형 발코니의 경우 합법화의 길을
열어주는 등 발코니 확장을 입주자의 선택에 맡기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역설한다. 유명 건축가인 양진석
씨는 “발코니 확장은 관행으로 자리 잡은 만큼 법이 현실을 따라가야 한다”면서 “발코니를 서비스 면적으로
유지하고, 확장시 관할 자치단체에서 신고를 받아 정밀한 안전진단을 거쳐 허가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영규 부산지사 기자 | younkyu@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