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용어 사라진다
경쟁력 갖춘 금융전사로 재탄생
최근 들어 금융산업은 자산운용업을 중심으로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자산운용은 세계화와
지식기반을 토대로 발전하는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경쟁력을 갖춘 금융전문 인력의 양성은 국내
금융산업이 발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달성에 전제조건이 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문인력 양성방안의 골자는 전문교육기관 설립과 자금지원, 금융회사의 인력관리 개선
유도, 인력양성 인프라 구축 등이다. 우선 내년 상반기께 주요대학에 금융전문 학과와 대학원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금융전문 인력의 양성과 관리를 위해서는 금융기관 스스로의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의 인력마저 해외나 외국계 기관에 빼앗기는 그동안의 전철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의
금융허브 구상이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과 고부가가치 창출이라는 목표달성이 아니라 국내시장마저 빼앗기는
불상사를 초래할 수도 있다.
1. 금융전문인력 크게 부족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와 높은 교육수준에도 금융전문 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작년
IMD(국제경영개발대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금융전문 인력의 수준에서 45위로 조사돼 같은
아시아의 홍콩(11위), 싱가포르(15위)에 비해 크게 뒤져 있다.
국민경제자문회의의 ‘금융전문 인력 양성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금융기관에는 모두 1만9천277명의 금융전문 인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3년
후에는 4천981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고, 10년 후에는 1만 명의 전문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분야별로 필요인력을 보면 자산운용 750명, 리스크 관리 420명, 상품개발 220명, 파생상품 금융 340명 등의
순이다. 대부분이 넓은 의미의 자산운용업과 관련된 인력들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은 다른 주요국과 비교할 때 전문인력보다 보조인력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금융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작년 한은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금융부분의 인력구성 중 일반사무 및 관리, 창구영업을 중심으로 하는 보조인력이 87%를 차지하는 반면,
소위 전문인력의 비중은 9%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문인력의 비중이 50% 수준인
싱가포르나 홍콩에 비해 턱없이 낮으며, 자연스럽게 금융산업 전체의 경쟁력 약화와 취약한 수익구조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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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을 갖춘 금융전문 인력의 양성은 국내 금융산업이 발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달성에 전제조건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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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금융전문 인력양성을 위한 정부안
이에 따라 국민경제자문회의는 금융전문대학원 육성, 금융연수기관의 역량강화, 금융회사의 인력관리 개선
지원, 금융인력 양성 인프라 구축, 금융교육의 국제화 등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금융전문대학원을
공모방식에 의해 일정기준을 충족하는 대학교를 전문평가단의 심사를 거쳐 선정, 지원키로 했다. 별도의
기관보다 기존 대학 내에 설립하는 것으로 2006년 상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교과과정, 영어강의, 일정
비율 이상의 외국인 교수, 해외 MBA 과정과 제휴 등의 기준으로 갖추기로 했으며, 정부도 자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기존의 금융연수기관의 역량을 강화해 자체적인 능력도 키우기로 했다. 업종별로 연수원간의 연계를
강화해 교육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밖에도 금융전문 인력 양성전략을 수립하고
전문인력의 인력풀을 구축, 관리하는 금융인력 네트워크 센터를 위원회 형식으로 설치하며, 금융교육의
국제화를 위해 해외 금융교육 및 연수기관도 국내에 유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3. 금융기관 자율노력 시급
정부가 처방을 내놓았지만 금융전문 인력의 양성과 관리를 위해서는 인력의 적재적소 배치와 함께 성과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마련하는 등 금융기관의 주도적인 역할이 전제돼야 한다. 금융기관 스스로 금융전문
인력양성에 소흘하거나 이들 스스로에게 프로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면 국내 금융산업 발전은 요원할
뿐이다. 훈련된 인재마저 외국계 기관이나 해외로 빼앗기는 과거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자산운용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데다 짧은 역사로 인해 성장에만 급급했다. 때문에
양질의 인재를 교육시키고 관리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금융전문 인력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자산운영업은 간접투자자산업법의 개정으로 투자자산도 다양해졌다. 또 금융허브 도약과 국내 자산운용업
발전을 위해 7월 발족하는 한국투자공사(KIC)의 자금을 외국 자산운용사에 위탁하고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도
유치하기로 했다.
때문에 국내외 금융기관간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제대로 교육된 금융전문 인력이 없다면 금융허브는
자칫 외국계 기관에 멍석만 깔아주는 꼴이 되기 쉽다. 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은 “파생상품, 해외투자,
리스크 관리, 펀드 오브 펀드, 부동산 등 투자대상의 다양화됐으나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그동안 성장에
급급해 제대로 인력을 양성하는 데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그는 “KIC 설립으로 외국계
자산운용사들도 국내에 진출하게 되는 만큼 전문인력을 양성하지 않으면 해외투자는 말할 것도 없고
국내시장마저 잠식당하게 될 것”이라며 “각오를 다지고 인력관리와 양성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병극 연합인포맥스 기자 | 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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