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종합전기업체의 하나인 히타치제작소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
“원자력발전 사고의 영향은 1/4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던 7월 시점에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후루카와 가즈오 히타치 사장은 지난 9월 15일 기자회견에서 머리를 숙였다.
올해 연결결산 전망치가 적자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사장 승진 이후 경영개혁을 약속했지만 약속이 이행되지 못한 것이다.
적자의 최대 요인은 사고를 동반한 원자력발전소 관련사업.
그러나 2천500억 엔을 들여 미국 IBM으로부터 매수한 하드디스크 구동장치(HDD) 사업도 최근 수년간 부진을 계속했으며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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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치 측은 최근 영업수익을 1천억 엔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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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히타치 사장은 영업수익을 1천억 엔 하향 조정했다.
원자력발전 등의 전력산업 쪽이 580억 엔, HDD 등의 정보통신이 350억 엔, 박막형 TV와 디스플레이어 등이 170억 엔.
여기에는 사고원인이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원자력발전 터빈 파손 사고의 보상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보상비용이 포함되면 영업수익은 더욱 끌어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관동 이바라기를 터전으로 자주기술을 추구했던 창업자 오다이라 나미히라의 히타치는 1992년 1/4분기 결산시 연결매출
7~8조 엔을 기록하며 일본 최고의 종합전기업체로 우뚝 섰었다.
일찍이 공장독립채산제를 도입했고, 계열사들의 독립경영을 선도하는 등 다른 경쟁기업을 한 발씩 앞서왔으나 거액의
투자가 요구되는 반도체 분야에서 도시바와 NEC에 추월당한 데 이어 사무용 기기를 가정용으로 전환하는 데 늦어 예전의
명성을 차츰 잃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사장은 목표였던 HDD 사업의 흑자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초기계획 대로라면 올해 80억 엔의 흑자를 내야 했지만 가격하락과 컴퓨터 판매부진으로 400억 엔의 적자로 하향 조정됐다.
히타치는 컴퓨터와 디지털 기기에 사용하는 HDD의 수요확대를 겨냥해 지난 2003년 1월말 미국 IBM의 HDD 사업을 매수했다.
한때 2.5인치형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이 60% 이상 치솟았지만 지금은 30% 이하로 떨어졌다.
기록용량을 높이는 수직자기 기록방식의 개발로 시장을 선도했지만 제품의 양산.판매에서 경쟁업체인 도시바에 밀리고
말았다.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판매였기 때문에 DVD 레코더와 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스템, 박막형 음악 플레이어 등 판로개척도
뒤로 미룬 것이 결국 경영에 마이너스가 됐다.
후루카와 사장은 지난해 말 취임을 앞두고 경영의 선택과 집중에 주력하고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는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4월 취임과 함께 발표될 계획이었던 중기 경영전략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디지털 관련사업이 떠오르지 못한 채 전체 사업을 이끌어야 할 견인차가 없는 꼴이 되고 말았다.
급격한 사업환경의 변화를 새 경영진이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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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치가 제작한 인간형 로봇 ‘에미에우(Em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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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기록매체 시장에서는 가격과 기술경쟁은 물론 큰 환경변화의 바람이 불어치고 있다.
히타치가 전력하는 HDD에 대신해 플래시도 낸드(NAND)형 플래시 메모리를 채택하는 기기가 증가하고 있다.
라이벌인 도시바와 미쓰비시전기가 히타치의 부진을 틈타 성장전략을 궤도에 올려놓고 있는 점도 히타치로서는 불리한
환경이다.
반도체에서 1조 엔의 투자를 진행하는 도시바는 당초 무모하다고 지적받았다.
그러나 주력인 NAND형 플래시 메모리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르고 있으며 미쓰비시전기도 디지털 분야에 집중, 설비투자
수요의 순풍에 힘입어 FA(공장 자동화)를 축으로 고수익 경영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 히타치는 가전에서 원자력 발전까지 너무 폭넓은 선택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종합가전’이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는 시대변화의 걸림돌이 된 셈이다.
후루카와 사장은 “2007년도에는 반드시 HDD 사업의 흑자화를 달성하겠다.
지난 4~6월의 가격하락으로 고전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의 대형 공장들이 효율 있게 가동되고 있어 내년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흑자가 된다”고 밝혔다.
또 “액정디스플레이어는 올해 흑자화하고 박막TV도2007년 1~3월에는 이익을 잴 것”이라며 “기술력이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술의 변동이 빠르고 사업범위도 넓어지고 있으나 대부분의 사업에서는 품질이 좋다고 생각한다.
액정사업은 흑자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HDD와 박막디스플레이어, 박막TV의 디지털 등 성장의 축으로 삼은 3개 사업을 되살리겠다는 다짐이다.
그렇더라도 원자력 발전설비를 포함한 전력사업이 문제다.
이 부문은 지난해 연결매출이 2조8천50억 엔으로 전체 매출의 30%에 달했다. 영업이익도 925억 엔으로 36%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터빈 사고가 발생했다.
비교적 안정적 수입원이었던 이 사업에 사고가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히타치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미 텍사스 주에 원자력발전소를 공동 건설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양사가 수주한 원전은 미국 NRG에너지사가 텍사스 주 휴스턴 교외에 건설하는 2기(基)로, 2009년에 착공돼 2014년에
가동될 예정이다. 총 공사비는 52억 달러가 소 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히타치 측이 주요기기인 원자로 용기와 증기터빈의 제조 및 설치를 맡고 GE는 미국 정부와 인허가 협상을 진행하며
연료조달 등을 책임진다.
히타치는 원자력 발전 부문에 이처럼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히타치는 연결실적 전망을 대폭 하향조정하면서 중간배당을 전년 중간에 비해 2.5엔 줄인 3엔으로 한다고 밝혔다.
또 회장과 사장을 비롯해 최고경영진 일부의 급여를 삭감키로 했다.
후루카와 사장의 월급도 석 달간 각각 30%씩 줄인다.
최고경영진의 이런 고통분담이 고통의 시작인지 끝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신지홍 도쿄 특파원 | shin@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