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국이 수개월째 표류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총리 암살 음모 사건까지 불거져 나와 정정불안으로
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태국은 지난 1월 탁신 치나왓 총리 가족의 비리로 불거지기 시작한 정치적 혼란이 9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의회는 해산된 상태여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으며, 총리 암살 음모 사건 수사가 군 수뇌부로 번져 정국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 같은 혼란상은 급기야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으며, 외국의 투자가들은 인근 국가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
|
탁신 태국 총리에 대한 암살 음모로 수사가 군 수뇌부까지 확대되면서 정정 불안이 가중돼 태국 경제에
더욱 주름살이 잡히고 있다.
|
|
발목 잡힌 태국 경제
태국 국가경제사회개발위원회(NESD)는 올 상반기에 5.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급속히 경기가 위축돼 올해 경제성장률이 4.2~4.7%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비관적이다.
정국 불안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기업 역시 투자를 축소하고 있는 데다 정부의 사회기반 시설 확충을 위한
재정지출마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타놈스리 폰가룬룽 파트라 증권사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상반기에 16~17%의 성장세를 보이던
수출이 하반기에는 10% 이하로 급락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3% 정도에 그칠 것”이라 전망했다.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그동안 금년도 태국의 경제성장률을 5%로 전망했다가 최근 정국 불안을 이유로 이를 4.3%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태국의 동남아 경쟁국인 베트남은 7.8%, 싱가포르 7%,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각각 5.2% 등 금년도 아시아 지역
평균 경제성장률은 5.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피치는 내년도 역시 아시아 지역 평균은 5.1%인 반면, 태국은 4.6%로 평균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임스 매코맥 피치 아시아 지역 부서장은 “정치적 소요 사태가 투자와 소비심리 위축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은 현재 의회의 기능 마비로 경제성장의 주된 동력이었던 정부의 재정지출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태국은 회계연도가 매년 10월에 시작되는데, 차기 총선일은 10월 15일로 예정돼 있으나 이마저도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태국 재무부도 의회의 기능 마비로 정부 지출이 더 늦어질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 역시 3.5~4.5%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등 돌린 투자자
 |
|
방콕의 쇼핑몰에서 열린 시계 및 보석류 박람회에서 한 태국 미술가가 모델의 등에 시계를 그려 넣고 있다.
|
|
외국의 투자자들 역시 태국의 정치 혼란이 수개월째 지속되자 등을 돌려 인근 국가로 향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하드디스크 생산업체인 미국의 시게이트 테크놀로지는 최근 태국을 주요 생산기지로 계속 유지할 계획이지만
10억 달러를 투자할 신공장은 태국 대신 말레이시아에 짓기로 했다.
앞서 세계 최대 메모리 칩 생산업체인 미국 인텔사도 3억 달러 규모의 플랜트를 베트남에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베트남은 작년에 경이적인 8.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반면 태국은 국내외 신규투자가 올 상반기에 53%나 감소했다.
피터 반 하렌 주 태국 해외상공회의소 연합회 회장은 “해외 투자가들이 태국의 불안한 정국 탓에 흔들리고 있다”며
“투자가들은 장기적으로 투자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AFP 통신과의 회견에서 밝혔다.
주 태국 일본상공회의소도 자국 투자가들이 태국의 대안으로 베트남,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을 꼽고 있다고
밝혔다.
반노 테츠지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태국 일간지 네이션과 회견을 통해 “태국은 일본의 투자가들 사이에 투자 대상
1위였지만 정치적 문제 때문에 그 같은 확신이 줄어들고 있다”며 “내년 중반까지 정치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태국은
투자 면에서 다른 인근 국가에 뒤지게 될 것”이라 말했다.
수개월째 표류하는 정국
 |
1.탁신 태국 총리에 반대하는 시위대
2.유가가 급등하면서 농기계로 논 이앙을 갈지 못하고 물소를
이용하는 태국 수판부리주의 농부
|
|
태국의 정치적 혼란은 지난 1월 탁신 총리 가족이 통신주 매각으로 19억 달러의 이득을 보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방콕의 중산층들이 탁신 총리의 부정을 규탄하고 그의 사임을 촉구하면서 거리로 뛰쳐나왔다.
탁신 총리는 정치적 혼란을 끝내기 위해 의회를 해산한 뒤 야당의 선거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4월 2일 조기총선을 강행해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선거에 대해 무효를 선언하고 재선거를 실시하도록 판결을 내렸다.
재선거는 10월 15일로 예정돼 있지만 이제야 선관위원 5명이 선출된 상태여서 총선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구나 탁신 총리에 대한 암살 음모 사건이 터져 수사가 군 수뇌부까지 확대되면서 정정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은 지난 8월 24일 오전 방콕 남부 스닛옹 거리에 있는 총리 관저에서 폭탄이 숨겨진 차량을 발견하고 용의자로
안보작전사령부(ISOC) 소속 장교인 타와차이 크린차나 대위를 현장에서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범행현장에서 붙잡힌 타와차이 대위를 비롯해 경찰에 자진 출두한 차크릿 잔다라 특무상사와 파이롯 티라팝 소장,
수라폴 숙프라팃 대령, 마나스 숙프라섯 중령 등 5명을 구금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ISOC 소속이며 차크릿 특무상사를 제외한 나머지 군 장교들은 혐의 사실을 일절 부인하고 있다.
태국 일간 네이션은 이들을 포함해 모두 9명의 군인이 총리 암살 기도 사건에 연루돼 경찰의 용의선상에 올라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특히 차크릿 특무상사의 자백을 근거로 “총리 암살 사건 배후에는 4성 장군이 있다”고 밝혀 수사가 군 수뇌부로
향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그렉 왓킨스 주 태국 영국상공회의소 전무는 “태국 내 국내외 기업들이 한층 불안한 눈으로 현 정국을 바라보고 있다”며
“선거가 되도록 빨리 치러져 모든 문제가 빨리 풀릴수록 태국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말했다.
반 하렌 주 태국 해외상공회의소 연합회 회장은 “차기 정부가 국제경제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다음 선거는 반드시
공정하게 치러져야 하며 차기 총리는 각 사회 각 부문으로부터 협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옥 방콕 특파원 | sungok@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