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위원장일 때는 직원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애썼고, 임원이 된 뒤론
삶의 터전을 더 풍족하게 가꾸기 위해 일했다.”
"노
조위원장을 할 때와 사장이 된 지금 회사를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YK스틸(구 한보철강) 노조는 최근 부산 사하구 구평동 사내에서 노사화합 결의대회를 갖고 2008년 임금협상을 사측에 위임했다.
2002년 구 한보철강이 YK스틸로 다시 태어난 뒤 노조가 임금협상을 사측에 위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 노조가 임금협상을 믿고
맡긴 주인공은 지난 3월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최고경영자에 선임된 최창대(53) 사장이다.
이날 행사 전 사장실에서 만난 최창대 사장은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보니 노조에서 큰 선물을 준 듯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최 사장은 1979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YK스틸의 모태가 된 금호산업의 현장직원으로 취업했다.
최 사장은 현장 일로 잔뼈가 굵었고 1995년에는 노조위원장에 선임됐다.
그 사이 금호산업은 한보그룹 계열 회사로 거듭났다.
그러나 1997년 1월 23일 한보철강(당시 회사명은 (주)한보)은 부도가 났다.
그룹 회장은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언론은 모두 한보를 질책했다. 직원들의 마음도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최 사장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보를 살리는 데 앞장섰다.
주인 없는 기업을 대표해 노조위원장이 인수할 곳을 찾아 나섰다.
두 번의 인수.합병 시도가 실패하자 채권단과 법원은 한보를 청산하려 했고 최 사장은 채권단을 설득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부산과 서울을 오갔다.
국내선만 타고도 연간 마일리지가 30만 마일이나 쌓일 정도였다.
최 사장의 노력 끝에 일본의 야마토 공업이 한보를 인수했다.
한보는 YK스틸로 다시 태어났고 최 사장은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아 노조위원장에서 전무로 임명됐다.
“사실 임원되더니 사람이 변했다는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경영진이 직원에게 바라는 것과 직원이 경영진에 바라는 것은
차이가 많았습니다.”
최 사장은 “노조위원장일 때는 직원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애썼고 임원이 된 뒤로는 삶의 터전을 더 풍족하게 가꾸기
위해 일했다”고 말했다.
사장이 되고 나서 최 사장의 목표는 더 커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것.
“직원의 미래를 책임지는 사장이 되고 싶습니다. 직원들이 우리 회사에 근무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협력업체들이 우리 회사와 거래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는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해 YK스틸의 매출액은 5천800억 원을 넘어섰으며 주력상품인 콘크리트 보강용 철근의 시장점유율은 10%에 이른다.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기업의 눈부신 회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는 원.부자재 가격상승으로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고전이 예상된다.
하지만 최 사장은 “경영진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지만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항상 직원들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승욱 부산취재본부 기자 | kind3@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