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칼럼ㆍ기고 > 특별기고


동북아 경제통합 어떻게 시작할까?


확대 EU를 기리는 축하행사가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열렸다

2004년 5월 1일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는 확대 유럽연합(EU)을 기리는 축하 행사가 있었다. 기존 15개 회원국과 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 중ㆍ동구 및 남유럽 10개국의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25개 회원국이라는 세계 최대 경제블럭권으로의 출범을 축하하는 행사를 가졌다. 한편 미주에서는 이미 북미 및 중ㆍ남미 34개 정상이 2005년까지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를 결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결국 2010년 이전에 유럽과 미주에서 거의 대륙차원의 무역블럭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게 되었다.
동북아에서는 냉전체제의 장기간 존속, 경제발전상의 격차 등 정치경제적인 장애요인으로 유럽과 미주처럼 공식적 경제협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러나 1997년 아시아에 강타한 금융위기는 동아시아 국가들로 하여금 제 2의 금융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자구적(self-help) 경제통합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 결과 EU와 NAFTA에서 볼 수 있었던 통상과 무역에서의 자유화 대신 동아시아의 경제협력은 역내금융협력에서 먼저 일어나고 있다. 2003년 10월에는 한ㆍ중ㆍ일 3국 정상들이 인도 발리에서 개최된 ASEAN+한중일 정상회의에서 경제, 안보, 사회ㆍ문화를 중심으로 한 14개 분야에 대해 정상회담을 갖고 첫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최근에는 학계를 중심으로 동북아 특정 지역경제간 협력에 대한 논의와 에너지, 환경, 물류 등 부문별 경제협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동북아 특정 지역경제간에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협력 논의로는 두만강유역 공동개발 프로젝트, 환발해만(한국, 중국, 러시아)지역의 개발을 의미하는 성장삼각지대 협력, 환황해권 협력, 일본 규슈와 한국의 동남부지방간 환동해 협력, 주요 거점 도시간 협력을 의미하는 선형자유무역지대 등을 들 수 있다.
이처럼 현재 동북아에서는 기능적 차원에서의 경제통합과 공식적 차원에서의 경제통합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기능적 경제통합은 공식적 경제통합에 비해 그 주체, 내용, 대상지역 및 소요기간 등에서 확연히 다르다. 공식적 경제통합의 주체는 중앙정부이다. 그러나 기능적 경제통합은 민간, 기업, 지방정부 및 중앙정부 등 그 주체가 다양하다.
내용면에서도 공식적 경제통합은 법적 구속력을 지니는 국가간 각종 무역장벽의 제거, 생산요소이동, 금융통합 등이 내포되고 있지만 기능적 경제통합은 시장 메카니즘을 기초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 및 다양한 형태의 구체적 사업을 포함하고 있다. 예컨대 동북아지역의 기능적 부문별 경제통합에는 기업차원에서 행해지는 교역, 투자 외에도 에너지 공동개발사업, 환경사업, 수송?물류 관련 사업, 지방?도시간 각종 협력사업, 두만강지역개발사업(TRADP),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 등이 속한다.
동북아의 경제통합을 위한 접근방식에 굳이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면 기능적 경제통합체로서의 동북아경제공동체가 그 성격상 먼저 추진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동북아 역내 국가들의 경제와 정치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기능적 경제통합이 공식적 경제통합보다 접근방법이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기본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능적 경제통합의 심화는 공식적 경제통합을 이룩하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제통합면에서 EU와 NAFTA 등 세계 주요지역에 비해 크게 낙후되어 있는 동북아지역은 전 세계적 지역주의 확산 추이와 최근 ‘경쟁적 자유화’ 추세에 대처하기 위해서 공식적 경제통합체의 추진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동북아지역의 특성상 현 단계에서는 각기 한계를 지니고 있는 동북아경제공동체의 두 개념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싱가포르에서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재무장관 회담에서 각국 재무장관들이 기념촬영을 위해 손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 시점에서 동북아의 공식적 경제통합은 지정학적 이유때문에 한ㆍ중ㆍ일 3국을 중심으로 추진될 수 밖에 없는 제약이 존재한다. 그러나, 기능적 경제통합은 한ㆍ중ㆍ일 3국을 비롯한 북한, 대만, 홍콩, 몽골 및 러시아 극동지역 등 동북아지역의 모든 국가 및 지역이 참여대상이 된다. 그리고 소요기간 면에서도 공식적 경제통합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논의, 정부간 협상 및 국내적 대책 마련 등의 사전준비에 수년에 이르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나, 기능적 경제통합의 경우에는 일부 사업은 장기간이 요구되지만 부문별 협력과 무역, 투자와 같은 일상적인 경제활동은 단기간에 혹은 지속적으로 추진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공식적 경제통합은 실제 기능적 경제통합을 촉진시키기 위한 정부차원에서의 인위적 행위라고 할 수 있는 데 반해, 기능적 경제통합은 공식적 경제통합을 가능케 하는 기반구축의 성격을 띨 수도 있다. 동북아지역에서는 공식적 경제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시장에 의한 기능적 경제통합이 진행되어 왔다. 그 결과 지난 10여 년간 기능적 통합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공식적 통합의 부재 때문에 동북아지역 국가간 역내 교역 및 직접투자의 수준은 세계 여타지역에 비해 뒤져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기능적 경제통합을 더욱 촉진시키기 위하여서도 공식적 경제통합이 추진되어야 한다. 반면, 실질적 경제교류가 증대되고 구체적 협력사업이 확대될 경우, 역내국의 시민들 사이에 공식적 경제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상호 신뢰가 제고됨으로써 공식적 경제통합을 위한 기반이 조성될 수 있다. 따라서 기능적 통합과 공식적 통합은 상호 촉진적이며 보완적 형태로 전개되어야 한다.
현시점에서 공식적 경제통합체로서의 동북아경제공동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변수를 고려할 때 러시아 극동지역은 물론이고 북한과 대만도 이에 포함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동북아 주요국인 한ㆍ중ㆍ일 3국간 공식적 경제협력이 마련되어 예컨대 그 첫 단계로서 한ㆍ중ㆍ일 FTA를 구체적 목표로 상정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으로 사료된다.
한국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동북아 경제중심」건설은 결국 우리 국토와 노동력뿐만 아니라 이웃나라의 경제적 기회까지도 이용해 세계적 기업, 자본, 기술 및 전문인력을 흡입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선진화 및 고부가가치화를 도모하자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동북아경제중심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중국과 일본이라는 거대 대륙경제권과 거대 해양경제권 사이에 위치한 한국의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동북아경제공동체 형성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한국은 동북아지역의 장기비전이라 할 수 있는 동북아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자임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실현을 위해 단순한 중국과 일본간의 중재자(intermediary) 역할뿐만 아니라 동북아 경제통합의 촉진자(facilitator)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안 충 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2002년 APEC경제위원회 의장
2002년 21세기 한ㆍ중 경제
협력 공동위원회 한국측 회장




  기사제보 | 구독신청 | 광고문의 | 회사소개

(110-140)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송동 85-1
TEL 02-398-3762~8, FAX 02-398~3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