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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50주년, IMF와 세계은행의 공ㆍ과
세계경제 이바지했다 VS 빈곤 악화시켰다


IMF와 세계은행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두 기관은 최근 현안에 대처하는 데 일부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하며 자기 비판적 변신을 보이고 있다. 회원국간에 있을 첨예한 역학 구도 하에서 앞으로 두 기관이 어떻게 거듭날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평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이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1930년대에 세계 대공황을 몰고 온 경제정책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1944년 창설된 두 국제기관에 대해 평가는 뚜렷하게 엇갈린다.
물론 당사자인 IMF와 세계은행은 지난 60년간 자신들이 세계경제 안정과 빈곤 축소에 기여했다 고 자평한다. 앤 크루거 IMF 총재대행은 “60년이라는 세월을 놓고 볼 때 세계경제는 대체로 이 전 역사에서는 결코 실현되지 못했던 경제성장을 구가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IMF와 세계은행이 소득뿐만 아니라 무역자유화, 생활수준, 인간수명, 교육훈련 등의 측면에서도 기여한 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IMF가 배양한 국제협력 덕택에 1970년대 의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보다 안정적인 세계경제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 IMF와 세계은행 합동개발위원회는 지난 4월 24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열린 회의를 통해 빈곤국 부채경감, 교육보급 지원, 에이즈 퇴치강화를 지원하는 등 전 세계 빈곤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그러나 일부 비판가들은 이의 존재에 대해 득보다 해가 더 많았다고 혹평한다. 예를 들어 비판가들 은 가난한 국가들의 경우 IMF와 세계은행에 진 막대한 규모의 채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IMF가 극심한 빈곤을 줄이는 데 제 역할을 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지원을 빌미로 가혹한 조 건을 강요함으로써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미국 경제정책조사센터(CEPR)의 마크 바이스브로트 소장은 “무엇보다 IMF가 1996~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를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국제화에 반대하는 인권단체 ‘글로벌 익스체인지’도 IMF 와 세계은행이 제시한 경제해법이 이를 적용한 대다수 국가에서 빈곤을 악화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단체는 특히 IMF 지원의 대가로 받아들여야 했던 경제개혁은 개발도상국들의 부가 해외로 유출 되는 결과를 몰고 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들 국가의 경우 IMF로부터 받은 지원금의 무려 다섯 배를 선진국에 토해냈다는 지적이다.

자기 비판적으로 변신하나?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아시아와 아르헨티나 금융위기 대처과정의 오류를 시인하는 등 자기 비 판적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수년간 IMF가 개발도상국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 한 정책을 요구하고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은밀한 단체가 돼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비난을 거의 무시해온 것을 고려할 때 큰 변화로 평가된다.
IMF는 얼마 전 발표한 2001년 아르헨티나 금융위기에 대한 보고서에서 위기경고의 징후들을 놓쳤고 아르헨티나의 성장전망과 개혁성공 가능성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음을 인정했다.
IMF는 또 1년 전 발행한 연구보고서에서 IMF가 개발도상국에 차관의 조건으로 내걸어온 신속한 금 융시장 자유화가 때로는 경제성장보다 불안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IMF 관리들은 19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처리에 대해 비판을 받으면서 IMF가 자기성찰과 투명성을 더욱 강조하게 됐다고 말 했다. 이와 관련해 토머스 도슨 IMF 대변인은 “IMF는 일을 하려면 개방적으로, 투명하게 해야 하고 비평가들에게 귀를 기울이며 자기 비판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IMF는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태국과 인도네시아, 한국에 요구했던 금리인상과 공공지출 축소, 금융 시장 자유화 등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지나치게 엄격한 요구였음도 인정했다.
또 IMF는 아르헨티나 위기에 대해서도 많은 문제들, 특히 과도한 차관과 페소화의 달러연동제 등 에 대해 사전에 위험경고를 하지 못하는 등 제대로 대처하지 못 했다고 밝혔다. 특히 IMF는 지난 해에 2001년에 독립평가국을 설립, 한국과 인도네시아, 브라질 위기에 대한 대처과정의 오류들을 시인하는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이런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충분치 못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IMF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IMF가 정책면에서는 실제로 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정책분석가인 소렌 앰브로스는 “그들은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 솔직해지고 있기는 하지 만 정책은 변하지 않고 있다. 특히 그들이 남반구 국가들에 가하고 있는 압력은 변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빈곤퇴치 위해 노력하겠다
IMF와 세계은행 합동개발위원회는 지난 4월 24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열린 회의에서 빈곤국 부채경감, 교육보급 지원, 에이즈 퇴치강화를 지원하는 등 전 세계 빈곤퇴치를 위해 더 많은 노 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그러나 반 세계화 단체와 빈곤퇴치를 위한 민간활동 단체 등은 그 이튿날인 25일 IMF와 세계은행이 말의 성찬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재정지원에 대한 약속을 내놓는 데 실패했다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세계은행의 제임스 울펜손 총재는 기자회견을 갖고 “세계은행이 팔레스타인 경 제개발을 지원할 준비가 돼있다”고 설명하며 “다음달 요르단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이 문제에 관한 심층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의 토론에서는 유엔의 ‘밀레니엄 개발목표’ 달성을 위해 성취돼야 할 과제, 즉 2015년까 지 빈곤층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과 에이즈 퇴치노력 강화, 교육혜택을 받지 못하는 1억 명의 아동에 대한 교육 등에 초점을 맞춰 논의가 진행됐다.

국제유가의 급등으로 비상이 걸린 한 정유회사. IMF가 미국의 적자와 과열로 치닫는 중국경제, 유가급등과 같은 세계경제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해 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울펜손 총재는 “매년 9천억 달러가 군사용 예산으로 사용되고 고작 500억 달러만 대외지원에 이용 되는 한 전 세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인식이 선진국들 사이에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이 주도한 일부 국가들은 보편적 교육 을 위한 최상의 방안을 마련한 40개 빈곤국에 대해 신속한 지원을 제공키로 한 세계은행의 프로그 램에 대해 지원을 다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 등 여타 선진국들이 이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 지원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울펜손 총재는 또 올해 말로 시한이 만료되는 빈곤국에 대한 채무경감 프로그램을 연장키로 하는 것 을 지지하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으나, 빈곤퇴치 그룹 단체들은 이 프로그램을 실제로 연 장시킬 만큼의 충분한 지지가 확보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에이즈 퇴치 문제와 관련해서는 빈곤국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강화한다는 데 합의가 이뤄졌다. 또 빈곤퇴치 목표달성을 위해 경제개발 펀드를 출범시키자는 영국의 제안에 대해서 일부 국가들이 지지입 장을 표시했다.

새 총재 취임으로 거듭날지 주목
지난 5월 초 IMF는 이른바 ‘도전의 시기’에 로드리고 라토(55) 스페인 전 재무장관을 제9대 신임총재 로 선출했다. 그는 최초의 스페인 출신 총재로 앞으로 5년간 임기를 맡게 되며, 정식 취임은 6월 이 후에 있을 예정이다. 새 총재는 앞으로 회원국간 첨예한 역학구도 하에서 기구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 해야 할 중임을 맡게 된다.

지난해 0월, IMF-세계은행 합동연차총회가열린 두바이 컨벤션센터 앞에서 한 시민이 IMF를 반대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라토 신임총재는 유럽은 물론 남미국가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데다 전통적으로 IMF는 유럽출신이, 세 계은행은 미국인이 수장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투표 전부터 사실상 총재로 확정 된 상태였다.
라토 신임총재는 스페인 공공재정 안정을 가져온 시장지향 개혁을 통해 스페인의 경제적 ‘기적’을 일궈낸 인물로 높이 평가받는다. 그의 정책기조는 재정적자 통제, 인플레이션 완화, 고용증대를 통 한 민영화 추진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는 또 지난 총선에서 패한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전 스페인 총리의 후계자로 물망에 오르는 등 정 치적 위상도 다져 왔으나 이라크 파병논란의 여파로 집권당이 패하는 바람에 재무장관에서 물러난 전력을 갖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버클리 캠퍼스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마드리드의 콤플루텐세 대학에서 경 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라디오 방송국을 포함한 사업체들을 소유하고 있다.
신임총재가 미국의 엄청난 재정?경상 적자와 과열로 치닫고 있는 중국경제, 유가급등 등 세계경제의 위협요인에 대한 대응과 IMF 내부개혁 등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용어풀이] IMF
국제통화기금. International Monetary Fund의 약자. 가맹국들이 공동의 기금을 만들어 회원국들이 이용케 함으로써 각국의 외화자금 부족을 덜고 외환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1944년 설립. 브레턴우즈 협정에 설립근거를 두고 있으며 본부는 미국 워싱턴에 있다.
세계은행(IBRD)과 함께 2대 국제금융기구로 꼽히며, 가맹국은 각각의 출자금에 비례, 총회에서 의 결권을 갖는다. 국제유동성을 확충하기 위해 1956년과 65년에 출자금을 증액했으며, 1968년 4월에는 IMF협약을 개정, ‘제3의 통화’로 불리는 특별인출권(SDR)을 만들었다.
창립 당시의 기능은 국제수지가 일시적 불균형에 처한 나라에 신용을 제공함으로써 국제통화제도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 그러나 1973년 변동환율제로 이행하면서 기능이 변화, 개도국 및 구 사회주의권 에 대한 구제금융에 치중하고 있다.

정리 강윤경 기자 | bookwo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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