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문화 > Well-Being


기업의 웰빙, 선택 아닌 필수

키어드는 건강ㆍ환경ㆍ개인맞춤ㆍ풀 서비스

사람들의 소비패턴이 달라진다. 이에 따라 기업도 변화가 요구된다. 개인중시, 환경친화, 사회공헌, 복합기능을 가진 제품개발, 열린 조직문화 등이 그것이다. 웰빙의 확산이 기업의 체질개선까지 근본적으로 요구하는 셈이다.



코엑스에서 열린 '2004 웰빙 페어'에서 한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안락한 표정으로 공기청정기 등 웰빙 상품을 체험해보고 있다

환경중시, 건강, 독신자 급증, 개인주의, 조직보다 가족 우선 등 가치관의 변화가 빠른 요즘이다. 주5일제 도입되면서 여가문화 역시 상당 부분 달라졌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시작된 보다 여유로운 소비는 어느새 전 분야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빈곤층이 늘고 있다지만 웰빙을 앞세운 소비만큼은 폭넓게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국내 건강식품 시장의 매출은 3.4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년 대비 13% 성장한 것이다. 건강에 부쩍 관심이 높아진 사람들의 의식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추측된다. 피로회복과 정신수련을 위한 요가는 기존의 낯설고 기괴한 이미지를 탈피, 생활 속의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의 웰빙 문화 트렌드와 기업의 대응’이란 보고서에서 이런 최 근의 소비현상을 세 가지로 압축, 표현했다. 웰빙 소비, 선택ㆍ집중형 소비, 관계지향 소비가 그것이다.
웰빙 소비란 말 그대로 정신적인 여유, 건강, 친환경적 소비를 뜻한다. 우리나라가 선진화되고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웰빙의 시장규모는 더욱 확대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를 아예 소비문화의 선진화로 보는 이도 적지 않다. 희소성이나 과시욕을 추구하던 기존의 소비에서 탈피, 개인과 가족의 건강, 환경, 자신에 대한 투자라는 점에서 보다 가치지향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두 번째 선택ㆍ집중형 소비란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검약 항목과 투자 항목을 명확히 구분해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독신 비율이 크게 늘고 있다.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하나만 낳거나 아예 낳지 않는 이들이 대다수다.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 없이 애완동물만 기르는 딩펫 족도 자주 보인다. 회사나 조직보다 개인, 가족을 중시하는 서구 스타일의 라이프스타일 역시 급속도로 확산되는 중이다.
이처럼 달라진 가치관 및 라이프스타일은 소비에서도 큰 변화를 불러온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명확히 구분해 선택,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것이다. 특히 젊은층에서는 자기만족을 위한 특정활동에 관한 한 시간과 비용을 기꺼이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세 번째, 관계지향 소비란 소비자 간의 관계형성 및 소비자와 기업간의 관계형성을 가리킨다. 제품의 디지털화가 첨단을 걷고 기능 역시 복합화되면서 소비자들은 기업과의 관계구축에 더욱 큰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구입 후에도 사용방법, 안전기능 및 추가기능에 대해 지속적인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장기간 사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청각손상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된 '진동 헤드셋'
특히 구매력을 갖춘 고소득층에서는 소비자 입장에서 편리함을 극대화시킨 일명 ‘풀 서비스’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기능과 디자인 면에서 자신만을 위한 ‘맞춤형’ 소비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소비패턴의 변화는 기업에도 당연히 변화를 요구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건강과 환경을 향후 마케팅의 키워드로 인식하고 친환경 상품개발에 몰두중이다. 미국의 포드는 2004년형 에스코트 자동차 개발과정에서 ‘로하스(LOHAS :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를 기본 키워드로 삼았다.
국내의 경우는 과거에 건강 관련 상품들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기업으로 중심축이 바뀌어 가고 있다. 대표적 웰빙 가전으로 꼽히는 공기청정기 역시 굵직한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변화의 노력은 제품개발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업이미지 또한 환경친화, 사회공헌, 열린 조직문화 등 웰빙을 테마로 바뀌고 있다. 웰빙이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개선까지 요구하는 셈이다.
‘가전(家電)’이라는 용어도 조만간 ‘개전(個電)’으로 바뀔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가정 단위의 ‘홈시어터'는 개인이 네트워크를 완성하는 '룸시어터'로 용어와 개념이 바뀔지 모른다. 독신자를 비롯해 1인 가정이 늘면서 1인용 제품과 서비스는 더욱 다양해질 필요가 분명 있다.
한편 이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때 기존의 상품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함을 뜻하기도 한다. 기업의 생산효율성이나 이익증진을 위한 상품개발이 아니라, 소비자의 개인별 생활편의를 우선하는 상품만이 성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모든 소비자, 모든 계층으로부터 적당한 만족을 얻는 게 아니라, 특정 라이프스타일, 특정 계층으로부터 최고의 만족을 얻도록 해야 한다.
웰빙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됐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고도의 발전이 이뤄질수록 신체와 정신의 건강과 여유를 찾는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웰빙은 이제 기업에게 있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것이다.

정리 강윤경 기자 | bookworm@yna.co.kr




  기사제보 | 구독신청 | 광고문의 | 회사소개

(110-140)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송동 85-1
TEL 02-398-3762~8, FAX 02-398~3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