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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에게 듣는다



한국 경제는 현재 고유가와 중국의 긴축 정책,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의 해외 트리플 악재로 주가가 연일 폭락하는 등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수출이 버텨 주고 있지만 중국의 긴축이 본격화되면 앞으로도 호조를 지속한다고 장담하기가 힘든 데다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5%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탄핵의 부담에서 벗어난 노무현 대통령도 이 같은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해 지난 5월 15일 대국민 담화에서 경제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민생 안정에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경험보다 귀중한 것은 없다'는 말도 있지만 지금이야 말로 현인(賢人)들의 고견을 귀담아들을 때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투자만이 성장의 길이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현단계에서는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 외에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공 이사장은 따라서 "외환 위기 이후 기업 지배구조가 상당 부분 개선된 만큼 출자총액제한 등 기업 관련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고 처방했다.
그는 참여정부 2기에 대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 부처간 기획ㆍ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경제 관료들에게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대 출신인 사공 이사장은 미국 UCLA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마치고 잠시 뉴욕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 산업연구원장, 대통령 경제 수석비서관을 거쳐 재무부 장관(1987년)을 역임한 뒤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경제가 내수 위축과 정책 추진의 혼선, 고유가, 중국의 긴축,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안팎의 악재로 어려움을 맞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상 유례 없는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꽁꽁 얼어붙어 있는 게 우리 경제의 현실이다. 이는 기 본적으로 환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과도하게 민간 소비를 진작시킨 데 원인이 있다. 그러다 보니 가계에 너무 많은 부채가 쌓였고 신용불량자가 급증했다.
부채가 많아지면서 가계가 스스로 소비를 줄이고 있는 추세다. 그런 한편으로 정부와 금융회사는 더 이상의 부실을 막기 위해 대출을 제한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그 때문에 국내총생산(GDP) 의 50∼60%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가 계속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지수경기와 체감경기가 어떻게 다른가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일부 품목을 중 심으로 수출이 잘 되고 있지만 정작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나빠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민간 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소비를 진작할 수 있는 대책은 없다. 소비는 서서히 회복될 것이다. 소 비를 늘리기 위한 단기 대책은 효과도 의문시되고 경제의 건실화에 바람직하지도 않다.
방법은 투자 활성화밖에 없다. 이는 단기적인 경기 활성화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키우 기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그러나 기업의 투자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
금리가 매우 낮고 유동성도 풍부해 투자 여건은 마련돼 있다. 비경제적 요인 이 문제다. 북핵 문제 와 관련한 지정학적 위험과 정치 불안정, 정책의 일관성 부족, 노사 불안정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 같은 비경제적 요인들을 제거해야만 투자가 살아날 수 있다. 일단 대통령 탄핵 문제 정리로 정치 적 불안정은 해결된 셈이다. 북핵 문제는 앞으로 6자 회담이 예정돼 있어 순조롭게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노사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외국 금융기관 대표들이 누차 강조하듯이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다.
또 하나는 정책의 일관성 유지다. 경제 부처간의 혼란을 앞으로 대통령이 조율해야 한다.

참여정부 2기 출범과 함께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우선이냐는 해묵은 논란이 새삼 일고 있는데.
논란 자체가 유용하지 않고 비생산적이다. 우선 성장을 왜 하는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일자리 를 창출해 골고루 잘 살자는 것 아니냐. 다만 성장을 하면 성장의 혜택을 못 보는 계층이 있기 때 문에 사회안전망을 통해 이를 보완하면 된다.
개혁도 살펴보자. 세계화 시대를 맞아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만들려면 제도를 개혁하는 것은 당연하다. 개혁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으며 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봐야 한다. 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해야 할 과제인 셈이다. 성장과 개혁은 결국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 두 가지를 정태적이 아 니라 동태적으로 봐야 한다.
성장 없이 분배만 강조하면 `파이'는 작아지는데 그것을 갈라 봐야 얼마나 가져가겠는가. 외국에서 는 이미 실패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사회주의 종주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성장을 위해 시장경제 논리 를 대거 도입한 것이 가장 좋은 예가 아닌가. 우선 성장을 이룬 뒤 그 과실을 형평성 있게 나누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가장 좋은 분배 정책이다.

출자총액제한 등 재벌 개혁이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일부 정책은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고 해당 재벌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 등 기업 지배구조 관련 규제를 만들 때에는 당시의 논리와 당위성이 있었다. 당시에 는 투명성이나 소액주주 보호 측면에서 기업 지배구조가 오늘날처럼 강력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 금은 많이 달라졌다. 출자총액제한 제도는 과거 시점에서 필요한 제도라고 하더라도 외환 위기 이 후 상당히 많이 개선된 만큼 오늘날의 달라진 여건을 고려해 정책의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고 본다. 아직도 더 개선할 면이 남아 있지만 적어도 개선된 정도만큼은 규제를 풀어 줘야 한다.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와 간섭을 줄여야 한다. 기업인들도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정부에 보이고 규제 완화를 요구해야 한다.

국회의 탄핵안이 기각되면서 국정의 중심으로 복귀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좋은 경제정책이 나오려면 정부 내에서 정책의 기획ㆍ조정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경제정책이 라는 것은 제한된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쪽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조정이 불가피하다.
제도적으로 기획ㆍ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기획조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중장 기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에서 정책을 기획하고 조정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본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한ㆍ중 마늘 분쟁과 부작용은 정부의 기획ㆍ조정 기능이 제대로 작 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획ㆍ조정 기능을 강화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정책의 불확실성을 줄 여야 한다. 또 경제 각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한번 기용하면 오랫동안 써서 정책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줘야 한다.

김기환 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
"먼저 파이를 키운 뒤 나눠 먹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개방론자인 김기환 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은 "성장이 있어야 분배도 가능하 므로 우선 성장을 통해 파이를 더 키울 필요가 있다"며 일각의 '분배 우선론'에 반대 입장을 분 명히 했다.
김 회장은 "성장을 위해서는 투자가 시급하며 투자를 위해서는 기업인들의 과거정치자금과 관련 한 잘못에 대한 사면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뭐니 뭐니 해도 기업들이 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1932년생으로 미국 버클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한국개발연구원(KDI) 원 장, 금융통화운영위원, 상공부 차관, 대외경제협력 담당 특별대사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골드만 삭스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대통령 탄핵안이 기각되면서 정부가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경제 안정에 두겠다고 천명 하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가 어떤 상황인지 진단해 달라.
무엇보다도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 성장이 있어야 나눠 먹을 것도 있고 나눠 먹기도 쉽다. 작 년에는 고작 3.1% 성장을 했는데 5%대의 잠재성장률도 이루지 못했다. 이는 성장잠재력이 고갈되고 있는 것이므로 큰 문제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5.5% 안팎으로 성장한다고 하지만 그게 높은 수준이 아니다. 작년에 성 장률이 아주 낮았기 때문에 6%를 훨씬 넘게 성장해야 정상이다.
정부는 10년 안에 국민소득을 2만달로 끌어올리겠다고 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 평균 7%의 성장을 이뤄야 한다.
그러나 지금 성장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는 국내 소비와 투자, 특히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등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투자란 기업이 하는 것인데 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신뢰와 확신이 없다. 정부가 자꾸 반(反)기업적 정책을 펼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외환 위기 때 도입된 출자총액규제 같은 것이 그 예로 이런 규제는 폐지해야 마땅하다.
수도권 공장 신설 규제 같은 정책도 사실은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방위 문제를 걱정해 만든 것인데 아직도 남아 있어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내기 위해 노동력 과 자본이 풍부한 수도권에 공장을 짓고 싶어 하는 기업들도 있을 텐데 인위적으로 막아서야 되겠는가.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처방이 필요한가.
기업과 함께 일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자주 만나 애로를 들으면서 정책 아이디어를 얻고 등도 두드려 줘야 한다.
기업인들은 지금 과거 정치자금을 추궁당할까 봐 좌불안석이다. 언제 (검찰에) 불려갈 지 모르는 데다 과거 비자금으로 왜곡된 기업 회계 때문에 소액 주주들에게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많이 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이런 걱정을 털어 줘야 하며 특히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기업 인들의 정치자금 관련 비리는 법을 만들어서라도 가급적 과감하게 사면해야 한다. 과거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미래도 없다.
지금 정부 각 부처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뛰고 있는데 국내 투자가 살아야 외국인 투자도 들어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투자를 않고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외국인이 위험을 안고 투자를 하겠는가.


김기환 서울파이내셜포럼 회장
성장이냐 분배냐를 둘러싼 논란이 있는데.
분배에는 사후적인 것과 사전적인 것이 있다. 사전적인 것은 기회를 균등하게 하고 독점을 규제하고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하는 것 등으로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고 보호를 받고 있다고 느끼 게 해야 한다. 이것이 사전적인 분배다.
사후적 분배는 정부가 나서서 기업이나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거둬 못사는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금 정치권 일각에서 논의되는 부유세, 소득세 누진율 제고 등은 모두 사후적인 것이다.
경제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후적 분배보다 사전적 분배가 강조돼야 한다. 돈을 벌어 너무 과 도하게 뜯긴다고 생각하면 누가 애써서 돈을 벌려고 하겠는가. 외국으로 달아나려는 생각만 하게 될 것이다.
진보 개혁 세력은 자본주의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자본주의가 착취만 하는 게 아니라 기회 균등을 보장하고 창의성을 갖게 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하는데 시장경제의 장점을 간과하는 것 같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공사업을 한다, 인턴제를 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하는데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세금 부담을 늘리는 이런 방식 대신 민간 기업들이 신나게 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생기도록 해야 한다. 범죄적인 것이 아니면 자유롭게 투 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들이 자유롭게 일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나라의 규제는 '할 수 있는 항목'을 열거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이지만 선진국, 특히 영미 계통은 '금지되는 몇몇 가지'를 제외하면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식이다.
같은 일도 몇 백 가지 방식으로 할 수 있는데 정부가 몇 가지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못하게 하면 영역 이 좁아지고 창의성도 없어지게 된다. 규제 체제를 빨리 고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처럼 새 금 융상품이 개발되지 않는 이유는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려면 금융감독원과 재정경제부에 가서 일일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번거로워서야 어떻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성 있는 상품이 나오겠는가.

중국의 급격한 부상으로 우리나라가 중국에 블랙홀처럼 끌려들어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는데.
그건 도전도 되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현재 중국이 경쟁력이 있는 분야는 전통적 제조업이다. 중국 은 1인당 노동력의 값이 우리나라의 8분의 1밖에 안되면서도 생산성은 한국의 95%로 높아졌다. 이 제 범용 기술의 제조업에서는 우리나라가 중국의 적수가 될 수 없다. 이것은 도전이다.
대신 중국이 커지다 보니 우리나라의 고급 제품이 갈 수 있는 수요가 많아졌다. 그건 엄청난 기회다 . 포스코가 세계 철강 경기가 꺼져 힘들었지만 중국이 공장을 세우고 다리를 놓고 하니까 수요가 막대하게 늘어 국내에 철강이 부족할 정도다.
따라서 단순 제조업은 중국에 넘기고 우리나라는 경제 구도를 고도화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분 야에 국력을 결집해야 한다.

신용불량자 문제 등으로 소비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지난 2000년에 경기 활성화가 안 되니까 소비 금융을 장려하면서 정부나 금융기관이 위험 관리 개념도 없이 카드 대출을 마구 허용한 결과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기 부실 채권을 장기 채권으로 바꿔 주어야 한다. 어떤 사람이 빚이 있으 면 현재의 수입으로 생활하면서 매달 얼마씩 여러 해에 나눠 꾸준히 갚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 들이 빚을 어느 정도 갚고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건 무슨 특별 조치 같은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곧 개각이 있는데 경제 부처 '물갈이'는 어떻게 생각하나.
'물갈이'는 안 된다. 관료들이 한 자리에 오래 있어야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일한 뒤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런데 6개월, 8개월 만에 바꾸는 식으로 하면 '자리에 있는 동안 실수만 안 하면 다시 기회가 생긴다'는 소극적인 생각에 복지부동으로 정책을 하게 된다. 따라서 대통령 단임제도 고쳐야 한다. 대 통령이 성과에 따라 재선될 수 있는 길을 터주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조언할 것이 있다면.
민주주의 정치는 선거 때는 머리 터지게 싸우지만 선거 후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양보하고 타협하 며 서로 아이디어를 내는 게 본래 방식이다. 따라서 상생의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또 정부가 만능 이 아니라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경제는 시장이 만능이라는 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처럼 글로벌화한 경제에서는 정부가 나서면 나설수록 왜곡이 생긴다. 경제는 뭐니 뭐니 해도 기업인들이 하는 것이다.

김학수 ESCAP사무총장
"한국 경제 템포를 잃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알려진 김학수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 사무총장은 경 쟁국들은 질주하고 있는데 한국 경제는 최근 멈칫멈칫하며 템포를 잃고 있는 점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한국이 성장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태국의 탁신 총리처럼 정부가 투자마인드로 무장 해 기업들의 투자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잘되는 국가들을 보면 정치.사회 안정과 지도자의 비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정부는 투 자 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외국 언론이 한국의 강성 노조의 문제만 부각시키는 것을 보 면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태국은 현재 우리 나라보다 후진국이지만 외국인학교가 120여개에 이른다"고 소개하고 "국제 적인 안목과 식견을 갖춘 인력 양성을 위해 교육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38년생인 김 총장은 중앙고와 연세대, 영국 에든버러대를 거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에서 경 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한국은행, 상공부, 대우, 유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종연구소 등 다양 한 분야에서 일하다 외교통상부에 들어가 2000년부터 ESCAP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외국에서 한국을 볼 때 경제 현실과 관련해 답답하게 느끼는 점이 있다면.
▲아시아태평양 지역 62개국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 경제를 함께 조망하는 일이 많다. 한국을 보면 잘하는 점도 있고 못하는 점도 있지만 아쉬운 것은 최근 5년간 굉 장히 경쟁이 치열한 아시아권에서 한국이 템포를 잃고 멈칫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중국, 인도, 카자흐스탄, 베트남, 태국 등이 고성장을 하고 있다. 태국의 경우 탁신 총리가 경 제를 완전히 기업처럼 운영하면서 고위 관료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곧바로 갈아 치운다. 확실한 지도 력이 국가 발전을 앞당기고 있는 셈이다. 한국이 성장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태국의 탁신 총리처 럼 정부가 투자마인드로 무장해 기업들의 투자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외부(특히 언론들)에서 보는 한국은 노조가 너무 강성으로 비쳐져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이미지가 좋 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환경이 열악해도 국가지도자가 지도력을 발휘해 자원을 최대한 통합하고 결집해야 한다. 흔히 말하 는 성장잠재력은 지도자가 키워나갈 수 있는 것이다. 잘 되는 국가들을 보면 정치와 사회의 안정과 지도자의 비전이 중요하다. 그런 힘을 한국이 좀 더 가졌으면 한다.
물론 한국의 최근 모습은 민주화와 개혁의 과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지금 세상은 시행착오를 용인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1∼2년 멈칫하는 사이에 저만큼 뒤쳐져 버린다.

한국은 지금 '동북아 경제중심'이 되려고 하고 있는데 가능성은.
동북아 국가들은 서로 대화를 잘 하지 않는 반면 동남아 각국은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을 많이 맺고 있다.
그런데 동남아에 대한 접근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빠르다. 중국은 동남아와 2010년까지 자유무역 협정을 맺을 계획이 있다. 중국이 가장 빨리 동남아로 접근하고 있고 일본이 그 다음이며 한국이 가장 뒤쳐져 있다.

김학수 ESCAP 사무총장
자유무역협정 체결 과정도 국제사회로 나아가는 하나의 공부인데 다른 나라에서는 한국이 칠레와 의 협정을 왜 그렇게 질질 끌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스리랑카에 가보니 한국 기업이 중소기업 중심으로 100개나 와 있더라. 베트남에서는 한국이 제3위 투자국이다. 인도에 현대차도 나가 있고 라오스에서는 '코-라오'라는 한국 기업인이 세운 자동차가 전체 시장의 80%를 휩쓸고 있다. 이란 테헤란 시내 자동차의 40%는 한국차다. 한국은 이들 나라를 한편으로 지원하면서 돈을 버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 정부에 과거 일본처럼 '남방정책'을 쓸 것을 제안하고 싶다. 태국에 가면 일본 상품이 넘쳐흐 른다. 일본인이 6만 명, 일본 음식점이 200개다.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시작 단계다.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장과 분배의 우선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ESCAP도 그런 문제를 고민했다. 빈곤 문제를 놓고 보면 2015년까지 역내 빈곤자를 반으로 줄이는 게 우리의 목표인데 단순한 성장만으로는 (빈곤이) 줄지 않는다. 다시 말해 성장이 (빈곤 퇴치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얘기다.
빈곤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려면 성장을 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과거 같은 고성장은 문제가 있다. 환경 문제나 빈부 격차 등이 없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교육과 의료 분야 투자와 함께 사회가 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
아시아 전체적으로 교육과 의료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가 성장잠재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분배는 못 사는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 아니라 못 사는 사람이 어떻게 주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가이며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 교육이다.
한국은 성장잠재력을 키워 가면서 지속 성장을 해야 한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성 장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데 잠재력을 키우는 투자를 해야 한다.

지금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인들의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데 투자 부진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투자 환경에 문제가 있다. 거기에는 정치 환경의 탓도 있을 것이고 정부나 국민의 의식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태국에는 외국인 학교가 120개가 있고 싱가포르에도 100여개나 된다. 우리나라는 송도 경 제자유구역에 외국인학교를 세우는 것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을 적극 개방해야 한다. 왜 국 내 교육 관료들은 근시안적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조언할 것이 있다면
솔직한 개인 생각은 노 대통령이 혼자의 힘으로 경제를 운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전문 관료 에게 일을 맡기는 게 좋다.
가능하다면 최고의 전문가 그룹으로 보좌진을 구성해 아이디어를 내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아이 디어 중 최고의 것을 유보 없이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유엔도 지금 조직 개혁에 이 같은 방식을 쓰고 있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도 16명 전문가를 구성해 유 엔의 개선 방안을 짜고 있다.

노효동 경제부 기자 | rhd@yna.co.kr
김종현 경제부 기자 | kimjh@yna.co.kr
김종수 경제부 기자 | jsking@yna.co.k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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