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사람
2000년 어느 날 미국 증권감독위원회(SEC)에 한건의 제보가 접수된다. 내용인즉슨
마이클이라는 한 풋내기 청년이 1999년 한해동안 겨우 1백달러의 자금으로 거래를
시작해 1년동안 1억달러를 벌었다는 정보였다. 뭔가 뒤에는 엄청난 불공정 게임이
있을 것이라는 혐의가 첨부되어 있었다. 조사반원들이 청년 마이클을 심문한 뒤, 그들은
경악한다. 알고 보니 청년 마이클은 2010년 ‘미래에서 온 사람’이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1999년으로 되돌아오면서 청년 마이클이 소지하고 온 것은 1999년 한해 동안의
벌어진 스탠다드 앤 푸어스 주가지수의 1분, 5분, 10분, 한시간 단위의 그래프와 5일
단위 10일 단위 월단위 그래프였다. 그런 마이클에겐 99년의 S&P지수 선물투자는 식은
죽먹기였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선물 투자는 레버리지를 최대로 활용해 필승불패의
매매가 가능했다. 이 이야기는 지난 2001년 온라인 야후에서 유행하던 우스개다.
사람들이 재테크에서 또는 투자에서 가장 목말라하는 것은 미래에 벌어질 상황을
미리 아는 것이다. 리스크관리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땅값과 주가 등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들에겐 꿈의 영역이다.
현재 약 5천억원대의 국내 벤처캐피털을 운영하는 A씨. 그는 IMF 이전에는 평범한
외환딜러였다. 시골출신인 그는 대학 졸업후 대기업에서 외환업무를 봤다. 이후 실적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데 울화가 치밀어 외국계은행으로 자리를 옮긴다. 본업이외에 투자와
매매에 대한 열정으로 각종 재테크와 주식을 연구하다가 누님을 비롯한 가족들의 돈을 끌어
모아 모 회사의 주식에 급기야 올인한다. 결과는 처참했다. 자살을 시도했으나 재수없게도
남에게 발견되어 응급실로 끌려간다. 죽음조차도 맘대로 선택하지 못하는구나하고
한탄했었다. 이후 A씨는 단전호흡의 세계에 몰두한다. 호흡을 통해 성통공완(性通空完)하면
미래가 보인다는 점에 매료된 것이다. 은행 딜링룸에 앉아서도 그는 환율시장이 10분 이후에는
어찌될지 몰라도, 10분 이내 정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으로 집중했다. 딜링룸에서의 그의 이러한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이후
그는 다시 주식을 시작한다. 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미래 투시력만 기른 것이
아니라 틈을 내어 기업을 탐방하고 기업 관계자들도 만났다. 사판(事判, 팩트에
기반한 판단)과 이판(理判, 통찰력에 기반한 판단)을 적절히 조화시킨 것이다.
그러던 차에 그는 98년 초 쯤에는 새로운 국내외적인 변화의 기운을 감지한다. 당시 그는
정부가 만신창이가 된 경제를 부추기기 위해 IT산업을 키울 것이고, 코스닥을 부각시키지
않을 수 없으며 이는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 흐름과 맞아떨어질 것이라는 기(氣)를 느낀다. 그는
H컴퓨터, S기업 등 몇 개의 종목에 집중 ‘올인’했다. 당시 A씨의 주변 친구들은 A씨의 권유로
묻지마에 동참해 몇 명은 1억투자로 100억원을 번 사람들도 있다. A씨는 현재 당시 투자하던
대상회사를 인수해 명실공히 회사의 주인이 되어있다.
부자가 된 이후에도 그는 점심 약속이 있을 때엔 서울 세종로 교보빌딩 뒤편의 흐름한, 평소 그가
즐기는 소바 식당에서 운동화와 잠바차림으로 친구들을 만난다. 그가 쌓은 내공 탓인지 그는
부자가 된 이후에도 부가 그의 생활을 바꾸어 놓지는 못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주변에서
미래를 알고 싶고 재산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이 질문해 올 때면 그는 이렇게 말한다. “미래를
내다 보랴고 애쓰지 말고 미래에서 온 사람이 되라”, 알쏭 달송한 그의 화두다.
최 기 억
연합인포맥스 금융팀장
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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