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궁중만찬 빌라 드 하노이
‘하노이의 집’이란 뜻을 가진 베트남요리 레스토랑 ‘빌라 드 하노이’는 청담동 골목에 있다. 쌀국수를
주메뉴로 하는 기존의 베트남 음식점과는 달리 베트남에서도 제대로 맛보기 힘든 궁중요리(Vietnamese
cuisine)를 선보이는 곳이다.
정원이 예쁜 가정집을 개조하여 만들어서 이국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하얀 이층집이다. 특히 2층은
룸이 독립된 구조로 되어 있어서 주위에 방해받지 않고 안락한 식사를 할 수 있게 꾸며져 있다. 베트
남에서 직접 스카웃 해온 3명의 베트남 주방장이 현지의 맛을 직접 재현해내는 것도 또 다른 특징이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는 겨울이 우리의 늦가을 갖은 날씨로 1년의 대부분이 무더운 곳이다. 그래서일
까 요리가 보기에도 시원스럽다. 빌라 드 하노이에서 선보이는 음식은 베느남 북부의 스타일이다. 기
름을 적게 쓰고 해산물과 곡류, 채소를 많이 사용해서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한여름의 보양식으로
권할 만 하다.
베트남 쌀국수는 이제 우리에게도 친숙한 음식. 그러나 쌀국수가 베트남요리의 대표는 아니다. 놀라울
정도로 종류가 많다. 초기에는 100여 가지의 메뉴를 선보였다고 한다. 쌀국수 한 그릇보다는 베트남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는 궁중 정찬요리나 다양한 코스요리를 맛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곳이다.
전체 요리로 많이 먹는 것이 ‘냄’요리다. 냄은 미엔이라 불리는 녹두 당면, 표고버섯, 목이버섯, 양파
등을 잘게 다진 다음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튀겨낸다. 일명 ‘월남쌈’이라 부르는 요리다. 해산물냉채
는 여름에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바삭 튀긴 쌀 튀김과자 위에 갖은 야채와 새우등 해산물을 얹어서
한 잎 베어 물면 쌉쌀하고 시원한 것이 어느새 입안이 한여름이 된다.
코스요리를 주문하면 부드럽고 담백한 토마토 크림 도미 수프로 시작하여 스테이크와 돼지고기로 속을
채워 바삭하게 튀겨낸 장어요리를 메인으로 먹을 수 있다.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요리는 모양새만으로도 흥미롭다. ‘해산물 연잎 밥’은 해산물과 야채 등을
밥에 넣어 양념을 한 후 연잎으로 싸서 찌어냈다. 잎의 윗부분을 가위로 잘라내어 덮은 채로 요리가
나온다. 연잎에서 나오는 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윗부분을 들어내면 잘 익은 덮밥을 먹을 수
있다. 대나무 잎에 쌓아 쪄낸 새우요리는 접시에 담은 것을 테이블 위에 놓고 데낄라를 살짝 접시
바닥에 뿌린 후 불을 붙여준다. 잎이 살짝 타면서 향기가 베어나온다. 요리의 완성을 바라보면서
먹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베트남 요리에는 잎을 싸서 조리하는 것이 많다. 야자수, 바나나, 연,
대나무 등의 잎이 주로 사용된다.
베트남의 전통요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향신료를 적게 쓰는 점이다.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면 재료의
맛이 살지 않는다. 무엇보다 향신료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 부담을 덜 준다. 요리에 와인을
곁들이면 훌륭한 궁합이 나온다. 베트남은 오랫동안 프랑스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다. 그 덕에 베트
남요리에는 반주로 와인이 잘 어울린다.
중국식 코스요리가 기름기와 향 때문에 버겁고 서양식 요리가 아직 익숙하지 않다면 색다른 베트남
요리가 적당한 해답이 될 수 있다. 현지인도 비싸서 부담스럽다는 궁중만찬요리를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성철 기자 |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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