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6.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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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CEO의 '이구동성'

지난 4월 27일 '한ㆍ중경제심포지엄'이 열린 신라호텔.
국내 대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과 LG전자 김쌍수 부회장이 차례로 단상에 나와 '한?중 양국에 대한 외국투자 확대 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시작했다.
그런데 찬찬히 두 CEO의 연설을 듣다보니 두 사람의 연설이 주제뿐 아니라 내용까지도 너무 대동 소이하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두 CEO가 발표한 내용은 한마디로 '중국 사업의 현지화 노력'과 '중국과의 윈-윈(Win-Win) 방침'을 천명하고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는 것이 골자인데 공교롭게도 마치 사전에 맞춘 듯이 주장이 비슷했다.
윤 부회장은 먼저 삼성전자 중국사업 현황을 소개한 뒤 “앞으로 대중국 사업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 디자인, 생산, 판매, 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현지 중심으로 이뤄지는 현지 완결형 경영체제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 현지 주요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기술, 마케팅, 유통 등에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해 나갈 것”이라며 “베이징올림픽 지원,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해 중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양국 기업들이 경쟁보다는 상호 협력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당부한 것과 '로컬업체와 동등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여건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도 빠지지 않았다.
뒤이은 김쌍수 부회장의 연설내용을 보자.
그는 “(경쟁력을) 상실할 뻔한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때문”이라며 “한국과 중국은 경쟁관계가 아닌 보완관계로 LG전자는 중국에서 생산과 R&D, 마케팅에 이르는 현지 완결형 사업구조를 가져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중국은 단순한 수출기지가 아니며 LG 중국본사는 우리나라의 LG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중국기업 LG다”라고까지 강조했다.
중국 정부에 대해 로컬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당부하고 향후 환율문제가 압박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부탁도 뒤따랐다.
두 CEO의 연설이 끝난 뒤 드는 느낌은 확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 및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 초일류를 향해 가는 기업이지만 이들 CEO에게 중국이라는 존재는 자세를 낮출 수밖에 없는 거 의 절대적인 '러브콜' 상대라는 점이다.
'생산뿐 아니라 연구개발, 마케팅을 모두 현지에서 완결하는 체제를 갖추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은 '이제 중국이 아니면 생산할 곳이 없다'는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는 듯이 들린다.
'중국에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각종 고부가ㆍ첨단 공장도 유치하고 있다'는 말을 강조하는 것은 '국내 산업공동화나 기술유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중국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우리의 현실을 인정하는 듯이 들린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2005년 각각 중국 매출 1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세워놓고 중국 사업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 2만9천개가 진출해 있는 중국이 단순히 국내 대기업들이 매출경쟁을 벌이는 전선만은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의 다음과 같은 말은 우리나라 경제에 중국의 존재가 의미하는 현실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해준다.
“중국을 하나의 국가로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중국인들이 자신들을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듯이 세계 경제의 심장이 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권혁창 산업부 기자 | fai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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