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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특급브랜드 내세운 호텔 속속 상륙
세력 재편성 놓고 기존 호텔들 잔뜩 긴장

한정된 시장을 두고 세계적인 최고급 브랜드를 앞세운 대형 특급호텔이 속속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에 기존의 호텔들은 현재의 위치를 고수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고객을 찾아야 하는 등 비장함을 넘어 위기감까지 느끼고 있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고객을 위해 모 호텔이 마련한 한식 부페식당. 하지만 대부분의 호텔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한식달을 폐쇄하는 추세다
외국계 최고급, 특급호텔들이 서울에 상륙한다. 오는 7월에는 전 세계 80여 개국에 750여 개의 호텔과 리조트를 거느린 ‘W 서울 워커힐’이 문을 열 예정이며, ‘파크 하얏트 서울’은 내년 초 개관을 앞두고 공사에 여념이 없다.
먼저 쉐라톤 워커힐호텔 부지 내에 자리 잡게 될 ‘W 서울 워커힐’. 이 호텔은 (주)워커힐이 지분 100%를 투자해 설립하는 초특급 호텔이다. 아름다운 자연풍경의 한가운데 자리 잡게 될 이 호텔은 디자인 또한 기존의 호텔과 달리 아주 독특하고 창의적이다.
고급스러운 느낌이 강한 중에도 집에 온 것 같이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특징. 각 룸이 테마에 따라 미디어 룸, 스파 룸, 원더풀 룸 등으로 꾸며진 것도 이색적인 느낌을 더해준다.
세계적 호텔레저 그룹인 스타우드 그룹의 최상급 브랜드 ‘W 호텔’이 아시아에 생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이래저래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중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건립중인 ‘파크 하얏트 서울’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원래 ‘파크 하얏트’라는 브랜드는 하얏트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에 해당하는 것.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도쿄에 이어 서울이 두 번째다.
그런 명성에 걸맞게 이 호텔은 185개의 객실 전부를 스위트룸으로 화려하게 꾸민다는 방침이다. 또 고객이 프런트 앞 소파에 앉아 있으면 종업원이 다가와 투숙절차를 밟고 객실까지 직접 안내해주는 풀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일명 ‘버틀러’ 서비스. 차별화된 시설,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하겠다는 속셈이 엿보인다.
한편 기존의 호텔들은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한정된 시장을 놓두고 최고급 브랜드를 앞세운 대형 특급호텔이 속속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위치를 고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는 새로운 고객까지 찾아나서야 하는 등 위기감을 넘어 비장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특히 이런 분위기는 고급호텔이 대거 몰려 있는 강남 지역에서 강하게 전해진다. 현재 각 호텔들은 홍보와 고객유치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물론, 이번 기회에 아예 대대적으로 규모를 늘리거나 재단장을 감행하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가장 큰 변화의 흐름은 기존의 비즈니스 호텔에서 가족 중심의 리조트 호텔로 변신을 꾀하는 것이다.
신라호텔이 이의 대표적인 예. 이 호텔은 최근 ‘비즈니스’와 ‘리조트’의 합성어인 ‘비조트’ 라는 새로운 개념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전면적인 개보수에 들어갔다. 지하 1층의 레스토랑이 있던 자리는 웨딩 및 명품 매장이 새롭게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 잠실의 롯데호텔은 현재 22개인 패밀리 객실을 대폭 늘려 68개로 새롭게 선보인다. 가족형 리조트 호텔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한때는 호텔의 상징으로 떠오르기도 했던 식당이 사라지는 것도 변화의 큰 추세. 최근 들어 일반식당이 고급화, 전문화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레스토랑은 물론이고 한식당도 빠르게 사라져가는 분위기다.
그 중에서도 신라호텔은 상대적으로 일찌감치 한식당을 폐쇄했다. 대신 외국인도 즐겨 먹을 수 있는 메뉴 개발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조선호텔도 한식당의 문을 닫기로 결정, 이의 대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모 호텔의 객실 내부. 세계적 브랜드를 앞세운 최고급 호텔이 속속 한국에 상륙하면서 기존의 호텔들 역시 고급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처럼 대형 호텔들이 한식당을 우선적으로 퇴출시키는 이유는 간단하다. 호텔의 주요 고객인 외국인들이 자신들에게 익숙한 양식을 더 찾기 때문이다. 내국인 고객의 경우도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있는 한식보다는 진기한 양식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이런 추세는 사실 9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비교적 최근에 문을 연 호텔 중에는 개관 당시부터 아예 한식당을 마련하지 않은 곳도 꽤 된다. 외국인에게 한국의 맛을 알린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매출이 살아나지 않는 한 한식당의 살아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특급호텔을 중심으로 패키지 상품이 잇따라 나오는 것도 눈길을 끈다. 장점은 고급 객실에 묵으면서 각종 서비스를 제공받고 값비싼 공연까지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 아미가 호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랜드힐튼 호텔 등이 오페라, 뮤지컬 등의 티켓이 포함된 패키지를 운영하는 중이다.
호텔들의 본격적인 생존경쟁은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목!] 버틀러 서비스
버틀러(Butler)란 단 한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해당고객이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을 뜻한다.
고객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한 후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이 서비스의 가장 큰 목표. 호텔에서 시작된 버틀러 서비스는 투숙객마다 담당 서비스 맨이 지정돼 있어 체크인에서 체크아웃에 이르기까지 숙박 기간 내내 개별적으로 모든 서비스를 처리해 준다.
베니스 Hotel Cipriani는 전담 발레 파킹과 메이드를 주관하는 개인 버틀러가 개별고객의 투숙기간 동안 정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일본의 세이우 긴자 호텔도 이와 유사한 서비스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강윤경 기자 | bookwo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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