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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 금리인상 초읽기
경제회복세 뚜렷해 부정효과 막아줄 듯


바람 잘 날 없는 이라크 사태와 이에 따른 안팎의 정정 불안, 유가 급등, 중국의 긴축정책 시사 이후 불어 닥친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 이로 인해 미국경제는 금리 재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우러 들어 뉴욕증시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증시 분석가들이 가장 빈번하게 지적하고 있는 주가하락의 원인은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다
미국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용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가 하면 기업들이 여전히 수익 호전을 기록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지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재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경제 전반이 긴축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중동 정세불안에 수급차질 우려까지 겹쳐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국제유가나 중국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빚어질 세계무역 및 금융시장의 파동 가능성도 불안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우려들을 반영해 뉴욕증시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적어도 현재로서는 80년대 '오일 쇼크'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과 같은 경제의 격동이 초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내리막길 걷는 뉴욕증시
3월초에서 4월초까지 반등세를 보였던 뉴욕증시는 그 이후 5월 중순까지 거의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증시 분석가들이 가장 빈번하게 지적한 주가하락의 원인은 금리인상 우려였다. 특히 3월과 4월 신규고용이 크게 늘었다는 발표 이후 빨라도 연말, 또는 내년 초로 봤던 금리인상 시기가 6월 또는 8월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면서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금리인상은 기업들, 특히 금융업체들과 부채에 많이 의존하는 기술업체들의 수익 악화로 이어지고, 소비 감소를 초래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을 증대시키기 때문에 주식 투자자들이 이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금리인상의 효과가 실제로 나타난 주가 하락폭을 정당화할 만큼 파괴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5월 둘째 주 나스닥 종합지수는 1,904.25로 마감돼 연초에 비해 4.9% 하락했다. 연중 최고치였던 지난 1월 26일의 2,153.83에 비하면 낙폭은 무려 11.6%에 이른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 역시 올 들어 5월 둘째 주까지 4.2%와 1.5%가 각각 하락했다.
연초만 해도 증시 분석가들이 올해 뉴욕증시가 지난해와 같은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내기는 어렵더라도 S&P 지수 기준 10% 안팎의 상승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본 사실을 감안하면 지금까지의 주가하락과 낙폭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많은 분석가들은 주가하락의 근본원인이 된 금리인상에 대해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지적한다. FRB가 점진적인 조치를 시사한 만큼 시장에 충격을 줄 만큼 급격한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고 금리가 오르더라도 미국에 유입되는 해외자본의 증가 등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도 없지 않지만 투자자들이 이 같은 사실을 감안하지 않고 주식을 내다 팔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바람 잘 날이 없는 이라크 사태와 이에 따른 미국 안팎의 정정 불안, 유가 급등, 중국의 긴축정책 시사 이후 특히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몰아닥친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 등이 겹쳐 금리인상 우려는 더욱 증폭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이 모든 악재들은 시장에서 거의 소화된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이에 대한 우려가 절정에 달했던 4월 마지막 주 나스닥 지수는 한 주에 6% 이상 빠지는 급락세를 연출했으나 그 이후 1,900포인트를 지지선으로 박스권 장세를 형성하고 있다. 다우존스 지수와 S&P 지수 역시 한정된 범위 내에서 등락하는 양상을 보여 현 상황이 반등과 재하락의 갈림길에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증시 분석가들은 지정학적 상황 등 다른 요인이 돌출하지 않을 경우 금리상승에 관한 전망이 확실해진 이후 주식시장이 향후 방향을 드러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6월말 열리는 연방공 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어떤 조치가 취해질 것인지가 뉴욕증시 장세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웰스 파고 증권의 토드 클라크 증권거래 책임자는 “FRB가 얼마나 급박하게 긴축정책을 펼 것인지에 대해 전망이 설 때까지 주식시장은 박스권 안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용시장은 계속 회복세
5월에 발표된 경제지표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것은 5월 7일 공개된 4월 고용통계라고 할 수 있다. 4월 일자리는 월가 이코노미스트의 예상을 훨씬 능가하는 28만8천 개가 늘어나 전달의 30만8천 개에 이어 2개월 연속 대폭증가를 기록했다. 다른 지표상으로는 이미 오래 전 경제회복이 가속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지지부진했던 고용시장도 활력을 회복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일자리 증가는 분명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하지만 금리인상 가능성을 먼저 떠올린 주식시장은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고용의 증가는 소비와 투자의 확대에 이어 기업실적 호전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된다고 증시 분석가들은 지적한다.
미 국방부에서 이라크 포로 학대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조지 케이시 미 육군 참모차장. 계혹되는 이라크 사태와 이로 인한 믹구 내외이 정정 불안은 미국경제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반면에 물가관련 지표들은 불안정한 모습을 나타냈다. 가장 중요한 인플레이션 지표인 소비자물 가지수(CPI)는 4월에 0.2% 상승해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밑돌았으나 에너지, 식품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지수는 0.3% 올라 예상보다 상승폭이 컸다.
CPI만큼 민감하지는 않지만 역시 중요한 인플레이션 지표 가운데 하나인 생산자 물가지수(PPI) 역시 4월에 0.7%가 상승해 지난 2003년 3월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PPI 근원지수는 0.2% 상승에 그쳤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아직은 감내할 만한 수준이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급격한 금리인상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라는 데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이 공감하고 있다. 웰스 파고 은행의 손성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어느 정도 강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심각한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4월 인플레이션 지표로 인해 6월 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이 결정될 가능성이 조금은 높아졌다고 밝혔다.
그밖의 주요 경제지표 가운데 컨퍼런스 보드의 4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2.9로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고, 3월 경기선행지수는 115.3으로 예상범위와 일치했다. 공급관리연구소(ISM)의 4월 제조업지수는 62.4로 월가 예상치보다 낮았으나 같은 달 산업생산은 예상보다 큰 0.8%가 증가했다. 4월 소매판매는 -0.4% 감소세를 나타냈으나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금리인상 폭이 더 문제다
금리인상 문제가 미국경제 최대의 현안으로 부각되면서 6월 29일과 30일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금융시장 참여자들과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6월에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폭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배럴 당 41달러를 넘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깨고 있는 국제유가 등 물가불안 요인도 만만치 않아 통화당국의 대처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시장은 이미 금리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개월여 동안 상승세를 이어갔고 채권시장에서도 국채 수익률이 급락하고 있다.
문제는 금리인상 시기보다 폭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FOMC 정례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저금리 정책변경이 “조심스러운 속도”로 이뤄질 것이라는 표현이 포함된 것에 주목하는 분석가들은 금리인상이 “일찍 시작되지만 천천히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시장은 서서히 금리인상에 적응력을 키워갈 수 있고 당국으로서도 상황에 따라 완급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월 스트리트 저널이 55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오는 6월 FOMC 회의를 통해 현행 1%인 금리는 1.25%로 오르고 11월 대통령 선거 때까지는 이 금리가 유지되다 12월 다시 1.75%로 상승하고 그로부터 1년 후 3.5%로 오르리라는 것이 조사 대상자들의 전망치 중간 값이다.
그러나 이들이 예상한 경제회복세는 금리상승의 부정적인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을 수준이다. 전문가들의 전망치 중간 값은 앞으로 12개월간 매월 일자리가 20만7천500개 늘어나고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6%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전망에 따르면 금리인상이 기업수익이나 경제성장에 저해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과장됐다고 할 수 있다.

추왕훈 뉴욕 특파원 |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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